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안 명소] 혜초 스님이 기우제 지내던 ‘선유사’
[中 시안 명소] 혜초 스님이 기우제 지내던 ‘선유사’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7.03.13 14: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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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세계인… 한·중 협조로 혜초기념비 등 건립돼 있어

8세기 초에 쓰인 책으로, 신라 승려 혜초(慧超, 704~787)가 인도(천축) 5국(五國) 부근의 여러 나라를 순례하고 그 행적을 적은 여행기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은 <동방견문록>, <동유기>, <이븐바투타 여행기> 등 세계 4대 여행기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요컨대, 왕오천축국전은 혜초가 723년부터 727년까지 ‘천축’을 중심으로 서역을 돌아보고 저술한 흥미진진한 대여행기이자, 문명탐험기라 평가할 수 있다.

신라인 혜초가 중국으로 건너간 시기는 정확하지 않으나, 서기 719년경(신라 성덕왕 18년)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인도 승려 금강지(金剛智)에게서 밀교를 배운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인도로 가게 된 것도 금강지의 권유 때문이라고 알려지고 있으며, 삼장법사로 유명한 현장(玄奘, 602~664년)이 육로로 인도를 간 데 반해 혜초는 해로를 이용했다.

혜초는 광저우를 떠나 인도에 가서 각지를 순례하고, 불교문화가 꽃폈던 간다라, 바미얀 등 서역을 돌아보고 육로(실크로드)를 통해 당나라의 수도 장안에 도착해 <왕오천축국전>이라는 불후의 기행문을 남겼다. 그리고 대흥선사(大興善寺) 등에서 머물면서 밀교(密敎)를 연구하고 많은 불경을 번역했다고 주시안총영사관(총영사 이강국)은 설명하고 있다.

신선이 노는 곳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시안의 선유사(仙游寺)를 최근 방문한 이강국 주시안총영사에 따르면, 혜초스님은 당나라 대종(代宗)으로부터 가뭄을 해소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선유사 옆 옥녀담(玉女潭) 거북바위에서 기우제(祈雨祭)를 주관하기도 했다. 이 바위에는 ‘혜초기우제평’이라고 새긴 글이 남아있는데, 아주대학교 변인석 교수가 우제기록을 발견했다.

▲ 혜초 스님이 당 대종의 부탁을 받아 기우제를 지냈던 거북바위에는 ‘혜초기우제평(慧超祈雨祭坪)’이란 글이 새겨져 있다.[사진=주시안총영사관]

현재의 선유사는 댐 공사로 인해 원래 위치에서 이전한 것이고, 선유사 법왕탑 등 사찰당우는 중국정부에 의해 사찰지로부터 2.8km 떨어진 곳에 새로 복원됐다. 특히 혜초가 기우제를 지냈던 옥녀담 거북바위는 대한불계조계종 등의 노력으로 옮겨졌다. 혜초스님을 기리기 위해 조계사, 선유사 문물관리소 등이 협조해 지난 2001년 ‘신라국고승혜초기념비(新羅國高僧慧超紀念碑)’와 ‘혜초기념비정’을 건립했다.

혜초가 살아 있을 때 신라로 귀국한 흔적을 비롯해 그 이후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고 787년에 입적한 것으로만 전해진다. 인도 전역은 물론, 이란, 아프카니스탄 등의 이슬람, 페르시아 문명권과 우스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까지 다녀온 혜초를 한국 최초의 세계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한편, ‘한국 문학 최초의 외국 기행문’이면서 ‘최초의 불교 유적 순례기’로 평가받고 있는 <왕오천축국전>은 1908년 중국 둔황의 천불동(千佛洞)에서 프랑스인 폴 펠리오(Paul Pelliot, 1878~1945)에 의해 발견됐고, 현재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펠리오가 발견한 두루마리 형태의 왕오천축국전은 필사본이며, 세 권의 여행기를 축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사찰지로부터 2.8km 떨어진 곳에 복원돼 있는 법왕탑 전경.[사진=주시안총영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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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원 2019-09-24 22:58:56
불교사학계의 큰 족적을 남기셨던 고 변인석 교수님께서 2019년 9월 21일 별세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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