[독자투고] 꿈꾸는 고향, 베를린에서 한국의 정을 느끼다
[독자투고] 꿈꾸는 고향, 베를린에서 한국의 정을 느끼다
  • 김희석<재독동포·화가>
  • 승인 2015.10.24 0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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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숙 작가.
참으로 오랜만에 바닷가에 진주를, 사막에서 생수를 만난 것 같다. 박혜숙 작가에게서 풍겨지는 작품세계가 그렇다. 그는 영국황실의 꽃 장식을 전담하는 런던 외곽에 있는 콘스탄스 스프라이 플라워스쿨(Constance Spry Flower School)과 연계해 플로리스트 수업을 받았다. 꽃을 대하면서 자연스레 꽃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박혜숙 작가. 그는 서울여대 보태니컬 아트 전문가 과정을 수료한 바 있다.

10월 20일 저녁 7시에 Schoeneberg에 위치한 Vierraumladen이라는 갤러리에서 그의 전시회 오픈식이 개최됐다. 가을밤의 정취에 어울리는 트럼펫 소리와 고향을 그리는 듯 애절한 바리톤 음색이 전시회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함께 한 한인들뿐만 아니라 현지 독일인들에게도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세밀한 부분을 그대로 묘사해야 하는 꽃 그림은 몇 시간씩 소요되는 힘든 작업이다. 하지만 완성 후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는 꽃을 대하면서 자연스럽게 캔버스로 그 세계를 확장했다. 유년 시절이 묻어난 고향의 기억과 모습들도 작품 속에 담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아낌없이 사랑을 부어주신 할머니, 고모가 계시던 전남 곡성의 아련한 시골 길, 그리고 감나무, 보리밭, 논의 풍경, 칠흑같이 어두워 달을 그리워하던 밤 등의 기억들이 담겨 있다.

▲ 10월20일 Vierraumladen 갤러리에서 박혜숙 작가 전시회 오픈식이 개최됐다.
태양을 사랑하는 독일인들과는 달리 달을 사랑하고 의지하는 한국의 정서는 새삼 소박하면서도 정적이다. 정월대보름, 8월 대보름, 쥐불놀이, 강강술래, 달빛 속 장독대 정한수, 풍속화가 신윤복의 그믐밤 ‘월하정인(月下情人)’에서도 한국인의 아름다운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에게 베를린 전시에 대한 감회는 새롭다. 꽃 그림을 그리며 시작된 도전이 낯선 독일 땅에 열매를 맺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는 머나먼 타국에서 살고 있는 한인들에게 따뜻한 한국의 정과 고향의 정취를 전달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다. 전시를 둘러본 미술치료사인 한 독일 여성이 작품들을 책자로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이들에게도 무언가 또 다른 감동이 전해졌을 것이다. 베를린에서 개최된 그의 첫 개인전이 성황리에 진행되길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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