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투표와 전자투표가 대안이다"
"우편투표와 전자투표가 대안이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1.03.17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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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증혁 세계한인유권자총연 수석부회장 심포지엄 발제

 
"재외국민이 투표를 참여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입니다. 투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어야 참정권 허용의 취지가 살아납니다"

3월16일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설증혁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수석부회장의 말이다. 그는 이틀 뒤인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서 열리는 재외참정권 심포지엄' 재외국민 선거, 이대로 문제없나'에 발제를 맡는다.

김재수 전LA 총영사와 함께 발제를 맡는 그는 "재외국민 참정권을 허용해놓고 투표하기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메르세데스 벤츠차를 선물하고도 정작 자동차키를 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가 본지에 보내온 발제문이다.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설증혁입니다. 오늘 많은 분들 앞에서 이렇게 주제발제를 하게 돼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LA와는 자동차로 두시간 걸리는 거리입니다. 이곳에도 우리 한인들이 5만명가량 살고 있습니다.

내년에 재외국민 투표를 하게 되면, 우리도 LA 공관에 가서 하게 됩니다. 현재 미국에는 총 12개의 공관이 있습니다. 각 공관 가운데 많게는 13개주를 관할하는 공관도 있습니다.

제가 속한 로스엔젤레스총영사관은 아리조나 네바다 뉴멕시코 사우스캘리포니아를 담당구역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리조나주 노갈레스에서 투표에 참여한다고 이렇습니다. 우선 노갈레스에서 투산까지 자동차로 2시간을 가야 합니다. 투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로스엔젤레스 공항으로 오게 됩니다. 비행시간이 한시간 반입니다.

그리고 로스엔젤레스 공항에서 총영사관으로 가야 됩니다. 자동차로 40분이 걸리는 거리지요. 비행장 대기시간까지 계산하면 LA를 오가는데 1박2일이 걸립니다. 하루만에 공관에서 일을 보고 가는 것은 무리입니다. 투표한다고 긴 줄을 선다면 더더욱 무리입니다.
그럼 비용은 얼마나 될까요. 항공요금만 해도 왕복 440달러입니다.식사하고 숙박까지 하면 700-800달러가 드는 것입니다.

현행 규정에는 투표를 위해 공관을 두번 방문하도록 돼 있습니다. 선거인 등록을 하러 한번 들러고, 나중에 투표하러 한번 들러야 합니다. 다시 말해 투표를 한번 하는데, 3-4일의 시간과 1500달러 정도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투표를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내 13개 주를 관할하는 공관이 시카고 총영사관입니다. 노스다코다주도 시카고 총영사관 관할입니다. 노스다코다는 시카고에서 1500km 떨어져 있습니다. 서울-부산의 3배가 넘는 거리입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노스다코다의 재외국민들이 투표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현행 규정이 이처럼 공관에서 원거리에 거주하고 있는 분들의 투표 참여를 사실상 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는 지난해에 현행 재외국민 선거 규정이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신청을 냈습니다. 국민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입니다. 원거리거주자에 대한 차별이고, 투표 참여를 위한 비용이 부담되는 분들에 대한 차별입니다.

투표소 규정도 마찬가지입니다. 현행 규정은 공관내에 투표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LA의 경우 20-30만명이 투표를 해야 하는데, 이 많은 인원이 LA총영사관에서 투표한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재외국민 투표는 투표를 할 수 있는 일자가 6일이나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LA총영사관에서 하루에 5만명씩 투표를 할 수는 없습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한국의 경우 한 투표소에서 2000-3000명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재외국민에 대한 참정권 허용의 원래 취지를 살리려고 한다면 투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외국민 참정권의 핵심은 투표의 편리성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와 관련해서 그동안 많은 논의들이 있었습니다.

투표소를 확대도 그중 하나입니다. LA 한인회장 선거만 해도 투표소를 너댓군데 둡니다.
투표를 편리하게 하도록 한 것입니다. 그래야 참여도가 높고, 투표의 정신이 살아납니다.
그래서 재외국민 투표도 참여를 많이 할 수 있도록 투표소를 늘리자는 주장이 제기된 것입니다.

체육관을 빌려서 하자, 한인회관을 빌려서 하자, 교회를 빌려서 하자는 등 방안이 다양합니다. 하지만 투표소 확대는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있습니다. 몇군데 설치하자면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그리고 투표소 설치지역과 안된 지역 사이의 불만도 있을 것입니다.

시카고 총영사관 관할인 13개 주에 모두 투표소를 설치하고, 또 주마다 몇군데씩 설치하는 게 과연 현실적이고 효율적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는 보안 문제입니다. 투표용지를 누군가가 가져가버리게 되는 일이라도 생기면 정말 곤란해집니다.

사전에 미국 경찰의 협조를 구해서 도움을 받는다고는 하더라도, 그 또한 적은 비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얘기되는 것이 순회투표소 입니다.
6일간의 투표기간이 있으니까 투표함을 실은 차량이 지역을 돌면서 투표를 하자는 것입니다. 투표소 확장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대안이라고 하지만, 이또한 적잖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공관에 따라 몇대의 차량을 확보할 것인가, 보안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이 난제라 할것입니다.

우편투표가 대안으로 제기되는 것은 이때문입니다. 전자투표라고 부르는 인터넷을 통한 투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편투표나 전자투표는 우선 쉽습니다. 사람들이 큰 비용을 들여 움직이지 않아도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도 가장 쉽게 투표할 수 있습니다. 보안 문제도 해결됩니다. 투표함을 잃어버릴 일도 없습니다.

한가지 문제는 대리투표가 가능할 수 있지 않는가 하는 점일 것입니다. 자녀가 부모님을 대신해서 투표할 수 있고, 단체의 누군가가 회원들을 대신해서 투표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게 문제로 떠오릅니다. 이것은 정당한 지적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선진국들에서도 우편투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OECD 국의 3분의 2가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관투표와 함께 우편투표도 실시하는 나라는 영국과 일본을 포함해 20개국입니다. 우편투표만 하고, 공관투표를 하지 않는 나라도 미국 이탈리아 등 26개국에 이릅니다.

한국은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에 드는 나라입니다.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경제와 문화 어느 것도 다른 나라에 뒤질게 없습니다. 수준 낮은 국민을 가진 나라가 이러한 성취를 이뤄낼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 국민의 수준이 이미 우편투표를 실시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정도가 됐다는 것입니다.

우편투표를 빨리 실시해야 합니다. 나아가 전자투표도 빨리 도입해야 합니다. 그래서 재외국민들이 쉽게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허용한 취지가 살아납니다.

앞으로 재외국민은 갈수록 많아질 것입니다. 한국은 해외로, 세계로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해외에 나간 재외국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어디서나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홍보입니다. 지난해 11월 모의투표 결과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이 홍보가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정부는 홍보를 강화해야 합니다. 재외국민 참정권을 허용한 이상, 투표가 유효한 수준이 되도록 홍보를 강화해야 합니다. 재외국민들이 투표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제도도 편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제 발제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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