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우수성 세계에 알리는 의사 유은실씨, “훈민정음으로 한글 배워야”
한글 우수성 세계에 알리는 의사 유은실씨, “훈민정음으로 한글 배워야”
  • 최병천 기자
  • 승인 2018.10.06 12: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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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자연의 모든 소리를 담는 글자' 단행본 4개국어로 펴내...번역가로도 활동
유은실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의사
유은실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의사

“외국인이나 재외동포 2세들이 한글을 배울 때 ‘훈민정음’에 나온 대로 배웠으면 해요. 더 쉽고 더 빨리 깨우칠 수 있거든요. 한글의 우수성도 저절로 알게 될 것이고요.”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의사이면서 번역가이기도 한 유은실 울산의대 교수의 말이다. 유교수의 한글사랑은 남다른데가 있다. 한글의 우수함에 빠져서 ‘허원미디어’라는 출판사를 만들고 《한글, 자연의 모든 소리를 담는 글자》라는 단행본을 펴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까닭과 모음과 자음의 제자원리인 음양(하늘, 땅, 사람)과 오행(물, 나무, 불, 흙, 쇠)의 원리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그는 이 책을 영어 일어 프랑스어 중국어로도 냈다. 왼쪽면이 한국어고 오른쪽면에는 각 언어로 번역한 것이다. 대역본이다 보니 언어별로 4권이나 된다. 유은실 교수는 어쩌다가 한글 사랑에 빠졌을까? 올해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임금 즉위 600주년 되는 해. 서울아산병원 병리과의사인 유은실 교수를 인터뷰했다. 그는 1982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병리과 전문의가 된 후 1989년부터 지금까지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의사이면서 동시에 영문번역가로도 알려져 있는데....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번역 출간했다. 《여의사의 역사》, 《우아한 노년》, 《유전자시대의 적들》, 《천재들의 뇌》, 《통증에 귀기울이기》, 《진화의학의 이해》, 《삶이 끝나갈 때 준비해야 할 것들》 등을 번역했다.”

-한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20여년 전이었다. 우연히 우리 고유의 문화인 한의학, 한식, 그리고 우리글 한글이 모두 음양오행의 원리에 의해 만들어 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서양의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우리 고유의 한의학 원리가 한글에도 적용된 것을 알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래서 한자에 토를 달아가며 ‘훈민정음’을 읽기 시작했다. 한의사이자 한글연구가 김명호 선생님으로부터 설명도 듣고 토론도 하면서 한글의 창제원리가 얼마나 과학적이며 논리적인지를 깨달았다.”

-병리과 의사와 한글은 어울리지 않는 듯한데....

“병리과는 조직검사나 수술한 검체에 대한 검사를 통해 병의 원리를 파헤친다. 발성기관을 글자 모양으로 흉내 낸 한글의 ‘상형’과 복잡한 소리일수록 획을 더하는 ‘가획’의 원리가 음양오행을 본뜨고자 한 세종대왕의 철학과 맞물려 세계의 어느 문자보다 과학적이다. 우리글의 낱소리를 하나하나 파헤쳐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밝히는 것은 병의 원리를 파헤치는 것과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출판사까지 설립했다고 들었다

“전문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면 머리를 식힐 수 있는 나름의 돌파구가 필요하다. 내 경우에는 ‘번역’이었다. 그리고 한글에 대한 책들이 시장성을 이유로 출판할 곳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게 되면서 마음 한구석에 싹을 키웠다.”

결정적인 계기는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했을 때라고 한다. 전부터 한글과 관련하여 뢰겐스부르크 대학교 한국학과의 베이커 교수와 서신을 교환하고 있었던 김명호 교수가 도서전을 찾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글의 자음과 모음 읽고 쓰기를 가르치는 특강을 할 때 유교수가 보조 진행자로 참여했다고 한다. 그 행사에서 제자원리에 따라 한글을 읽고 쓰도록 가르치니 한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한글 자음과 모음을 배워 자기 이름을 쓰는 독일 사람들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글의 제자 원리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한국에 돌아와 같은 해 12월에 허원미디어라는 이름으로 출판사를 차려 《한글, 자연의 모든 소리를 담는 글자》(영문판)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외국어로 번역할 때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한글, 자연의 모든 소리를 담는 글자》 영어판은 전문가와 아마추어로 구성된 코리아 스토리 기획위원회가 만든 작품이다. 한글을 사랑하는 한의사이자 한글연구가 김명호, 워싱턴대학교의 한국학과 교수 김수희, 언어학 박사 에밀리 커티스, 독일 레겐스부르그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김혜영(Beckers Kim), 그리고 내가 함께 했다. 책을 영역하는 데 도움을 준 에밀리 커티스 박사는 “우리 문화가 무조건 좋다고 하지만 말고 그 문화를 좀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라는 의견을 냈다. 일본어판의 번역은 주일대사관에 오래 근무한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사 하도겸 선생님이, 중국어판은 육군3사관학교 중국어과 김지나 교수님이, 프랑스어판은 스트라스부르 시민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지은 박사님이 만들었다. 그분들의 자발적인 도움이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글의 창제 원리를 소개하면?

“모음은 소리가 어떻게 울리는지를 살핀 후에 음양의 원리에 따라 각각의 소리를 기호로 정해 만들었다. 한글의 모음은 혀를 조금만 움츠리고 내는 소리를 기본 모음으로 정하고 ㅡ 로 적기로 하였으며, 이 기본 모음에서 혀를 더 옴츠리거나 더 펴서 내는 소리를 각각 . 과 ㅣ으로 적는다. 더 나아가 하늘 소리와 땅 소리를 내면서 입술을 오무리거나 벌려서 내는 소리를 각각 ㅗ와 ㅏ, ㅜ와 ㅓ로 적는 등 소리로나 글자의 모양으로나 서로 상반되는 속성이 짝을 이루는 음양의 원리에 따라 글자를 만들었다.

모음이 소리의 울림을 적는 글자라면 자음은 소리의 모양을 적는 글자이다. 세종대왕은 처음 나는 소리를 초성으로 정하고 그 소리를 내는 발성기관을 살폈다.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발성기관의 모양을 본뜨고(상형의 원리), 소리의 세기에 따라 획을 더하고(가획의 원리), 글자를 합해서 쓰며(합용의 원리), 된소리는 같은 글자를 나란히 쓰는(병서의 원리) 등 과학적인 원리에 따라 만들었다.“

유교수는 이렇게 소개하면서 “정인지는 훈민정음의 서문에서 슬기로운 사람은 하루 아침을 마치기도 전에 깨칠 것이요,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음소나 음절이라는 언어학적 개념이 없었던 560여 년 전에 소리를 정확하게 적기 위해 하나의 소리를 초성 중성 종성 셋으로 나누고 소리를 내는 모양과 오행의 원리에 따라 글자를 만들었다는 점이 놀랄만하다는 것이다.

-올해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한글 강의도 했는데....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강의 요청을 받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한글을 깨치지 못한 사람들을 교육하는 문해교육 선생님들이 당시 강의에 많이 참석했다. 그동안 한글 강의는 늘 해보고 싶었으나 전문 학자가 아니다 보니 강의를 맡겨 주는 곳이 없었다. 그래도 한글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책도 내고 하다 보니 주위에 차츰 알려지기 시작했다. 요즈음은 제가 몸담고 있는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에 장단기 연수를 온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에게 틈틈이 한글의 창제 원리를 가르치고 있다.”

-강연 소감을 소개하면?

"자국의 언어를 주제로 한 국립박물관이 있는 나라가 얼마나 있을까? 국립영어박물관이 미국이나 영국에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는 국립한글박물관이 2016년에 세워졌다. 국립중앙박물관 울타리 안에 있다. 참 자랑스러운 일이다. 올초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강의 요청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 크나큰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강의가 끝나고 박물관 학예사 한 분이 이렇게 한글의 제자 원리인 음양오행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 강의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참으로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세계 재외동포 아동, 청소년 및 교육자들을 대상으로 전주시가 주관하는 재외동포 한국전통문화 연수 프로그램도 있다. 2018년도에 주재국에서 3년 이상 한글학교 교사를 지낸 분들이 22개국에서 오셨다. 그분들에게 강의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한글 정책에 대해 조언한다면?

“한글의 우수성은 우리말은 물론 여러 나라의 언어나 동물의 소리와 같은 자연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 등 모든 소리를 정확하게 적을 수 있는 음소문자라는 데 있다. 그런데 현재의 한글 맞춤법은 한글 제자 원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훈민정음’은 1940년에야 그 존재를 알게 되었고, 한글 맞춤법은 그 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인이나 재외 교포들이 우리말과 글을 처음 배울 때만큼은 ‘훈민정음’에 나온 한글의 제자원리에 따라 배웠으면 한다. 그렇게 된다면 더 쉽고 빨리 한글을 배울 수 있다.”

유은실교수는 도서출판 허원미디어의 보금자리인 한옥 북성재에서 정기적으로 강의를 하고 싶다고도 말한다. 또 해외 동포들이 한글에 대해 더 많이 알기를 바라기 때문에 한글학교나 세종학당 등에서 강의를 해 보고 싶다고도 했다. 그의 해외 강연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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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니9 2018-10-07 09:45:04
참 안타깝네요. 좋은 책인 것 같은데. 일어판은 회수하시는 게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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