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코리안] 드디어 중남미가 열린다
[비바 코리안] 드디어 중남미가 열린다
  • 정길화(MBC PD)
  • 승인 2016.02.2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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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길화(MBC PD, 중남미지사장겸특파원 역임)
드디어 중남미가 열린다. 한류의 쌍두마차인 드라마와 케이팝 중 드라마가 그렇다는 얘기다. 중남미의 MBA 3개국(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을 보면 알 수 있다. 먼저 지난해 아르헨티나에서는 ‘시크릿 가든’이 유력 케이블 채널인 마가진TV를 통해 방영됐다. 이는 한류팬들이 한국 드라마를 방영해 달라고 방송사에 청원을 한 결과다.

브라질에서는 드라마 <아이리스>가 글로보위성방송으로, <해피엔딩>이 지상파 채널인 헤지 브라지우에서 방영됐다. 여세를 몰아 국산 애니메이션 <뽀로로>가 TV쿠투라 등 2개 채널을 통해 방영되는 가운데 호평을 받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한류 원조인 멕시코에서는 2000년대 초반 <사랑을 그대 품안에> 이후 드라마의 진출이 뜸했었는데 최근 들어 넷플릭스를 통해 <별에서 온 그대>가 선풍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멕시코의 텔레노벨라(드라마)의 거장 후안 오소리오 감독이 우연히 이 드라마를 보고 필이 꽂혔다. 한국 드라마에 매료된 그는 자비를 들여 스탭들과 함께 한국을 찾아 드라마 제작시스템과 현장을 직접 보고 갔다. 이후 신작 <사랑의 꿈 Sueño de amor>을 제작하면서 한국 배우를 캐스팅하고 한국에서도 촬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선풍은 계속 불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마침내 지상파 채널에서 <천국의 계단 Escalera al Cielo>이 방영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첫회부터 시청자들의 눈물을 자아내어 ‘양파 드라마’라는 별명을 얻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브라질에서는 <해피엔딩>에 이어 <그녀의 신화>를 방송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상파울루에는 교민들이 만든 콘텐츠 비즈니스 회사도 생겨나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등을 보급하고 있다. 이들도 한류의 성장 가능성을 보았다는 얘기다.

▲ 지난해 아르헨티나 마가진TV를 통해 방영된 시크릿 가든.
중남미의 경우 이전까지 페루, 에콰도르, 파나마, 칠레 등 태평양 연안국에는 한류 드라마의 진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었다. 반면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대서양 연안국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역사적, 인종적, 문화적으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정치외교적으로도 태평양동맹과 메르코수르(Mercosur)는 상이한 지향을 보이고 있다. 그랬는데 최근에는 안데스 산맥을 넘어 대서양 연안국까지 한류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장밋빛 환상이나 때 이른 샴페인 터뜨리기는 금물이다. 문광부와 콘텐츠진흥원이 최근에 발표한 ‘2015 콘텐츠 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콘텐츠 수출액은 52억7천351만달러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고 한다(2015년의 통계는 내년 초에 발표된다). 그런데 수출액 중 절반 이상이 게임으로, 근 30억 달러에 육박한다. 한류의 견인차라고 할 수 있는 방송 콘텐츠는 전년 대비 8.6%가 증가했다. 액면으로는 3억3,600만달러 상당이다.

▲ 국산 애니메이션 뽀로로도 브라질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방송콘텐츠는 현지 방송사의 플랫폼을 뚫어야 하는 B2B가 중심이 된다. 매출 규모가 크지 않다. 2014년의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5,731억달러인데 여기에 방송콘텐츠는 0.06%가 되지 않는다. 다만 현지에서 우리 드라마가 방송되면 한국의 국가브랜드가 제고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2011년 키토에서 취재차 만났던 당시 주에콰도르 정인균 대사는 “해외에서 한국을 알리는 최고의 방법은 현지 방송 채널을 통해 K 드라마가 방송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생활상과 문화가 드러나는 현대물, 전통과 역사를 알려주는 사극 등 드라마는 최고의 한류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방송콘텐츠의 지역별 수출을 보면 일본, 중국, 홍콩, 대만 등 동아시아권이 80%를 차지하고, 동남아와 중동을 다 합하면 거의 95%에 이른다. 이는 미주, 유럽, 대양주, 아프리카의 콘텐츠 판매가 극히 미미하다는 것을 말한다. 대 중남미 수출은 33만8,000달러, 수입은 47만1,000달러로 무역 역조를 나타냈다. 전체에서 남미가 차지하는 비중은 0.1%대다.

2015년은 통계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필경 0.1%의 벽을 넘기는 힘들 것이다. 중남미에서의 한류 콘텐츠는 채산성도 높지 않다. 이제는 맞춤형 현지전략을 구체화하여 양질전화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여기에 중장기적인 호흡은 반드시 요구되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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