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폴란드에 LG전자 주재원으로 올 때만 해도 배추를 구하기 어려워 김치를 담그기가 몹시 어려웠어요. 어느 한인 주부가 어렵사리 배추 파는 곳을 찾게 되더라도 혼자만 싹쓸이 하고 가까운 친구에게도 가르쳐주지 않을 정도였죠.”
지난해 12월 바르샤바에서 열린 폴란드한인회 정기총회에서 제10대 한인회장으로 당선된 고신석 회장은 이젠 어느 마트에 가더라도 배추를 쉽게 구할 수 있고, 2000년대 초반 유럽여행을 할 때면, 남한이냐 북한이냐 물어보는 게 통상적인 질문이었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의 위상도 많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난 30년간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폴란드한인회에서 활용하고 싶고, 폴란드 교민들에게 한인회가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도록 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고 회장은 제10대 한인회의 슬로건으로 ‘소통과 화합’을 내걸었다. “대한민국 면적의 6배에 달하는 폴란드 곳곳에 흩어져 사는 한인 가족들이 한마음으로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며, “특히, 폴란드와의 문화교류를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인들과 현지인들이 교류를 통해 문화적 동질성을 가짐으로써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비즈니스 기회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게 고 회장의 생각이다. 또,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한인가족들에게 각종 행사, 생활정보, 주요 연락처 등 필요한 정보를 모은 ‘한인연보’를 매년 제작·배포하고,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유익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고 회장은 “폴란드 한인가족들의 단합과 화합을 위해 문화예술, 체육활동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특히, 바르샤바 다음으로 많은 거주자들이 살고 있는 ‘브로츠와프’에 지회를 운영해 보다 많은 한인가족들이 혜택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인회 운영의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상당수 한인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고 회장은 “이런 이유로 지역·계층간 소통과 화합이 절실하다”며 “앞으로 한인회가 풀어야 할 과제로 여기고 최선을 다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고 회장에 따르면, 폴란드에 한인들이 본격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대우자동차가 진출하면서부터이며, 이후 LG, 삼성 등 대기업 투자진출이 확대됐다. 최근에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대거 투자하면서 한인사회가 날로 확대되고 있고, 유학생들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이다. 폴란드는 EU 가입 이후 꾸준한 투자로 도로 등의 인프라가 잘 정비돼 있고, 환경이 깨끗해 전반적으로 외국인이 생활하기에 좋은 편이라고 한다.
고 회장은 지난 1999년 LG전자 주재원으로 폴란드에 가게 됐다. 6년간의 주재원에 이어 협력사 법인장으로 6년을 근무했고, 이후 현지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2014년부터 월드옥타(World-OKTA) 바르샤바지회장을 맡은 이후, 30년간의 제조업을 떠나 남은 인생을 무역업으로 전환하고자 작년에 공장을 정리했다. 현재 바르샤바에서 대형마트를 운영하고 있고, 공장을 운영할 때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한인사회 봉사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폴란드 항공사 LOT에서 서울과 바르샤바 간 직항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양국은 더욱 가까워졌고, 최근에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폴란드에 투자하거나 거주하기 위해 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고 회장은 “그 분들에게 한인회에서 도움을 주려고 구상 중”이라며, 폴란드에 투자하기 전에 KOTRA나 한인회를 통해 사전에 충분히 준비할 것도 조언했다.
고 회장은 재외동포재단의 지원과 관련해 “폴란드처럼 한인사회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지역에 대한 면밀한 현지조사와 추가 지원을 실시함으로써 한국의 위상도 높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