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코리안 문단] 어디로 가시나요?
[월드코리안 문단] 어디로 가시나요?
  • 이대기 (시인, 월드코리안신문 광고사업본부장)
  • 승인 2018.01.08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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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길을 가르켜 주면서 생긴 일
이대기 시인(월드코리안신문 광고사업본부장)
이대기 시인(월드코리안신문 광고사업본부장)

오늘도 지하철에서 길을 묻는 어떤 분에게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 드렸다. 길을 안내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내게는 다른 사람에 비해 훨씬 자주 일어나는 일인 것같은 느낌이다. 새해 들어서도 두번이나 일어났다. 1월 2일과 오늘 1월 8일에 생긴 일이다.

오늘은 월요일 오후여서 지하철 역사가 붐비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후 3시경에 강남고속터미날역 지하철 3호선에서 7호선으로 환승하려고 부랴부랴 걸어가는데, 나이 드신 여자 분이 큰 소리로 나를 불렀다. 깜짝 놀라 왜 그러시냐고 물으니 "일산 가는 3호선을 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라고 묻는다. 순간 이쪽인지 저쪽인지 헛갈려서 잠시 생각을 하고는 정중하게 가르쳐 드렸다. "저 쪽으로 가셔서 계단을 내려 가시면 됩니다". 그러자 고맙다는 말을 여러번 하면서 그 쪽으로 갔다.

해가 가면서 길을 물어보는 사람에게 정확히 길을 안내하기가 전에 비해 좀더 어려워지는 것을 확실히 느낀다. 살다보니 언젠가부터 이상하리만큼 내게 길을 묻는 사람들이 많다. 지하철이나 강남 번화가에서는 특히 그렇다. 대개 중년이나 더 나이 드신 여성분들이다.  때로는 지방에서 상경하신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도 있었다. 심지어 외국인들도 지하철이나 버스를 어떻게 타고 가는지 묻는 경우가 여러차례 있었다. 내가 좀 쉽게 길을 알려줄 것같은 사람이어서인가? 그런 게 내 얼굴이나 모습에서 나타날까? 

오늘은 어렵지 않게 길을 안내해 놓고서도 한참을 서서 생각했다. 내가 그 여자 분에게 길을 제대로 알려 주었는지를 거듭 생각해 보았다. 왜냐하면 일주일 전 쯤에 잘못 알려준 일이 있어서였다. 그러니까 1월 2일 아침 출근길이었다. 그날은 시무식이 있어서 마음을 새롭게 다잡아 먹고 회사가 있는 3호선 남부터미날역에 8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계단을 올라 다음 계단을 향해 다급히 가는데 40대 중년의 여자 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그 시각에는 출근길이라 사람이 많았다. "압구정역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나요?" 하고 묻는데 갑자기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16년간을 쉬지 않고 출근했던 지하철 출구인데도 말이다. 잠깐 멍하니 있다가 내가 왔던 계단의 반대 방향으로 가면 된다고 손짓으로 가르쳐 드렸다. 그러고는 고맙다고 말하고 등을 돌려 가는 여자분을 갑자기 다시 불러 세웠다. 그리고는 고쳐서 길을 가르쳐줬다. "잠깐만요! 아니! 그쪽이 아니고 이쪽으로 가세요!" 나는 반대쪽 방향을 가르켰다. 내가 정신이 없어서 방향을 잘못 가르쳐 주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 고맙습니다!" 하고 그 여자 분은 다시 반대 방향으로 고쳐 급히 내려갔다. "휴우~~" 한숨을 쉬며 "다행이다 "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 계단을 올라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그 순간,  뭔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 방향을 알려준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밖으로 나와 한참을 서서 생각에 잠겼다. 날씨가 몹시 추웠지만 추위를 미처 느끼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랬다. 내가 길을 잘못 가르쳐 준 것이다. 아! 이제 돌아서 뛰어가봐야 소용 없었다. 그냥 망연자실했다. 나는 터벅터벅 걸어 회사로 갈 수밖에 없었다.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기 싫었다. 내가 싫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오늘 그때 6일 전의 잊어버린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다행히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첫날 그분한테는 정말 미안한 마음뿐이다. "압구정역으로 잘 찾아 가셨을까? " 나는 곰곰히 생각한다. 나는 길을 묻는 누군가에게 제대로 길을 가르쳐 주었는가? 그리고 내가 길을 물었을 때, 나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그 누군가는 과연 내게 제대로 길을 가르쳐 주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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