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코리안] 쿠바 이민 100주년을 기다리며
[비바 코리안] 쿠바 이민 100주년을 기다리며
  • 정길화(방송인, 본지 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25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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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티항의 이민 80주년 기념비
쿠바 마나티항의 이민 80주년 기념비

올해는 쿠바 한인 이민 98주년이다. 1921년 3월25일, 멕시코에서 288명의 한인들이 배를 타고 쿠바에 도착했다. 이미 16년 전인 1905년 제물포항에서 멕시코 유카탄 반도를 향해 고향을 떠난 1,033명의 ‘에네껜 한인’들 중의 일부가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쿠바로 재이민을 간 것이었다. 당시 한인들이 타고간 타마울리파스(Tamaulipas)호는 증기선이었고 이들은 멕시코 비자로 쿠바 마나티 항구에 발을 디뎠다. 이것이 쿠바 한인의 시초다.

이들은 멕시코의 열악한 에네껜 농장을 벗어나 조금이라도 형편이 나은 쿠바 사탕수수 농장에서의 노동과 생활을 기대했다. 그러나 때마침 공교롭게도 국제 설탕 시세가 폭락을 했다. 에네껜 선인장의 억센 가시를 피해 떠났던 그들이 하릴없이 아바나 부근의 에네껜 농장에서 일해야만 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점차 쿠바 사회에서 뿌리를 내렸다. 한인들 중 대한인국민회의 쿠바지회 회장으로 독립자금을 모아 전달했던 임천택의 활약상은 백범일지에도 기록돼 있다. 그의 아들 임은조(헤로니모)는 카스트로와 함께 아바나 법대 동창이었고 나중에 쿠바 혁명의 대열에 동참했다. 

쿠바의 한인 이민 후손 음악인 세실리오 박 김(사진 맨 오른쪽) 

2004년 12월에 멕시코 한인 이민 100주년 특집 <에네껜>을 제작할 당시 내친 김에 쿠바까지 촬영을 했었다. 2021년에 도래할 쿠바 이민 100주년을 생각하니 17년을 더 기다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임천택 선생의 아들인 헤로니모 임을 필두로 다수의 쿠바 한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쿠바 국립 예술작가협회(UNEAC) 회원으로 다양한 미술 활동을 하던 화가 알리시아 데 라 캄파 박, 아바나 근교에서 살면서 ‘체프 바라데로’라는 식당에서 노래와 연주를 하던 음악인 세실리오 박 김 등의 만남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 이후로 2005년 10월에는 아바나에 코트라가 설치됐다. 또한 2013년에는 쿠바에 <내조의 여왕>, <대장금> 그리고 케이팝 등의 한류가 상륙하는 등의 큰 변화가 일어났다. 열정적인 케이팝 팬들이 말레콘 방파제에서 커버댄스를 하는가 하면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찾고, 한국어를 공부하는 한류 팬클럽 회원들의 소식을 듣는 것이 낯설지 않다. 해외방송인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PD교육원에서는 <내조의 여왕>을 방송한 쿠바 카날 아바나 Canal Havana 방송의 리우바르 PD를 2015년 한국에 초청하기도 했다. 

에네껜 한인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혁명 전후 체 게바라와 일하기도 하며 나중에 차관급에 올랐던 헤로니모 임(1926-2006)은 쿠바 한인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다. 평소 한인 디아스포라에 관심이 많던 재미동포 전후석 감독(35)이 그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헤로니모(Jeronimo)>를 만들고 있다. 한국계 미국시민권자인 전 감독은 쿠바 배낭여행길에서 헤로니모의 딸 파트리시아 임을 우연히 만나면서 필이 꽂혀 그에 대한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이후 쿠바를 여러 차례 방문하며 2년여에 걸쳐 93분짜리 다큐영화를 완성했다(이상 근착 헤럴드경제 보도 참조). 곧 개봉될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를 기다린다. 더불어 이민 100주년을 맞는 2021년을 전후해서는 한국과 쿠바의 수교도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생전의 헤로니모
쿠바 한인의 정신적 지주였던 생전의 헤로니모 임(사진 맨 왼쪽)

필자소개
정길화(방송인, 언론학 박사, MBC 중남미지사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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