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春秋] 고희(古稀)
[대륙春秋] 고희(古稀)
  • 팽철호 국민대학교 중국학부 중어중문전공 교수
  • 승인 2018.03.2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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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장수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이 등장하여 과학의 발달에 따른 의료기술의 발전과 물질적 풍요를 실감하게 한 지가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는 근육질의 몸매를 가진 70대 젊은이를 TV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바야흐로 인생 100세를 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가 어렸을 적만 해도 시골의 우리 동네에는 60세를 넘는 어른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환갑만 되어도 잔칫상을 푸짐하게 차려서 장수를 축하했다. 70세를 넘기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시절에 “‘사람이 칠십 년을 사는 것은 예부터 드물었다’라는 뜻의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에서 ‘고희(古稀)’라는 말이 나와 그것이 70세를 가리키는 또 다른 말이 되었다”는 설명이 그런대로 일리 있게 들렸던 것이다. 지금은 ‘옛날에는 사람이 칠십을 사는 일이 드물었다’로 읽혀야 할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라는 말은 두보(杜甫)의 시 <곡강(曲江)> 2수 중 두 번째 수에서 나왔다.

朝回日日典春衣(조회일일전춘의, 날마다 조회에서 돌아오면 봄옷이라도 저당잡혔고)
每日江頭盡醉歸(매일강두진취귀, 매일 강가에서는 어제나 술에 취하여 돌아갔네)
酒債尋常行處有(주채심상행처유, 술빚은 늘상 다니는 곳마다 있지만)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 사람이 칠십 년을 사는 것은 예부터 드물었지)
穿花蛺蝶深深見(천화협접심심견, 꽃잎 사이로 나비가 깊숙이 보이고)
點水蜻蜓款款飛(점수청정관관비, 물을 적시는 잠자리는 나풀나풀 난다)
傳語風光共流轉(전어풍광공유전, 함께 변해가는 풍광에게 말 전하노니)
暫時相賞莫相違(잠시상상막상위, 잠시 감상하려니 나를 떠나지 말게나)

함련(頷聯)과 경련(頸聯)은 정교한 대구(對句)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서도 경련의 대구는 정말로 아름답다. 옛날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을 어쩌면 그렇게 예쁜 말로 그렇게 핍진하게 표현해내었는지 감탄을 금할 길 없다. 두보에게 시성(詩聖)이라는 미칭이 허투루 붙은 것이 아님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고희’라는 성어를 낳은 시에는 이렇게 멋진 대구도 들어 있다.

팽철호 국민대학교 중국학부 중어중문전공 교수
팽철호 국민대학교 중국학부 중어중문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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