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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한민국-137] 나물
조선조 ‘구황본초’에 852종 나물 등장
2017년 08월 12일 (토) 06:55:57 김정남 본지 고문 wk@worldkorean.net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언론인 홍승면(1927~1983)은 우리 민족의 나물 문화에 대하여 이렇게 썼다. “나물 문화는 우리핏속에 녹아있다. 일제 강점기, 북간도에는 여러 민족이 살고 있었다. 조선인, 일본인, 중국인, 러시아 사람들, 그리고 주변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섞여 살았다. 그 중 조선사람을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이른 봄, 나물 바구니를 끼고 산에 오르는 이들은 모두 조선사람이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조선사람들은 봄만 되면 산과 들로 나물을 캐러 다녔다.”

한국인과 나물과의 인연은 건국신화에서부터 시작한다. 건국신화에 쑥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만큼 인연이 깊고, 나물에 대한 사랑이 오래고 친하다. 삼국유사의 기록에서부터 조선시대의 농서(農書)들과 문헌에는 나물의 식용법이 켜켜이 담겨있다.

조선조 ‘구황본초’에는 산과 들나물을 포함한 851종의 나물이 등장한다. 먹을 수 있는 취나물만해도 20여 종이 넘는다. 우리 민족은 나물에 관한 한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콩을 먹는 민족은 많지만, 싹을 틔워 콩나물로 먹는 민족은 드물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독일의 산 속에서 고사리를 발견하고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신대륙 아메리카에서 나물을 뜯는 사람들도 여지없이 한국인들이다.

나물은 신라의 물건이라는 뜻의 ‘라물(羅物)’이나 ‘생것(物)’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으나 근거는 없다. 나물이란 단어는 조선시대 한자 학습서 ‘훈몽자회(1527년)’에 처음 등장하는데 ‘명물기략(名物記略,1870년)에는 먹을 수 있는 풀(草之可食者)의 속언으로 ‘나물’이라 한다는 구절이 있다. 한국인의 나물 먹기는 숭불사상에 따라 육식을 금기시 한 고려시대에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규보(1168~1241)가 ‘동국이상국집’에서 봄나물을 노래한 것을 보면 일찍부터 나물이 한국인의 식생활에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친 미각에 봄나물은 봄 타령의 첫 장단이었고, 풋나물 따라 식욕도 싹텄다. 한국인은 이렇게 봄이면 산과 들에 나가 나물을 캐먹으며 봄 미각을 채웠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자였던 정약용(1762~1836)은 경기도 광주 천진암에 사흘간 머물며 냉이, 고사리, 두릅 등 산나물 56종을 먹고 즐겼다는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봄에 나물을 캐먹는 것이 미식이나 낭만을 즐기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봄나물은 보릿고개에 주린 배를 위로하는 구원의 음식이었다. 기근이 계속된 조선 후기에는 나물이 구황식품 415종 중 322종을 차지했다. 나물은 크게 텃밭에서 가꾸어 먹는 남새와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푸새로 나뉜다. 요즈음은, 산나물을 농산물로 재배하는 농가도 늘고 있다.

나물은 주로 데쳐서 들기름, 참기름, 된장에 무쳐 먹었지만 흰밥에 나물국을 끓여 먹기도 했다. 나물은 생채, 숙채, 튀김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밥상에 오른다. 봄과 여름에 나는 나물을 장아찌로 담거나 삶아서 말려 두었다가 나물이 나지 않는 겨울철에 꺼내 먹는 저장요리법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물의 강점은 제철식품이라는데 있다. 봄, 여름, 가을에 나는 나물이 따로 있고, 그것을 한데 섞어 싸먹는 쌈밥이나 비벼먹는 비빔밥이야말로 한국인의 보편적이면서도 대표적인 식도락이다. 나물이 있어 쌀밥과 비빔밥이 나올 수 있었다.

   
▲ 고사리 나물[사진=한식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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