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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머무르고 싶은 정거장
2017년 08월 02일 (수) 08:29:00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teresacho7378@hotmail.com

   
▲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겨울 햇살은 눈부시게 베란다에 쏟아지는데 어깨는 시리고 몸은 움츠러드니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내 체질 탓이라고 억지를 부려보지만 “나이는 못 속여”라는 정답을 듣게 된다.

마음은 팽팽하게 튕길 듯 살아있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는 이유를 정확하게 집어 내주는 표현이다. 자연의 섭리에 순종하며 받아들이는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 탓이라 여겨진다. 내 곁에 있는 작은 것 하나에서 느끼는 풍요로움과 기쁨을 행복으로 가는 길목이라 생각하며 살고 싶다. 하지만 거울을 보면 눈가에 생긴 주름과 이마 한가운데에 뚜렷하게 패인 두 줄의 주름에서 연륜을 읽기보다는 서글픔이 앞서는 평범한 여자가 되어 버린다. 로맹 가리의 <여자의 빛> 중에서 이런 대화가 나온다.

“그런데 내가 늙어서 예순 살이 되면?”
“당신 말은 배, 가슴, 엉덩이 같은 게 늙는 걸 말하는 거야?”
“물론 그렇지. 그런 생각을 하면 겁나지. 안 그래?”
“아니 겁 안 나.”
“어떻게 겁이 안 날 수가 있어? 내 피부가 늙은 피부가 되는데?”
“늙은 피부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그건 사랑이 없을 때의 이야기야.”

‘우리에게는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고, 연민과 사랑을 베풀 권리가 있다.’라는 책의 글귀를 새삼 떠올리며 동년배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최근에 UN에서 나이에 대한 재정립을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세상이 100세 시대라고 떠들고 있고 실제로 장수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나이에 대한 기준치를 새롭게 정리한 것 같다. 그 분류를 보면 1-17세가 미성년 기, 18-65세가 청년기, 66-79세가 중년기, 80-99세가 노년기이고, 100세 이상은 장수자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래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 늘 청춘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여행하며 살라는 충고까지 덧붙이고 있다.

한 프랑스인은 은퇴를 한 후에 50년 전 시에라리온의 한 학교에서 근무했던 시절을 떠올리고 그 학교를 방문하게 됐는데 큰 감동을 받았다는 토막 뉴스도 보았다. 남은 생을 후회하지 않고 보람되게 살기 위해서 스스로 원하는 길을 찾아나서는 용기도 필요하지 않을까싶다.

한국에 있는 친구와 카톡으로 가끔씩 대화를 나누며 학창시절로 되돌아 간 듯 수다를 떨며 잠시 시간이 정지된 즐거움을 갖는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변하지 않은 그녀의 성격이 놀랍고 재미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고 안부를 물으니 정년퇴임한 남편과 함께 돈쓰는 재미(?)로 산다고 했다. 할 일이 없으니 천장만 쳐다보고 사는데 간혹 퇴임한 부부들을 만나서 사는 이야기도 하고 맛 집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니 자기는 남편 덕에 팔자가 늘어졌다면서 큰 소리로 웃었다. 남겨진 삶도 제발 그렇게 웃어가며 긍정적인 사고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지난 생활을 직선으로 달려왔던지 또는 곡선을 그리며 살아왔든 지간에 앞으로도 멈춰서야 할 임시정류장이 꽤 남아있을 거라고 짐작이 된다. 남의 눈치를 너무 보지 말고, 나이도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빛깔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나는 오늘 얼마나 웃으며 지냈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얼마만큼 미소 짓게 만들었는지를 재는 행복지수 측정 계가 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이 잠시라도 편안하게 쉬어 갈 수 있는 정거장,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마음의 쉼터를 만들어보자. 그래서 누구나 머무르고 싶은 정거장을 우리 곁에 만들어 보는 거다.

행복이 머물 수 있는 사랑의 의미란 깊이, 넓이, 순수성, 지속성, 표현이 함께 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이 악을 이길 수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을 정화시키고, 빛을 비추며 관용을 베푸는 마음을 가진다면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선이 악을 누를 수 있다는 신부님의 강론 말씀을 되새겨 본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시대에 살면서 사람들의 가슴은 더욱 메말라 가고 격리된 삶으로 채워지는 불안도 생긴다. 그래도 나누고 또 나누다보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진다. 오래전에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은 후에 큰 감동을 받아서 내가 쓴 글이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서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움켜진 두 손을 크게 펼치고 마음을 비운다면 그 속에서 납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의 비법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나 자신의 진정한 보물은 자아의 정화가 될 수 있다. 결국 연금술에 대한 꿈은 삶의 강한 의지를 찾고 싶은 허약한 인간의 욕망에서 나오는 것이다. 결론은 움켜잡는 욕심을 버리고, 누구나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마음의 정거장을 만들면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이제부터 내 인생의 연금술사가 되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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