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칼럼] 영웅 조각상, 런던에는 많은데 서울에는 왜 적나?
[이종환칼럼] 영웅 조각상, 런던에는 많은데 서울에는 왜 적나?
  • 런던=이종환 기자
  • 승인 2019.03.3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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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의회광장과 워털루 플레이스는 영웅 조각상으로 가득…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과는 너무 대조적

런던 웨스터민스터 사원와 빅벤 사이에 있는 ‘의회광장(Parliament Square)’은 시위 명소라는 점에서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광장과 비슷하다. 런던에서 이뤄지는 각종 시위가 이곳에서 일어난다. 3월24일 이곳을 찾았을 때도 의회 건너편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쪽으로는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수없이 나붙어 있었다.

런던을 들른 것은 지중해상에 있는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서 열린 유럽한인회총연합회(회장 유제헌) 총회와 유럽한인차세대웅변대회에 참여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밤늦게 런던시티공항에 도착해 다음날 또다른 공항인 히드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여정이어서 오전에 짧게 시내를 들렀다.

지하철 그린파크 역에서 피카디리 서커스를 거쳐 빅벤으로 내려오는 길에 특히 눈에 띈 것은 거리에 늘어서 있는 인물상들이었다. 세인트제임스파크에 이어지는 워털루 플레이스는 영국 영웅들의 기념물로 가득 차 있었다. 돌에 새겨진 영국 역사 전시장이라고 할까? 장소 이름은 나폴레옹이 웰링턴 공작에게 패배한 1815년 워털루 전투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고 한다.

워털루 플레이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념물은 요크 공작 기념비다. 34미터 높이의 화강암으로 지어진 이 작품은 조지의 4세 동생인 '요크 대공'을 기린 길죽한 탑이다. 북쪽에는 크림전쟁 기념조형물도 있었다. 이 조각상은 크림 전쟁(1854-56년)에서 희생한 2000여명 전사자들을 추모한 것이다.

크림전쟁 기념물 앞에는 나이팅게일 동상도 서있다. 크림반도에 여행을 갔다가 전쟁을 만나 백의의 천사로 활동한 간호원이다. 다른 곳에서는 20세기 첫 영국왕인 에드워드 7세의 동상이 서 있고, 이베리아 전쟁과 크림 전쟁의 영웅인 존 폭스 부르고뉴, 그 옆으로 캐나다의 북서항로를 개척하다 사망한 북극탐험가 존 프랭클린의 동상도 서 있다. 이밖에도 비극적인 영웅 로버트 팔콘 스콧, 육군 장교 콜린 캠벨, 카를로 마로카스, 캠벨의 동료 장교 존 로렌스 등 낯선 이름의 영웅들의 조각상들이 세워져 있었다.

워털루 플레이스에서 세인트제임스파크 길을 따라 의회광장으로 접어들면, 또 다시 많은 인물조각상들을 만난다. 무려 12개의 조각상으로, 남성이 11명, 여성이 1명이다. 대표적인 사람이 2차대전 때 영국 수상을 지낸 윈스턴 처칠이다. 그는 지팡이를 든 채 약간은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서서 관광객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었다. 그의 동상은 1973년에 국회 정면의 가장 양지바른 곳에 들어섰다.

이 의회광장에 가장 먼저 들어선 조각상은 조지 캐닝 수상이다. 그의 동상은 1832년에 들어섰다. 이 광장이 조성도 되기 전이었다. 1868년 의회광장 조성후 처음 들어선 동상은 1874년에 세워진 에드워드 스미드스탠리 수상이었다. 그로부터 2년후에는 헨리 존 템플 수상, 그 이듬해 로버트 필 수상의 동상, 이어 1883년에는 벤자민 디즈렐리 수상의 동상이 이곳에 세워졌다.

그후 동상 조성이 잠시 주춤하다가 1920년 미국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동상이 느닷없이 들어서면서, 의회광장은 영국 영웅만이 아닌, 세계 영웅의 동상 전시장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1956년에는 보어전쟁을 이끈 얀 스무트 남아공 수상의 동상이 세워졌으며, 2007년에는 넬슨 만델라 남아공대통령과 데이비드 레이드 조지 영국 수상의 동상이 들어섰다. 2015년에는 인도에서 비폭력 무저항 독립운동을 이끈 마하트마 간디의 동상도 제막됐다. 이어 2018년에는 의회광장에서는 영국 여성참정권 운동을 펼친 밀리센트 포셋의 동상이 들어서 첫 여성동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4월 밀리센트 포셋의 동상이 제막될 때, CNN은 “1897년 영국여성참정권연합이 출범하는데 공헌한 포셋의 동상이 윈스턴 처칠, 넬슨 만델라, 에이브러햄 링컨 등 11명의 남성들의 조각상이 서 있는 광장에 들어섰다”면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제막식에서 포셋이 없었다면 나는 오늘 수상으로서 여기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의회광장을 둘러볼 때 광장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관광객들은 동상들을 두고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얼굴의 관광객들이었다. 이들 세계의 관광객들은 의회광장이나 워털루 플레이스를 찾아 사진을 찍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처칠과 같은 영국 정치인 뿐 아니라 링컨 간디 만델라 같은 해외의 위인들을 세운 영국과 런던을 새로운 눈으로 보지 않을까?

이에 비추어 보면 우리의 광화문광장이나 서울광장은 너무 단조롭게 허전한 느낌이다. 광화문광장에는 이순신장군과 세종대왕 조각상 달랑 두개만 있고, 서울광장에는 그나마 조각상 하나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영웅을 만들고 조각상을 세우는데 너무 인색한 문화를 갖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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