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나라 시대에 제기(齊己)라는 법명을 가진 승려시인이 눈 내리는 추위를 무릅쓰고 피어난 매화를 보고 시심이 일어나 <조매(早梅)>라는 시를 한 수 지었다. ‘조매(早梅)’란 ‘일찍 핀 매화’라는 뜻이다.
萬木凍欲折(만목동욕절, 뭇 나무는 얼어 꺾어질 듯한데)
孤根暖獨回(고근난독회, 외로운 뿌리에만 따뜻함이 돌아와)
前村深雪裡(전촌심설리, 앞마을 깊은 눈 속에)
昨夜一枝開(작야일지개, 어젯밤 한 가지 피었네)
風遞幽香出(풍체유향출, 바람이 불 때마다 그윽한 향기 나오니)
禽窺素艶來(금규소염래, 새들도 희고 고운 자태 보고 찾아오네)
明年如應律(명년여응률, 내년에도 절기가 제대로 맞는다면)
先發望春台(선발망춘대, 먼저 피어 봄날의 누대를 바라보리라)
그는 득의한 심정으로 이 시를 들고서 당시에 학덕이 높은 명망가로 알려져 있던 정곡(鄭谷)이라는 사람을 찾아가 보여주었다. 작품에 대한 어떤 비평을 듣고 싶어서였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 때 보여준 작품에는 ‘어젯밤 한 가지 피었네’라는 뜻의 네 번째 구 ‘昨夜一枝開(작야일지개)’가 ‘昨夜數枝開(작야수지개)’로 되어 있었다. ‘어젯밤 몇 가지가 피었네.’라는 뜻이다.
정곡은 이 작품을 받아들고 꼼꼼하게 훑어보다가 붓을 집어 들더니 ‘昨夜數枝開(작야수지개)’의 ‘數(수)’자를 ‘一(일)’자로 고쳤다. 그리고는 “‘여러 가지’라고 해서는 ‘일찍 핀 매화’라는 제목과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한 가지’라고 해야 ‘가장 먼저 핀 매화’라는 이미지가 더욱 잘 부각된다는 말이다.
제기는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그 자리에서 정곡에게 큰 절을 올렸다. 그리고는 “당신은 저의 일자사(一字師)이십니다.”라고 하였다. 열린 마음으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사소한 가르침도 소중하게 생각한 제기의 이야기는 금세 문단의 미담으로 전해지게 되었다. 그러자 거기서 ‘일자사(一字師)’ 또는 ‘일자지사(一字之師)’라는 성어가 생겨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일자사(一字師)’ 또는 ‘일자지사(一字之師)’라는 성어가 발생된 문맥이 특이하여 그 글자 그대로의 본래의 뜻을 짚어내기가 쉽지 않다. ‘일자사(一字師)’ 또는 ‘일자지사(一字之師)’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보면 ‘일자(一字)를 가르쳐준 스승’이라는 뜻이 틀림없지만, 그 ‘일자(一字)’가 도대체 무엇인지가 분명하지 않은 것이다.
정곡은 제기에게 ‘一(일)’이라는 한 글자를 가르쳐주었기 때문에, 문맥상 ‘일자(一字)’는 ‘한 글자’일 수도 있고 ‘일(一)’이라는 글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게 보면 ‘일자(一字)’가 ‘한 글자’이든 ‘일(一)이라는 글자’이든 ‘작은 가르침도 소중하게 여긴다’라는 ‘일자사(一字師)’ 또는 ‘일자지사(一字之師)’라는 성어의 본래 의미에는 별다른 변동이 없다. ‘일자(一字)’의 뜻이 ‘한 글자’라면 ‘일자사’는 ‘한 글자를 가르쳐주신 스승’이라는 뜻이 될 것이고, ‘일자(一字)’의 뜻이 ‘一(일)이라는 글자'라면 ‘一(일)이라는 가장 쉬운 글자를 가르쳐주신 스승’이라는 뜻이 되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보아도 ‘작은 가르침도 소중하게 여긴다’라는 의미에는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