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호주 동포의 미국, 캐나다 방문기-1
[해외기고] 호주 동포의 미국, 캐나다 방문기-1
  •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8.23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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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미국 방문을 딸과 사위를 동반해서 3주 동안 가족여행으로 다녀왔다. 호주에서의 7월은 한 해의 겨울을 대표하는 때로서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즐길 만큼 몸에 느껴지는 냉기도 차가운 시기다. 그런 추위를 피해서 오빠가족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여름여행을 떠났다. 싱가포르와 한국을 거치는 일정에 따라서 긴 시간 비행을 한 후에 첫 여정지인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서 3일 동안 지냈다.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

이른 아침에 도착한 LA 공항에서는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피곤한 승객들은 마치 죄수처럼 드넓은 공항실내를 가드라인을 따라서 한 시간 이상 돌은 후에야 이민성 직원 앞에 줄을 설 수가 있었다. 직원들의 대부분은 히스패닉 계 사람들로 보였다. 공항에 마중 나온 딸의 친구를 보니 반가운 마음에 기분이 좀 나아졌다. 나는 30여년 만에 만난 고향 지인의 집을 방문해서 오랜 회포를 풀었다. 저녁에는 한국보다 더 한국적이라는 코리아타운의 한국식당에 가서 갈비와 순두부를 먹으며 미국여행의 첫날을 맞이했다. 식사를 하고나서 늦은 시간이었지만 할리우드를 구경하기로 했다.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서 너무나 잘 알려진 영화배우들의 거리, 할리우드를 직접 걸어 보고 싶었다. 네온사인 불빛이 넘실거리는 밤거리에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보도블록에는 유명한 영화배우들의 이름이 여기저기에 새겨져 있었으며 손바닥 프린트 자국도 볼 수 있었다. 그런 흔적을 만들어서라도 사람들에게 영원한 스타로 남고 싶었던 그들. 마이클 잭슨, 클린트 이스트우드, 스타워즈의 스필버그 감독 등 유명인의 이름과 손바닥 프린트가 새겨진 작은 블록 판을 발견했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팝의 황제로 불렸던 마이클 잭슨의 손이 의외로 작아서 내 손을 그 위에 올려놓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만 왠지 썰렁해 보이는 손자국이 애처롭게 보였다. ‘천사의 도시’는 너무 황량할 만큼 땅덩어리가 넓지만 교통체증이 심했고 여행지에 대한 큰 애정을 느낄 수 없었다.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던 탓일까?

“뉴욕, 뉴욕~ 뉴욕”

LA에서 6시간 넘게 날아서 미국 동부의 상징인 뉴욕으로 날아갔다. 한나라 안에서도 몇 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다녀야 하니 땅덩어리의 크기는 호주를 연상시켰다. 7년 만에 다시 만나는 오빠와 올케언니였다. 카톡이나 동영상 통화를 하면서 서로가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매일처럼 확인하며 살았지만 얼굴을 맞댈 수 있는 기쁨과는 비교 할 수가 없다. 이민나이 30년 차 되는 오빠부부에게는 바쁘고 생활력 강한 뉴욕 이민자의 삶이 배어있었다. 외롭고 힘들었던 시간을 다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하얗게 센 머리와 이마에 늘어난 주름살이 말해 주는 듯했다. 형제간의 만남은 이렇듯 늘 연연해하는 마음이 든다.

뉴욕하면 맨해튼이 먼저 머리에 떠오른다. 두 번째 방문이라 그런지 혼자서도 겁 없이 돌아다닐 만큼 뉴욕의 거리가 익숙해 보였다. 의외로 계절이 여름 같지 않고 초겨울처럼 쌀쌀하며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서 기관지가 좋지 않은 나에게는 힘든 날씨였다. 타임스퀘어를 걷다가 세일하는 가게에 들어가서 두터운 겨울 스웨터를 하나 사서 입었다. 건축사인 딸과 함께 하는 여행은 특이한 디자인의 오래된 건물이나 신축중인 건물들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는 건축 디자인여행이라서 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미국경제가 좋아졌다고 하는데 뉴욕시내의 여러 지역에서 공사 중인 새로운 건물들을 보니 실감이 났다. 건축 붐은 항상 그 나라의 경제의 흐름과 직결되어있기 때문이다.

낮에는 브로드웨이의 작은 골목마다 넘쳐나는 극장에서 어떤 뮤지컬들이 공연되는지 광고를 보고 다녔다. 타임스퀘어는 다양한 인종의 거리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젊음의 열기를 뿜어내는 거리, 올드패션과 뉴 패션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그리고 특별한 장소를 방문했다. 세계무역센터, 9.11 테러가 발생하고 나서 그 자리에 메모리얼 센터를 새로 지었는데 생명을 상징하는 물을 폭포처럼 밑으로 떨어지게 해놓았으며 주위에는 동판으로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겨놓았다. 손으로 가만히 그 이름들을 만져보며 속으로 기도를 바쳤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이다.

토요일 저녁에는 오빠부부와 같이 브로드웨이서 전설적인 팝가수 캐롤 킹의 삶을 뮤지컬로 만든 “Beautiful” 을 관람했다. 뷰티플은 캐롤 킹의 인생, 만남, 사랑, 그리고 그리움과 이별을 노래하는 작품이었다. 60, 70년대를 풍미했던 싱어 송 라이터인 캐롤 킹의 일생을 그린 뮤지컬이어서 관객들의 대부분이 50, 60대의 중년들로 보였다.

관중들은 배우의 노래에 따라 몸을 흔들면서 그 시대를 그리워하며 추억을 푸~울~풀 풀어내는 듯 했다. 커튼콜을 했을 때는 모두가 기립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캐롤 킹역의 여배우가 피아노를 치며 ‘ You’ve got a friend‘를 열창하는데 가슴이 뭉클해지며 노래에 이끌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7년 전, 뉴욕을 처음 방문했을 때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라이언 킹‘을 보고 전율을 느낄 만큼 큰 감동을 받아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주말에는 친정엄마의 산소가 있는 가톨릭 공원묘지를 방문해서 꽃과 바람개비를 묘석 앞에 놓고 엄마와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예수님상이 두 손을 벌리고 있는 아름다운 공원 안에서 영원한 잠을 자고 있는 엄마에게 막내딸이 인사를 하니 그리움에 눈물이 솟아올랐다. 오빠와 올케언니가 자주 방문해서 묘석주변에 꽃도 심고 손질을 깔끔하게 해놓아서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 자리에서 내 손목에 차고 있던 나무 묵주 팔찌를 빼서 언니의 손목에 걸어주었다.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였다. 뉴욕에서의 일주일은 정말 빨리 지나갔다. 오빠네 가족과는 몇 일후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재결합 할 것을 기약하며 짧은 이별을 하고 캐나다, 토론토로 날아갔다.(계속)

황현숙 객원 칼럼니스트
황현숙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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