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평통 해외지역회의, ‘자문(諮問)’ 구하는 자세가 아쉽다
[사설]민주평통 해외지역회의, ‘자문(諮問)’ 구하는 자세가 아쉽다
  • 논설위원실
  • 승인 2010.06.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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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베이징에서 온 김동진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은 중국 포스코 대표다. 한중수교 이래 줄곧 중국에 머물며, 우리 철강의 현지 수출시장을 개척해온 베테랑 사업가이다. 중국 주재기간이 20년이 넘는 만큼, 그와 절친한 중국 인사들도 수두룩하다.

기업인들은 물론이고 고급관료, 정계, 학계 등 다양한 인맥을 자랑한다.
또 노용악 해외자문위원은 한때 LG부회장으로 LG그룹의 중국사업을 총괄했던 대륙사령관이었다. 지금은 베이징과 옌타이를 오가며 중국과의 ‘관계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에서 온 전성진 해외자문위원은 LG상사에서 잔뼈가 굵은 대륙통이다. 그 역시 중국 근무가 20년에 가깝다. LG 상사 중국 대표를 지내기도 한 그는 지금 상하이에 눌러앉아 우림건설의 중국 건설시장 개척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파라과이에서 온 박화식 해외자문위원은 한국에서 가장 멀리서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의 이사장이다. 남미 이민 25년째인 그는 의류업에 종사하면서도 4500명 아순시온 교민들의 2세들이 우리말과 우리 전통을 잊지 않도록 하는 일에 물심양면 노력하고 있다.

런던에서 온 박화출 해외자문위원은 영국으로 입양되어간 한인들을 돕는데 열심이다. 런던에서 경영하는 식당을 한인입양인 사랑방으로 만들었던 그는 유럽의 한인입양인 후원회장들과 함께 유럽에 있는 한인 2세들과 한인입양인들의 교류를 위해 이들이 함께 하는 체육대회도 이미 4년째 개최해오고 있다.

이들 모두 스스로의 주머니를 털어서 이 같은 일을 해오고 있다. 이들만이 아닐 것이다. 최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된 민주평통 해외지역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하나 하나가 제각각 보석 같은 경험을 가진 자랑할 만한 사람들이다.

이른바 해외에 있는 우리의 보배들이자 경험 가득한 자산이다. 민들레 홀씨처럼 세상으로 퍼져가서, 꿋꿋하게 뿌리내리며 성공의 꽃을 피운 이들이니 오죽 하겠는가. 이런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사실 쉽지 않다. 민주평통 해외지역회의는 그런 점에서 아주 좋은 기회다. 하지만 이렇게 귀한 보배들을 모아놓고 정부가 실제로 진행한 프로그램을 보면 여러가지 아쉬운 느낌이 든다.

우선 물어보는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이다. 자문회의는 말 그대로 물어보는 회의다. “나라의 큰 일이 있으면 반드시 나이 많은 이들에게 물으라(國有大政, 必諮之于故老)’’는 말이 있다.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말로, 자(諮)자의 용법을 설명할 때 흔히 인용되는 글귀다. 그런데 워커힐의 프로그램을 보면 방향이 바뀐 것 같다. 해외의 자문위원들을 불러 그들에게 자문을 받는 게 아니라, 되려 자문을 해주고 싶어했던 듯하다.

MB정부 2년간의 성과를 홍보하는 동영상 상영에 이어,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의 강연, 4대강살리기 현황보고를 통한 4대강사업 홍보, 사공일 위원장의 G20 정상회의 준비상황 보고 등이 3박4일 일정을 메운 주요 행사들이다.

강연 하나 하나를 두고 뜯어보면 사실 금쪽 같은 것이다. 하지만 전세계에 퍼져있는 우리 민족의 ‘경험의 자산’을 다 모아 놓고 우리 정부 쪽에서 ‘교육홍보용’ 강연만 하는 것은 너무 낭비가 아닌가 하는 게 우리의 시각이다. 그리고 천안함사태에 대한 대북 결의를 이끌어낸 것도 너무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소행을 묵인하자거나, 그들의 잘못을 비난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전세계에 퍼져 있는 우리 민족의 ‘고로(故老)’들을 불러모아서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한 강력한 규탄’을 이끌어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겨우 그것뿐인가 하는 게 아쉬움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나온 과거 정치사에서 본 듯한 장면이기도 하다.

과연 그것 말고 다른 방안은 없었을까? 차라리 해외의 ‘고로(故老)’들에게 작금의 정치적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 지 물어볼 수는 없었을까? 2년에 한번 열리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지역대회가 이 같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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