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15] 통일신라 청동정병(淨甁)
[아! 대한민국-115] 통일신라 청동정병(淨甁)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6.08.27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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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2016년 6월20일.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흥전리사지(寺址)에서 발굴된 통일신라시대 청동정병 두 개가 처음 공개되었다. 기적과도 같이 몸체에 상처 하나, 흠집 하나 없는 완벽한 형태였다. 1천년을 땅 속에서 온전히 보전된 것이다.

그간 발굴된 통일신라 정병 가운데 가장 온전한 모양을 갖추고 있다. 특히 통일신라에서 고려시대로 넘어가는 양식 변천사를 보여줘 한국미술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통일신라 때 창건된 흥전리 사찰(정확한 명칭은 미상)은 고려초인 11세기께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에서 처음 사용된 정병은 중국을 거쳐 신라로 전해졌다. 정병은 승려들이 마실 깨끗한 물을 담았던 휴대품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향로, 촛대 등과 함께 불단(佛壇)에 올리는 공양구로 사용됐다. 관음보살이 늘 손에 쥐고 있는 고려불화 ‘수월관음도’에는 달빛이 비치는 바다 바위에 앉은 관음보살 옆에 언제나 버드나무 가지가 꽂힌 정병이 놓여있다.

청동정병은 불교가 융성했던 통일신라에서 고려시대에 주로 제작됐다. 지금까지 통일신라시대 것으로는 경북 군위 인각사, 충남부여 부소산에서 세 점이 나왔으나 형태가 일부 훼손돼 아쉬움이 컸다.

각각 높이가 약 35cm에 이르는 흥전리사지 정병은 시기는 비록 조금 늦지만 출토지와 제작시기가 분명하고, 모양도 원형 그대로여서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다. 절터 동쪽 건물 구들 위에서 출토됐으며 함께 나온 큰 항아리가 9세기 중반에 제작된 것으로 밝혀져 정병 또한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학계에서는 이번 발굴을 획기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으며 한국 청동정병의 기원에 해당하는 ‘국보급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미술사학자 최응천 교수는 “인각사 정병의 경우 상부의 뾰족한 부분인 첨대와 그 아래 몸체가 중국 당나라 양식을 충실히 따른 반면, 흥전리사지 정병은 첨대가 짧아지고 몸체 또한 동그래지면서 신라 고유의 양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청동정병은 고려시대에 와서 보다 정교해졌다. 청동 몸체에 실처럼 가는 銀(은) 무늬를 집어넣은 고려의 독특한 기법인 은입사(銀入絲)가 도입됐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국보 제92호 ‘청동은입사포류수금정병’(높이37.5cm)이 대표적이다. 정병의 재료도 청동에서 도자기로 확대되었고, 상감기법도 활발하게 적용되었다. 흥전리사지 정병에는 아무런 무늬도 새겨지지 않았다.

또한 이 정병은 통일신라시대 불교의 국내 전파 루트도 보여주고 있다. 남쪽 경주에서 출발한 불교문화가 태백산맥을 타고 당시 주요 선종(禪宗) 사찰이었던 설악산 진전사지까지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흥전리사지는 백두대간이 지리산으로 분기되는 한편 한강과 낙동강, 동해 수계(水系)가 나뉘는 요충지로 사찰이 교통로로서, 나그네들의 숙소 역할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 절터 5,400여 곳은 아직도 여전히 각종 문화재가 묻힌 보고(寶庫)라는 것을 이번에 출토된 흥전리사지 정병은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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