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강남옥 시인 ‘토요일 한국학교’
[신간] 강남옥 시인 ‘토요일 한국학교’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7.12.14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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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누이가 보내온 손 편지 같은 시편들”··· 55편의 시 담겨
강남옥 시인
강남옥 시인

일주일에 고작
세 시간 하는 우리, 토요일 한국학교
빠진 이처럼 몇은 결석
띄어쓰기 다 틀린 작문같이 몇은 지각
“썽생님, 소쩍새가 모하는 거야?”
고급반 한국어 시간 미당의 시 한 수 도전하다 접는다

왼손으로 한국어를 쓰는 아이들
책을 말아 머리통 쥐어박으면
“It’s illegal 썽쌩님”
농담까지 한다

진달래꽃 번역 숙제 검사하다
웃다 웃다 눈물 철철 흘린다
‘너가 나 다 쓰고 피곤해서 버리면(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나가 너가 가는 길에 꼬츨 깔을 거야(진달래꽃 가시는 걸음걸음 뿌리오리다)
고걸 살살 발고 가(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소월도 이 번역 읽어본다면
나처럼 웃다 웃다 눈물 철철 흘리며 이 녀석들
품에 안을 것이라 믿는다

- 시집 「토요일 한국학교」, 토요일 한국학교 -

강남옥 시인이 최근 「토요일 한국학교」(모악, 151p)라는 시집을 펴냈다. 199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간이역에 내려’가 당선되면서 박기영, 안도현, 장정일 등과 ‘국시’ 동인으로 활동했던 강남옥 시인은 1990년 미국 필라델피아로 이주해 지금까지 그곳에서 살고 있다. 미주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현재는 미국 통신회사에서 일하는 그는 1994년부터 주말 한국학교에서 차세대들과 현지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토요일 한국학교」에는 총 55편의 시가 담겨 있다. 이중 52편이 미 발표작이다. 시집은 ‘호코 코메리카니쿠스, 그들은’, ‘필라델피아에 살다’, ‘보헤미안 랩소디’, ‘구겨진 것들에 바침’ 등 4부로 구성돼 있다.

박성우 시인은 추천 글을 통해 “「토요일 한국학교」는 필라델피아에 사는 누이가 보내온 손 편지 같은 시편들”이라고 소개했다.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온 이 시편들은 울면서도 웃게 만드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시집을 품에 안고 한 시절 건너도 좋겠다”고도 권했다.

토요일 한국학교는 강남옥 시인이 30여년 만에 펴낸 시집이다. 긴 세월 동안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면서도 시인은 모국어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고 그리움을 잊지 못했다. 토요일 한국학교에는 코레아와 아메리카 사이에 놓여 갈등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시인에게 코레아는 과거이며 아메리카는 현재이다. 하지만 시인은 그 어느 곳에서도 안식처를 찾지 못한다. 그럴 까닭에 시인은 스스로를 ‘호모 코메리카니쿠스’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강남옥 시인
강남옥 시인

우리가 훗날 건너가
더 훗날 다시 만나자던 그
요르단 강인듯
70년대 명절 단대목에 가던 목욕탕인 듯

한국 소주 까며 끼리끼리
그리운 섬처럼 사는 보통 한국 사람들에게 JFK는
미간 넓은 재클린 케네디의 남편 이름이 아니다

치약이나 손톱깎이 모조리 훑어 뺏는 무정한 손
가고픈 곳, 가고 싶지 않은 곳, 바람 많은 눈물의 징검다리
그 게이트 건너지 않고는 위독한 어머니께
직항으로 갈 수 없는 좁은 문이다.

가슴에 넣어온 작은 종 딸랑딸랑 흔들며
미국에게 이리 오너라~ 할 때
낯선 집 앞 우두커니 문 열리기 기다리는
막다른 골목이다
생을 뒤집어 단숨에 돌아가기엔
오래 서성거려야 하는
서성이다 발길 돌려 정글로 돌아가는
미국 동북부 보통 한국 사람들에겐 언제나
Just From Korea

- 시집 「토요일 한국학교」, JF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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