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촌만필] 천문 선진국, 조선!
[선비촌만필] 천문 선진국, 조선!
  •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 승인 2019.04.2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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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전 세계 20여 천문 연구기관이 참여한 국제공동프로젝트(EHT)에서 블랙홀을 관측했다. 이로서 아인슈타인이 1915년에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이 증명됐다고 한다.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가정 했던 블랙홀이 이번 관측성공으로 존재가 입증된 것이다.

공상 과학소설 같은 블랙홀 개념은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지구에서 5,500만 광년의 거리, 태양의 65억 배에 달한다는 질량, 블랙홀의 지름도 160억km에 달한다고 하니 일반인들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그야말로 “천문학적”이다.

이제 우주 생성과 소멸의 비밀도 밝혀질 것이라고 한다. 21세기 현대 천체물리학의 개가(凱歌)가 아닐 수 없다.

성리학(性理學)의 나라 조선에서도 천문에 관심이 있었을까? 성리학은 과학, 그것도 천문학이나 수학과는 거리가 먼 인간학이자 봉건적 신분, 권력질서의 이론적 기반이자 유교적 윤리학이며 통치철학이다.

이런 성리학적 이념으로 건국한 조선에 천문을 관측하고 칠정(七政, 해 달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의 운행법칙을 연구할 수학적 과학적 기초가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15세기 세종대왕 치세에 조선은 세계 최고수준의 천문 선진국이었다.

한글을 창제한 다음해인 1444년에 독자적 천문 역서인 「칠정산 내·외(七政算內·外)」편을 편찬함으로서 「회회력(回回曆)」, 「수시력(授時曆)」과 함께 세계 3대 천문 선진국이 됐던 것이다.

천문을 관찰하고 하늘의 질서를 헤아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천자(天子)의 나라, 천명(天命)을 받은 황제만이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세상의 질서를 다스리는 것이 천리(天理)이고 천도(天道)라는 중국 중심의 중화(中華) 세계관이 동양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늘에 제사지내는 특권을 가진 황제의 나라만이 하늘을 관찰할 수 있고 천문 역법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매년 사신(使臣이 중국에 가서 새해의 책력(calendar)을 받아와 사용해야하는 소위 사대조공(事大朝貢) 질서에 편입된 조선에서 고유문자 한글을 창제하고 독자적 역법을 연구, 완성해야겠다는 세종의 발상이야 말로 오늘날에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라나 지역마다 천문위상과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독자적인 천문 역법을 쓰는 것이야 말로 농경국가 군주의 통치수단이자 새 왕조 조선의 자주성과 위엄을 대 내, 외에 표방하는 것이기도 했다. 다른 제도는 모방, 응용할 수 있어도 독자적 언어, 문자 그리고 천문역법에 따른 시간만은 모방할 수 없다고 생각한 세종은 1434년 경복궁에 간의대를 설치해 서운관이 천문을 관측하게 했고 해시계인 앙부일구, 물시계인 자격루 등을 제작해 시간도 측정했다.

600년 전 망원경도 컴퓨터도 없고 고차방정식도 모르던 조선에서 오직 미, 적분 산학(算學) 개념을 터득한 김담, 이순지 같은 천재 천문학자가 있었고 이들을 세종이 발탁했다. 김담과 이순지가 1442년에 원의 수시력과 명의 대통력을 교정해 「칠정산 내편」을, 아라비아의 회회력을 교정, 보완하고 업그레이드 한 「칠정산 외편」을 완성한 것이다.

이는 한양을 기준으로 하는 조선 독자의 시간을 가졌다는 뜻이다. 이렇게 완성된 「칠정산 내·외편」을 1444년에 출간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대통력(大統曆)을 시행했다는 명나라 홍무(洪武) 갑자년(1384)에 대칭되는 해가 조선 세종(世宗) 갑자년(1444)이였기에 그해를 기원으로 삼고자 칠정산 내·외편을 갑자년인 1444년에 맞추어 간행한 것으로 보여 진다.

「칠정산 내편」에서 일 년을 365.2425․․․일, 한 달은 29.5409․․․일로 계산해 오늘날 천문관측과 불과 1분 정도의 오차밖에 나지 않는 놀라운 정확도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칠정산 외편의 기록을 보면 서양에 100년이나 앞서 원주율(π)과 지동설(地動說)을 이해하고 천문을 관측했다. 이로서 조선은 아라비아의 회회력, 원나라의 수시력과 함께 세계 3대 역서를 가진 천문 선진국이 됐던 것이다.

농경국가 조선이 이러한 천문역법을 이용한 각종 농업기술의 연구보급, 조세제도 정비 등은 새 왕조 조선의 통치체제 구축과 함께 민생을 안정시키는 필수 프로젝트였다. 민본주의에 입각한 지극한 애민정신과 학문적 소양, 현군다운 군주 리더십을 발휘한 세종시대였기에 유학의 나라 조선에서 김 담, 이순지 같은 탁월한 천문 과학자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후 조선은 성리학적 질서가 심화되고 지식인 사회가 사화(士禍)와 당쟁(黨爭)으로 점철 되면서 새로운 사상이나 문물을 배척하는 성리학 유일사상에 빠져들었다.

중화(中華) 사대(事大)사상에 함몰된 조선의 지식인들이 세종시대의 우수한 과학적 문화적 업적들을 계승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제 100년 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증명했다는 블랙홀 관측 성공소식에 조선을 천문 선진국 반열에 우뚝 서게 한 천문학자 김담(金淡) 선생의 후예가 느끼는 감회는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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