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머레이 호수에서의 새해맞이
[Essay Garden] 머레이 호수에서의 새해맞이
  • 최미자 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9.01.12 0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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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내내 뒤 허리통증 시작으로 엉덩이와 두 다리까지 자리를 옮겨가며 아팠다. 앞다리 허벅지는 전기로 쇼크를 받는 것 같아 한동안 걷질 못했다. 미국 이웃들과 지인에게 물었더니 좌골 신경통 같단다.

끝나지 않는 일상의 집안일을 누가 도맡아 줄 사람도 없는데, 심란했다. 움직일 때마다 아파서 눈에는 번갯불이 보였지만, 예전에 병원 물리치료사로부터 배운 운동을 시작했다. 또 인터넷을 뒤져 좌골신경통에 대한 공부도 철저히 했다. 고맙게도 친절하고 감사한 동영상들이 많이 있어 서서히 건강상태가 좋아지고 있다.

며칠 전 오랜만에 가족이랑 뷔페 점심을 먹은 후, 태평양 청록 빛 바다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머레이(Murray)호수에 들러보았다. 살면서 한참 후에야, 집에서 자동차로 오 분 거리에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이민초기의 삶이 어디 그리 한가로운가. 나는 볼 일 보러 시내에 나갔다가 마음이 울적할 적에 아주 가끔 들려 심호흡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나의 친정 부모님 이름이 새겨진 시멘트 탁자가 놓여 있어 두 분의 삶에 대한 추억으로 눈물도 삼키는 장소여서인지 자주 발길이 가지 않았다.

지도를 펼쳐보면 샌디에이고 카운티의 한복판쯤에 별모양처럼 보이는 호수는 우리가 먹는 수돗물을 제공하는 저수지이다. 애용자가 많아 시간대에 따라 주차장이 부족할 정도란다. 호수 곁에는 산등성이를 오르며 아름다운 샌디에이고 풍경이 펼쳐지는 유명한 카울즈 마운틴과 미션트레일 골프장도 있다. 공원 문이 열리는 동트는 시간부터 해질 무렵까지 산책로와 자전거 타기 등 좋은 쉼터이다.

겨울에는 높은 강수량으로 찰랑찰랑 넘치는 호수를 보면 내 마음도 넉넉해지며, 보트를 빌려 뱃놀이 하는 사람들도 본다. 언젠가 대학생들이 기다란 카약을 타고 단체 경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게 보았다. 더구나 흰 백조를 만나면 행운이 올 것 같다. 잔디위에서 꽥꽥거리는 거위가 부부를 보면 아버지가 한동안 대문을 지키라며 길렀던 거위가 무서워 피해 다녔던 어릴 적 추억도 떠오른다.

저만치서 허름하게 옷을 입은 부부가 식빵 봉지 두 개를 들고 호수로 다가오니 새떼들이 물속에서 나와 그들 곁으로 구름처럼 몰려온다. 유난히도 반가움의 탄성을 내던 목이 긴 새의 이름을 내가 물었더니 잘 모르겠지만, 아마 거위가 같다며 나에게 빵 조각을 나누어 주었다.

자주 오느냐며 또 물어보니 이름이 오드리와 렌즈라는 부부는 한 달에 한번 쯤 찾아온단다. 그렇게 그들과 대화하면서 생물을 사랑하는 분들의 선량한 눈빛을 난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수많은 오리 떼 속에서 나도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갑작스레 날아 와 잽싸게 채어가는 흰 갈매기에 놀라기도 하고, 목을 길게 빼며 조심스레 내손에서 받아먹는 잿빛 색깔의 거위는 쓰다듬고 싶어졌다. 행여나 먹이가 떨어질까 하고 눈치만 보던 비둘기 떼들, 무슨 사연으로 누구에게 얻어 터졌는지 그 단단한 오리 주둥이가 망가진 녀석에게는 동정심마저 일어났다. 호수에서 오리랑 새 떼들과 놀면서 잠시 인간세상을 생각하며 새해를 맞이한다.

필자소개
경북 사범대 화학과 졸업
월간 ‘피플 오브 샌디에고‘ 주필역임, 컬럼니스트로 활동
방일영문화재단 지원금 대상자(2013년) 선정되어
세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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