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나라가 왜 이렇게 어지러울까
[전대열時論] 나라가 왜 이렇게 어지러울까
  • 전대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5.12.13 1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참말로 어지럽고 시끄럽다. 예전에는 아침이 되면 참새 떼가 몰려와 재잘거리는 소리만 시끄럽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시끄러움은 참새와는 차원이 다르다.

광화문에서, 종로에서, 시청 앞에서, 여의도에서 어디 한 군데 조용한 곳이 없다. 수만 명이 떼를 지어 서울 모두가 제집이나 되는 양 거리를 가로막고 떠드는 사람들은 아예 불법시위를 직업으로 여기고 충실히 근무한다. 교통이 막혀 시민들이 불편을 겪던 말든 신경도 안 쓴다. 경찰이 버스로 막으면 밧줄로 엮어 끌어내며 박살낸다.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맞불집회를 열어 규탄해보지만 그 규모는 어림도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가보면 베트남 참전수당을 달라는 아주머니 부대도 있고, 길거리 노점상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철거민대책위원회도 있으며, 각종 억울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너도나도 단독시위를 하는 모습이 처연하다.

큰 거리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당사가 마주보고 있는데 아예 차량을 갖다놓고 1년 내내 방송을 하고 있어 근처에 사무실을 가진 분들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에서는 여야 간에 타협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직 내 주장만 옳다고 떠벌리는 통에 기자들만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새누리당은 걸핏하면 친박이다, 비박이다 하면서 상대를 겨냥하여 마구 험담을 하고 있으며 새정치연합은 문재인의 사퇴를 요구하는 비주류의 외침이 허공을 떠돌 뿐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고 지나간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그나마 여유가 있다. 유승민사건 이후에는 누구더러 물러가라는 말은 없으니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있어도 결정적인 감정싸움은 안 된다. 김무성대표는 큰 시빗거리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조정하거나 불리하면 입을 다물어버리니 모든 일이 폭발직전에 예방된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여러 갈래로 쪼개진 계파사이에 이해가 엇갈려 너 죽고 나 살자는 진흙 밭 개싸움으로 날이 새고 진다. 여당의 정책기조가 큰 틈을 보여 효과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 호재가 생겨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책골을 기록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문재인의 퇴진을 둘러싼 갈등이 이제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안철수가 서울시장과 대통령후보를 모두 양보하고 창당까지 취소하면서 새정치연합에서 김한길과 단꿈을 꾸었는데 몇 달도 지나지 않아 보궐선거에서 패했다고 쫓겨났다.

그 뒤 문재인이 당대표가 되었지만 그는 한 차례도 아니고 보궐선거와 재선거가 있을 때마다 모두 새누리당에게 완패했다. 그래도 자진해서 퇴진할 생각은 하지 않는 용기를 과시한다. 친노를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홍위병들의 호위가 그를 꽉 붙잡아 놓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박주선은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을 조직하고 있으며, 천정배 역시 새 당을 만들고 있다. 전남지사 출신의 박준영도 신당을 선언했으며 김민석이 이끌고 있는 민주당까지 합치면 모두 네 개의 신당이 새정치연합을 공격한다. 이들이 모두 그만그만한 인물들이고 정치적 파워는 비록 약하다고 하지만 대부분 호남을 연고로 한 조직이어서 문재인에게는 자칫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들 4개 정당을 하나로 묶는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손학규나 안철수 같은 간판타자를 영입하지 못하고 있어 송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마침 문-안-박 연대를 제의했던 문재인에게 안철수는 정면도전을 걸었다. 연대가 아닌 혁신전당대회를 열자는 역제안이다. 문재인은 이를 거절했고 안철수는 일요일인 내일(12월13일) 중대결심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의 행보로 봐서는 큰 기대를 할 수 없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이제는 호미난방(虎尾難放)의 형세에 처한 그가 택할 수 있는 카드는 오직 하나 ‘탈당’밖에 없다는 데 고민이 있는 듯하다. 이글이 활자화되었을 때는 이미 안철수의 결단이 발표된 후가 되겠지만 오늘밤이라도 문재인이 극적으로 백기를 든다면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한편 조계사에서 보호를 받던 민주노총 한상균은 몇 차례의 약속을 어기고 버티다가 체포되었다. 그는 영웅이나 된 것처럼 성명서까지 낭독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국민의 눈길은 싸늘하다. 폭력시위 범죄자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도 19일 전국총파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파업을 할 때에는 까다로운 절차가 규정되어 있으나 민주노총이 이를 지킨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 정치적 이유를 내건 정치파업이기 때문에 불법이지만 떼를 지은 그들의 다중시위는 항상 공권력을 이겨왔다.

노동법은 물론 집시법, 형법까지도 깡그리 무시한 총파업은 결국 나라의 경제를 망치고 국민의 삶을 앙상하게 만드는 주범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겉으로 세계10위권에 드는 것으로 통계되고 있지만 실업은 급증하고 정부의 재정은 점점 옥죄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온갖 복지 프로그램에 정부예산은 고갈되어 간다. 어떤 경제전문가는 생각하기도 싫은 IMF사태의 재현을 경고하기도 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우리가 안심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나라가 어지러운 것은 첫째로 정치지도자에게 그 책임이 있지만 그들을 선출한 국민에게도 책임의 일단이 있다. 지역감정을 벗어난 올바른 투표가 선행되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다운 국민이 되어야 한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