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55] 판문점
[아! 대한민국-155] 판문점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8.07.14 0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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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2018년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으로 온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판문점은, 북한쪽 주소로는 개성특급시판문군판문점리이고, 남한쪽 주소로는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 어룡리로 되어 있다. 북위 37˚57’ 20’’에 위치한, 동서 800m 남북 600m의 넓이를 가지고 있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특수지역이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파천길에 오른 선조가 파주 동파역에서 개성으로 가는데 사천강이 나타나 가는 길을 더디게 했을 때 동네사람들이 널판지 대문을 뜯어다 다리를 만들어 물을 건너게 했다는 전설이 남아있다. 6.25한국전쟁 때는 1951년 10월에 개성 내봉장(來鳳莊)에 있던 휴전회담장을 널문리 가게 앞 콩밭에 급히 세운 임시건물로 옮겨왔다. 회담은 중국어를 포함한 3개 국어로 진행되었는데 ‘널문리 가게’를 중국어로 표기하면서 ‘판문점(板門店)’이라는 이름이 정착된 것이다.

1953년 7월 27일에 이루어진 휴전협정을 취재한 한국기자 2명 가운데 하나였던 최병우 기자가 쓴 ‘기이한 전투의 정지’라는 제목의 정전협정보도기사는 명문이었지만, 그의 말대로 우리에게는 “비극적이며 상징적”이었다. “휴전회담에 한국을 공식적으로 대표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볼 수 없었다. 이리하여 한국의 운명은 또 한 번 한국인의 참여 없이 결정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과 북한만이 휴전협정에 서명했을 뿐, 거기에 한국은 없었다.

이 지역은 남북 어느 쪽의 행정권도 미치지 않은 특수지역으로 남과 북이 공동으로 경비하는 구역이라는 의미로 JSA(Joint Security Area)라 불리기도 한다. 이 같은 공점공유(共占共有)는 지구상에 그 유례가 없었지만 1976년 미군에 대한 북한경비병의 도끼만행이 발생하면서 양쪽의 경비병이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분리되었다. 이후 판문점은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운 장소’라고 했듯이, 가장 첨예한 적대와 대치의 최전선으로 각인되어 왔다.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양측이 유사한 기능을 하는 시설물을 각각 2곳씩 갖고 있다. 남의 ‘자유의 집’과 북의 ‘판문각’은 양쪽을 대표하는 업무시설이요,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평화의 집’과 ‘통일각’은 남과 북의 회담장소이다. 주변에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72시간 다리’가 있는데,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남북한의 포로가 교환되었던 다리이고 ‘72시간 다리’는 도끼만행사건으로 돌아오지 않는 다리가 폐쇄되자 북한이 72시간 만에 건설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판문점에서의 남북정상회담 때 두 정상이 손잡고 잠시 북쪽으로 올라갈 때와 두 정상이 산책할 때의 평화로운 장면, 그리고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판문점 선언을 통하여 이제 판문점은 더 이상 첨예한 적대와 대치의 상징이 아니라 화해와 평화의 그것으로 위대한 전환을 획책하고 있다. 어변성룡(魚變成龍), 물고기가 변해서 용이 되고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가장 큰 빛이 판문점에서 나올 수 있기를 남북민족과 온 세계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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