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18] 장충성당
[아! 대한민국-118] 장충성당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6.10.15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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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남북이 분단되기 직전 북한에는 57개 성당에 5만 2,000여명의 가톨릭 신자가 있었다. 19세기 말부터 지금의 북한지역에 성당들이 세워지기 시작했고, 가톨릭 신자가 늘어나면서 함경도와 평안도 지역이 교구로 지정되었다. 당시 새로 설정됐던 함경도, 평안도 교구들은 미국에서 온 메리놀회, 독일에서 온 베네딕트 수도회가 관할하게 되었다. 중국에서 활동하던 메리놀회 선교사들은 남으로 내려와 평안도에 자리를 잡고, 서울에서 활동하던 베네딕트 수사들은 북으로 올라가 함경남도에 신학교를 세웠다. 덕원신학교가 그것인데, 광주의 윤공희 대주교와 원주의 지학순 주교도 월남하기 전 한 때 이 학교를 다녔다.

해방되던 무렵, 한반도 가톨릭 신자 수의 27%를 차지했던 북녘 교회는 공산정권의 박해와 6.25한국전쟁을 겪으며 표면적으로는 5년 만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교회 성직자들은 행방불명되거나 살해되었고, 교회재산은 북한 공산당 정권에 몰수되었다. 1949년에는 고위 성직자인 독일인 사우어주교가 체포돼 이듬해 평양 감옥에서 순교했다. 사우어 주교의 체포에 항의하던 홍용호 주교는 납치되어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패트릭 번 주교와 신부, 수녀들은 인민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뒤 여러 지역으로 끌려 다니는 ‘죽음의 행진’ 중에 목숨을 잃었다. 북한의 57개 성당은 사진만 남았을 뿐 모두 파괴되고 숨은 신자들과 조직에 대한 이야기는 소문으로만 떠돌았다.

그러나 북한 교회에 대한 집념은 한국천주교회에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지금 북한에 상주하는 성직자는 없지만, 통일이 되면 북한에서 활동할 사제 지망생을 미리 뽑아 양성하고 있다. 그래서 남한에도 평양·함흥교구 신학생이 있다. 로마교황청은 북한과 관계있는 남한교구의 대표들에게 북한교구의 직무대행(서리)을 맡겼다. 평양교구장 서리는 서울 대교구장이, 함흥교구장 서리는 춘천교구장이, 덕원자치수도원 구장서리는 한국 베네딕트회 대수도원장이 맡고 있다. 평양교구장 서리를 맡았던 김수환 추기경은 당신의 생전에 평양을 방문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했지만 끝내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13년 6월 25일, 경기도 파주에 남과 북이 함께 힘을 합쳐 지은 ‘참회와 속죄의 성당’이 문을 열었다. 이 성당의 외관은 평안북도 진사동 성당을, 내부는 함경남도 덕원의 수도원 성당을 본 떠 지었다. 성당 천장에 설치된 모자이크화는 북한의 만수대 소속 작가들이 만들었다. 2015년 12월에는 남한의 주교단이 북한의 공인 가톨릭 단체인 조선가톨릭협회의 초청을 받아 평양을 방문하고,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북한 신자들을 축복해 주었다.

최근에는 사우어 주교, 홍용호 주교 등 남북 분단시기에 교회를 지키다 순교한 성직자들을 ‘복자(福者)’로 추대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예비심사가 잘 마무리되면 교황청 심사로 이어진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북한의 57개 성당을 알고 기억하자는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건물은 사라졌어도 실향민 신자들이 생생하게 증언하는 북녘 성당의 역사 역시 한국 천주교회의 소중한 발자취이기 때문이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매년 6월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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