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남아공 오지마을에도 ‘평화의 샘물’ 흐른다
[현장] 남아공 오지마을에도 ‘평화의 샘물’ 흐른다
  • 요하네스버그=이종환 기자
  • 승인 2018.08.3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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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3일 개수식··· 버스 대절해 왕복 600km 다녀와

남아공 오지마을에도 ‘평화의 샘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회장 임도재)와 아프리카중동한상총연합회(회장 김점배)는 8월23일 요하네스버그에서 동북방향으로 300km 떨어진 소볼로 마을에서 ‘평화의 샘물’ 개수식을 가졌다.

소볼로 마을을 찾아 버스가 출발한 것은 8월23일 오전 7시였다. 요하네스버그의 한인식당 ‘대장금’에서 모인 참석자들은 버스 안에서 김밥과 호떡으로 아침을 대신했다. 차창으로는 겨울에서 봄철로 접어드는 남아공의 넓은 대지가 캔버스처럼 펼쳐졌다.

남아공은 면적이 122만 평방km로 남한의 12배다. 하지만 인구는 우리보다 약간 많은 5,700만명. 1인당 GDP는 지난해 말 현재 6,500불이다.

“들에는 주로 옥수수와 해바라기를 키웁니다. 해바라기 꽃이 피면 장관이 연출됩니다. 가는 길에 노천탄광도 보입니다. 석탄을 실어 나르는 트럭들 수십 대가 줄지어 있는 곳이지요.”

한태철 남아공한상회장이 차안에서 소개를 했다. 그는 이번 개수식 행사의 주관을 맡아서, 우물을 뚫을 때부터 이 길을 몇 차례 오갔다고 했다. 미들버그라는 도시를 지나면서부터 버스는 고지대로 접어들었다. 산과 들 곳곳에 봄맞이 들불을 놓은 흔적들이 보였다.

버스는 3시간을 달려 목적지인 소볼로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은 산등성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진입로는 포장이 돼 있지 않았다. 마을 집들은 양철 지붕을 하고 있었다.

좁은 길을 타고 버스가 에둘러 마을로 들어가자, 넓지막한 공터가 나왔다. ‘평화의 샘물’을 뚫은 곳으로, 마을 행사들이 열리는 곳인 듯했다. 행사장에는 가설 천막도 두 동이 세워져 한낮의 햇볕을 피하도록 했다.

‘평화의 샘물’은 2-3m 높이의 물탱크 두 개를 지붕처럼 올린 모습으로 서 있었다.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올려 두 개의 물탱크를 채워놓으면, 낙차를 이용해 물을 길을 수 있도록 한 구조였다. 물탱크 아래로 수도꼭지가 달려있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자동차부품 유통사업을 하는 김진의 민주평통 아프리카남부지회장이 수도꼭지를 틀고는 물을 마시더니 “맛이 괜찮다”고 소개했다. 이동민 월드옥타 요하네스버그지회장은 “그래도 배탈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행사에 앞서 천막으로부터 노래가 울려나왔다. 남아공의 한인사회 원로인 황재길 장로가 행사를 기다리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부른 흑인 성가였다. 줄루어 노래인데도 황 장로는 익숙하게 선창을 했다. 그러면 마을 사람들이 그 뒤를 따라했다. 노래가 울려 퍼지는 사이에 유치원생들을 실은 차들도 도착했다.

이날 행사에는 마을 주민들 200여명 외에도 유치원 두 곳에서 1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참석했다. 유치원 아이들은 개수식 테이프 커팅 뒤에 장기자랑 춤도 선보였는데, 이들을 위해서는 과자와 축구공이 특별선물로 준비됐다.

개수식 행사는 참석자 소개와 함께 시작됐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한태철 남아공한상회장과 남아공한인회 전소영 사무총장이 사회를 맡았다. 먼저 ‘평화의 샘물’ 파기 운동을 벌이는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와 아프리카중동한상총연합회를 대표해서 김점배 아중동한상총연합회장이 인사를 했다. 오만한인회장도 겸하고 있는 김점배 회장은 “앞서 며칠 전 말라위에서도 개수식이 열려서, 행사에 참여하고 왔다”면서, “남아공에서도 평화의 샘물을 파서 기증하는데 함께 해줘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주남아공대사관의 박선철 공사(총영사)는 “소볼로마을 주민들이 식수 걱정을 하지 않으면서 건강하기를 바란다”면서 “우물은 이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이었다”고 소개했다. 줄리아 마슬랑구 시의원은 “식수 때문에 고생해온 소볼로 마을 사람들에게 ‘평화의 샘물’을 파준 한국사람들한테 감사드린다”며 마을 사람들과 함께 여러 차례 ‘코리아’를 외쳤다.

이어 요하네스버그 한인연합교회 정은일 목사가 점심식사를 앞두고 축하기도를 했다. 이날 연합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정 목사는 “오늘 행사에 참여한 주민들을 위해 우리 교회에서 점심을 준비했다”면서 “앞으로 또 이 마을을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

평화의 샘물 테이프 커팅식이 열린 것은 그 직후였다. 커팅식은 샘물 앞에서 열렸다. 존 스코사나 소볼로마을 추장과 줄리아 마슬랑구 시의원 등 현지 대표들이 가위를 잡고, 김점배 회장, 김종익 전 남아공한인회장(아중동한인회총연합회 부회장), 한태철 남아공 한상회장, 김맹환 남아공한인회 수석부회장, 박선철 공사, 정은일 목사, 황재길 장로, 김진의 회장, 이동민 회장 등이 함께 했다.

테이프가 커팅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마을 주민들의 노래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줄리아 마슬랑구 시의원의 보좌관으로 보이는 여성이 선창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따라 불렀다. 우리의 ‘쾌지나칭칭나네’ 처럼 누가 노래를 매기면, 마을사람이 뒤따라 부르는 형식으로, TV에서 접하던 전형적인 아프리카 모습이었다. 흥이 오르자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앞으로 나와 춤을 추었다.

유치원 어린이들도 춤을 추었다. 손님맞이 특별공연인 셈이었다. 전통복장을 한 아이들이 깜찍하고 귀여웠다. 이들은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한명씩 나와 자신만의 춤을 선보였다.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이 하나씩 나올 때면 추임새로 한껏 흥을 돋우었다.

이날 마을주민들에게는 ‘밀리팝’이라고 불리는 옥수수 전분이 선물로 주어지고, 어린이들한테는 과자와 축구공이 전달됐다.

“말라위에 비하면 형편이 많이 좋은 동네 같아요. 신발을 신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까요.”

김종익 회장이 옆에서 말을 꺼냈다. “앞서 개수식이 열린 말라위에 갔다가 ‘리얼 아프리카’를 봤다”는 그는 “말라위에서는 하도 안쓰러워서 지갑을 다 털고, 한참이나 하늘을 보며 뭔가를 삼켜야 했다”고 덧붙였다.

남아공 소볼로 마을에서는 전기도 들어오고, 집도 시멘트로 벽을 둘렀지만, 말라위에는 전기도 없고, 흙벽돌집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신발신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행사를 마치고 요하네스버그로 돌아오니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 개수식 행사를 다녀오는데 꼬박 하루가 걸린 것이다. 버스는 아침에 출발했던 ‘대장금식당’으로 돌아와 김진의 회장 초청으로 뒷풀이 만찬이 열렸다.

“아프리카중동 한인사회가 뜻깊은 일을 해 감동이 컸다”는 김진의 회장의 만찬인사에, 황재길 장로는 “우리는 왜 우물 팔 생각을 못했는지 부끄럽다. 앞으로 이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하자”고 화답했다.

김점배 회장은 “오늘 행사에 참여해서 격려해준데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면서 “평화의 샘물 파기 행사를 하면서 나눔과 봉사로 아중동한인사회가 화합하고 하나로 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종익 회장은 “앞으로 십시일반 이런 좋은 일에 적극 참여하자”고 호소했다.

멀리 한국서 참석했다고 해서 기자도 일어서서 한마디를 했다. “아프리카중동 한인사회의 마음을 담은 ‘평화의 샘물’이 남아공 오지에도 흐르게 됐다.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말처럼, 그 물을 마시면서 누군가는 한국인의 따뜻함을 기억해줄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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