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남-서초구의 '쓰레기통 철학'과 재외국민 투표 행정
[칼럼] 강남-서초구의 '쓰레기통 철학'과 재외국민 투표 행정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 승인 2016.04.09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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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 인터넷 환경 고려해 지역별로 유연한 '투표 행정' 도입해야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강남대로에 공용 쓰레기통을 비치해야 할까, 아니면 없어도 될까? 강남대로 양측을 두고 강남구청과 서초구청이 ‘쓰레기통 행정’에 각기 다른 ‘철학’을 갖고 있어서 화제다.

강남대로는 강남구와 서초구의 경계를 이룬다. 양재역에서 신사역까지 이르는 강남대로를 두고 양측 풍경은 비슷하지만, 쓰레기통만을 두고 따지자면 완전히 대조적이다. 강남구측 인도에는 100m마다 쓰레기통이 비치돼 있는 반면, 서초구측 인도에는 쓰레기통이 하나도 없다.

이 때문에 양측 인도가 빚어내는 풍경도 서로 다르다. 서초구측 인도 화단이나 벤치 부근에는 버려진 전단지나 테이크아웃용 플라스틱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강남구측 인도는 깔끔하다. 100m 간격으로 들어선 쓰레기통이 있어서다.

강남구와 서초구가 이처럼 다른 ‘쓰레기통 행정’을 취하게 된 것은 쓰레기 종량제와 관련이 있다. 서울시가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한 것은 1995년이다. 종량제 실시 전만 해도 쓰레기통이 거리 곳곳에 비치돼 있었다.그러나 종량제가 실시되자 무단투기를 막는다는 이유로 구청마다 쓰레기통을 줄이기 시작했다.

강남구가 ‘쓰레기통 줄이기’ 정책을 뒤집어 다시 공공 쓰레기통을 늘리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다. 거리를 깨끗하게 유지하는데 공공 쓰레기통의 유효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초구는 강남구 정책을 따라가지 않았다. 서초구는 그나마 있던 쓰레기통도 더 줄여서 지금은 언남중학교 정문 인근에 단 하나만 남겨놓고 있다고 한다. 그 바람에 서초구의 환경미화원들은 거리에 버려지는 쓰레기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매일 새벽 4시부터 자정까지 9명의 환경미화원이 치워도 쓰레기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쓰레기 배출량으로 보면 상황이 다르다고 한다. 강남구쪽 쓰레기통에서 수거되는 쓰레기는 하루 평균 800kg이지만, 서초구측 은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초구와 강남구는 이처럼 서로 다른 ‘쓰레기통 철학’으로 어떤 행정이 나은지를 경쟁하고 있다. 당장은 모르지만, 시간이 우열을 가려줄 것이 틀림없다.

쓰레기통을 두고 이처럼 강남구와 서초구의 접근이 다르듯, 재외국민 투표를 두고도 서로 다른 접근을 허용해보면 어떨까? 현재 재외국민 투표는 해외공관의 투표소에 직접 가서 해야 하다 보니, 투표율이 높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재외국민 투표권자 198만명 가운데 6만3800명이 투표해 3.2%의 투표율에 그쳤다. 재외국민들이 처음 투표에 참여한 4년전 총선의 투표율은 그보다 더 낮은 2.5%였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 진행하는 재외국민 투표가 이처럼 낮은 참여율을 계속해서는 의미가 있을까?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지역별로 인터넷투표와 우편투표 등을 허용해보면 어떨까? 일률적으로 직접투표 비밀투표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재외국민 투표에 대해서는 유연한 원칙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직접 비밀투표가 가능한 곳에서는 그렇게 하되, 지역이 너무 넓다든지 이동거리가 먼 경우에는 인터넷환경과 우편환경을 고려해 인터넷투표나 우편투표를 허용하는 유연성을 발휘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서로 다른 ‘재외투표 행정’을 지역별로 시험해보자는 것이 너무 과격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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