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열의 동북아物語] 메이지유신과 ‘세고(西鄕)돈’
[유주열의 동북아物語] 메이지유신과 ‘세고(西鄕)돈’
  • 유주열(외교칼럼니스트, 전 나고야총영사)
  • 승인 2018.01.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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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열(외교칼럼니스트, 전 나고야총영사)
유주열(외교칼럼니스트, 전 나고야총영사)

정유년을 보내고 무술년이다. 420년 전 정유년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명령에 의한 일본군의 재침으로 이른 바 정유재란이 일어났다. 다음해 무술년에 히데요시가 급사하면서 정유재란도 끝난다.

히데요시가 죽자 숨을 죽이고 있던 도쿠가와 이예야스(德川家康)가 등장하여 히데요시 세력과 이예야스 세력 간의 내전이 일어난다.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이에야스군이 승리하면서 에도(江戶 지금의 도쿄) 막부가 시작됐다.

1853년 매튜 페리 제독이 이끄는 미국의 동인도 해군 소속 흑선(증기선) 등 함선 4척이 내항했다. 에도(江戶)막부가 혼비백산하자 이 기회를 이용 모리(毛利)가의 조슈 번(長州藩 지금의 야마구치 현)와 시마즈(島津)가의 사쓰마 번(薩摩藩 지금의 가고시마현)은 삿쵸(薩長)동맹으로 어린 천황 메이지(明治)를 내세워 에도 막부를 끌어 내렸다. 1868년의 메이지 유신(혁명)이다.

조슈 번의 기도 다카요시(木戶孝允)와 사쓰마 번의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 및 오쿠보 도시미치(大久保利通) 세 사람이 혁명의 주역으로 유신 3걸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연유로 일본의 역대 총리는 조슈 번과 사쓰마 번에서 교대로 배출됐고 일본제국의 육군과 해군을 양쪽에서 나누어 맡았다.

오늘 날 일본 정치계에서 아베신조(安倍晉三) 총리는 과거 조슈번 출신이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는 사쓰마 번출신이다. 아베 총리를 뒤를 이어 총리 물망에 오르는 정치인의 한사람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二郞 고이즈미 총리 차남)가 총리가 되면 다시 사쓰마 번 출신으로 바톤 터치가 되는 셈이다.

메이지 유신을 실질적으로 성공시킨 인물은 사이고 다카모리다. 유신군의 총사령관으로 막부의 수도 에도에 무혈입성한 영웅이다. 이러한 이유로 메이지 유신 150주년이 되는 금년 일본의 NHK 방송은 ‘세고(西鄕)돈’이라는 타이틀로 사이고 다카모리의 일대기를 대하드라마로 방영하고 있다. ‘세고돈’은 여류작가 하야시 마리코(林眞理子)의 소설 제목으로 ‘사이고 님’이라는 의미로 ‘사이고 도노(殿)’의 사쓰마 사투리라고 한다.

가고시마는 서쪽의 사쓰마 반도와 동쪽의 오스미(大隅) 반도에 둘러싸여 있는 긴코만(錦江灣 일명 가고시마만)이 바구니(일본어 가고)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바구니 안 쪽에 활화산 사쿠라지마(櫻島)가 있다. 최고봉 온다케(御岳 1117m)에서는 매일 새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다.

사쿠라지마는 동서 2km 남북 10km의 섬이었는데 1914년 대 규모 분화로 바다가 메워져 이제는 반도가 됐다. 지난 해 8월에도 분화가 있었다. 이러한 활화산의 활력이 사쓰마의 젊은이들을 용감하게 만든다고 한다. 17세기 초 그들은 배를 띄워 멀리 류큐국(琉球國 지금의 오키나와)도 정복했다.

사이고 다카모리와 오쿠보 도시미치 두 사람의 나이는 2살 차이지만 죽마고우로 함께 자랐다. 다만 사이고는 체격이 좋은 행동주의자로 보스 기질이 있어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고 오쿠보는 두뇌회전이 빨랐다. 두 사람이 조슈 번의 지사들과 의기투합하여 메이지 유신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유신 정부 내 역할에서 두 사람은 거리가 생긴다. 사이고는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하고 징병제는 반대한다. 사무라이(군인)는 누구나 할 수 없는 특권으로 의식한 것이다. 결국 사이고는 정부를 떠나 고향으로 내려 가 반정부 활동을 하다가 무력반란인 서남전쟁의 주모자가 된다.

NHK가 1월7일부터 역사드라마 세고(西鄕)을 방영하고 있다.
NHK가 사이고 다카모리의 생애를 다룬 역사드라마 세고(西鄕)돈을 방영하고 있다.

수년 전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가 당시의 배경을 보여 준다. ‘라스트 사무라이’ 사이고는 반란이 진압되면서 패장(敗將) 신세가 되어 고향으로 피신한다. 가고시마 시내에는 사이고가 마지막을 보낸 동굴이 있다.

사이고 다카모리가 어린 시절을 보낸 가고시마에서 조선 도공의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정유재란 때에 시마즈 군이 전라도 이리에서 많은 도공을 납치해 갔다. 그 중에 심당길(심수관의 선조) 박평의 등이 있었다. 그들은 가고시마 시내 중심의 코우츠키가와(甲突川) 부근의 고라이쵸(高麗町)에 집단으로 거주하다가 백토(카오린)가 산출되는 나에시로가와(苗代川 지금은 미야마)에 자리를 잡아 사쓰마 야키(도자기)를 구워냈다.

심당길의 후손 심수관은 12대부터 현재 15대까지 같은 이름으로 사쓰마 야키를 만들고 있지만 박평의의 후손 박수성은 메이지 유신이 나자 일본 성 도고(東鄕)을 사서 개명했다. 그리고 자신의 총명한 아들 박무덕에게 ‘도고시게노리(東鄕茂德)’라는 일본 이름을 만들어 주었다. 도고 시게노리는 동경제국대학을 졸업하고 외교관이 되어 독일과 소련 대사를 역임하고 제국일본의 외무대신을 두 번씩이나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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