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내 마음에 담겨 있는 친구
[해외기고] 내 마음에 담겨 있는 친구
  •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4.15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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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지만 한낮에는 여전히 뜨거운 열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아열대 도시의 가을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하늘이 유난히 맑고 푸를 때는 바람난 처녀 아이처럼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은 유혹에 괜스레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문밖에만 나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피부로 느끼며 살아가지만 또 다른 곳을 찾아서 떠나고 싶은 갈증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호주 사람들은 베개를 끌어안은 채 자신들이 가보지 못한 새로운 곳으로 자주 여행을 떠나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끌어내리고 싶은 갈등의 표출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런 자유를 충분히 누릴 수 없을 때에는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

가장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아 있는 친구에게 말로 풀고 싶은 수다를 글로써 푸는 것이다. 지나간 시절에 우리는 이렇게 저렇게 했었는데 지금은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면서 엉켜 있는 실타래를 풀어 나간다.

성질 급한 내 친구는 편지를 받고 답장도 보내기 전에 국제전화를 한다. 나의 글에서 성급한 답장의 위기감을 느낀 것일까. 캐나다에 30 여 년 동안 살고 있는 내 친구 K는 교회에 온 가족이 열심히 다니며, 그저 ‘감사합니다’ 하는 기도를 하며, 기쁨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산다고 말했다. 어느 날 밤에 전화를 걸어온 K는 같은 교회에 다녔던 한 여인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한국에서 꽤 잘나가던 전직 가수로서 많은 사람들의 박수갈채 속에 살던 여자가 가족들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오게 되었다. 그녀는 군중들의 환호에 둘러싸였던 과거의 환상에서 헤어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비싼 옷을 입고 남보다 튀어야 하며, 교회에서 기도도 남보다 더 잘해야 하고, 음식도 더 좋은 것을 먹어야 되는 공주병 증세가 심각했었다. 모든 사람들, 심지어는 가족들조차도 늘 그녀에게 찬사를 보내야 만족하며, 그런 대우를 받지 못할 때는 우울증에 걸려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조차도 힘들 정도라고 했다.

K는 그녀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내고 좋은 관계를 가졌다. 그러나 작은 사업을 경영하는 친구가 일 때문에 바빠져서 만나는 기회가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교회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무시해서 배신감을 느끼며 외부와 단절한 채, 철저하게 자신을 가두고 어둠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내 친구는 자신의 우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서운함 때문에 한동안 무척 속상해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한 번 더 손길을 내밀게 되었는데 두 사람의 우정도 회복되었고 그녀도 다시 교회로 돌아왔으며 많이 밝아졌다는 소식을 전하는 친구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한 가득 담겨있는 듯 했다.

그것은 종교의 힘과 사람의 따사로운 연민의 정이 조화를 이루어서 한 가정을 밝음으로 이끌어 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민사회나 내가 태어나서 살아왔던 세상, 그 어디에서든지 모두가 함께 부대끼며, 함께 나누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진리라는 결론을 내리며 서로의 마음을 다독거렸다.

길어진 통화에 전화요금을 걱정하니 돈보다는 이어지는 우리들의 우정이 더 소중하다면서 밝게 웃는 친구의 목소리에서 따스한 햇살 같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구촌은 한 동네라고 말을 하지만 다른 대륙에서 떨어져 사는 우리들은 서로의 손길을 붙들기에는 너무 먼 거리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면 멀어진다는 말을 무시하고 가슴에서 가슴으로 통하는 가까운 길을 택하며 긴 우정의 끈을 이어가고 싶다.

내 마음에 담긴 친구와의 우정은 질긴 실타래의 인연으로 붙들어 진 것이니까. 이민사회에서 마음통하는 친구가 없다고 손을 놓지 말고 먼저 따뜻한 한 잔의 차를 내 이웃에게 전해준다면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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