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칼럼] 프랑스에서 온 편지··· “우리는 부끄럽지 않은가?”
[이종환칼럼] 프랑스에서 온 편지··· “우리는 부끄럽지 않은가?”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9.01.2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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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 전 재불한인회장, 40년 전 한인회보도 본지로 보내와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무오, 2.8, 3.1독립선언 10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당시 선언문들을 읽어보는 시간을 갖자’는 내용의 연두칼럼을 쓴 후 프랑스로부터 뜻깊은 우편물을 받았다. 40년 전 재불한인회를 이끈 정준성 회장으로부터였다.

정 회장은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정율성과는 사촌으로 가까운 혈육이다.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사회문화수석, 김극기 북악포럼 회장과 함께 여러 차례 만났지만, 그가 40년 전 재불한인회장으로 봉사했다는 사실은 이번에 우편물을 받고나서야 알았다.

정 회장이 보내온 우편물 안에는 색 바랜 두 권의 간행물과 함께 편지가 들어있었다. 요즘은 보기 드물게 손으로 쓴, 이른바 ‘육필편지’였다.

“알다시피 프랑스/파리는 우리 독립운동과 관계 깊은 나라/도시인데(파리강화조약 및 위원부, 상해불조계 임정설치 활동 등), 많은 한인들(정석해 이득존 백성욱 김규식 서영해 황기환 등)이 1945년 해방 전에 독립운동에 참여했고, 이를 기념하여 내가 한인회장할 때 우리 한인들의 단결을 위해 한인회보에 사설을 썼어요.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설치를 상해 불조계에 하게 된 것은 당시 ‘호랑이’란 별명의 클레망소(1841-1929) 총리의 반식민 일본팽창주의에 의한 것이 통설로 된 것이고, 독립운동에 참여한 모든 분들을 이번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칭송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흑백논리의 대한민국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클레망소 당시 프랑스 총리에 대한 평가와 재조명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이 같은 수기 편지와 함께, 그는 자신이 한인회장으로 있던 1979년 3월에 발행한 재불한인회보도 동봉해 보내왔다. ‘한인’이란 이름의 회보였다. 타자를 쳐서 등사기로 밀어 묶은 26페이지 분량의 회보에는 불란서 국가장학생 예비등록, 교민용 사회보장 등 안내와 레만호텔 김리식당 등 생활광고들도 들어 있었다.

3.1운동 60주년을 기념해 발행된 한인회보의 사설은 정 회장이 썼고, 지금은 고인이 된 이성자 화백과 프랑스 국립 동양언어학교 앙드레 파브르 교수의 특별기고문도 실려 있었다. 고 이성자 화백은 당시 기고문에서 1955년 헤이그의 이준 열사 묘를 방문했을 때를 이렇게 회고했다.

“헤이그에 도착하여 묻고 또 묻고 열두 번도 더 물어 찾아간 이준열사의 무덤은 너무나도 초라하고 외로웠습니다. 이준열사가 자결하지 아니할 수 없었던 당시의 국제 역경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아 나를 극도로 슬프게 했습니다. 외국에서 힘들고 고독한 생활로 꼭꼭 싸매두었던 눈물보따리가 기어코 터져버려 하루 종일 이준열사의 비석을 흠뻑 적시고는, 나는 기진맥진했습니다....”

정준성회장이 쓴 사설은 ‘한인의 자세’라는 제목이 달려 있었다. 그는 “금년 3.1절은 우리 민족이 자주독립을 하고자 외친 지 60년이 되는, 즉 환갑을 맞는 해”라면서 ‘뭉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 ’3.1운동의 교훈‘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3.1절 60주년을 맞아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하여 반성해보자”면서 이렇게 이어나갔다.

“우리는 우리 동포들을 경멸, 멸시해본 적은 없는가? 우리는 백인이나 타민족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자기 동포에 대해서는 인색하지 않았던가? 우리 동포끼리 불신 증오 감정을 나타내어 민족의 긍지를 떨어뜨린 적은 없는가? 단결보다는 분열, 용서보다는 악의를 가지고 우리 동포를 대하지는 않았던가?”

정 회장은 본지 연두칼럼 ‘3.1운동이 1919년에 일어난 까닭은?’이라는 칼럼을 보고는 편지를 보내왔다고 했다. 파리강화회의가 열린 현지에서 한인회장으로 3.1운동 60주년을 맞으면서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고, 그래서 직접 써서 한인회보에 실은 사설을,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새롭게 기억해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사설에서 3.1운동을 기념하는데서 나아가 ‘한인의 자세’를 반성했다. 당시 그가 던졌던 의문과 반성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되풀이해서 물어봐야 할 듯하다.

100년 전 한마음 한뜻으로 독립을 소리쳐 외쳤던 열망의 울림을 지금 우리는 잊어버리지 않았는가? 우리는 동포들을 경멸, 멸시하지 않는가? 동포끼리 불신하고 증오해서 민족의 긍지를 떨어뜨리지는 않는가? 우리의 ‘민주주의’와 ‘공화정치’는 바르게 작동하고 있는가? 우리는 과연 부끄럽지 않는 후손인가?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이 반성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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