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동경 8.15 광복절 경축식··· “한일관계는 사활이 걸린 문제”
[현장] 동경 8.15 광복절 경축식··· “한일관계는 사활이 걸린 문제”
  • 동경=이종환 기자
  • 승인 2019.08.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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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원 동경단장 “한일 국교정상화 후 최악의 상황”··· 남관표 주일대사가 대통령 경축사 대독

“행사장이 멀어서 오기가 쉽지 않은 것 같은데요?”
“어렵사리 마련한 장소라고 합니다. 일본 우익들의 항의 때문에 어렵사리 개최 장소를 마련하고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못했어요.”
“예년에는 일본 우익들이 민단의 광복절 행사장 주변에서 반한시위를 했다고 하는데, 올해도 시위를 할까요?”

한국에서 동경을 찾은 정인성 원불교 교무와 임헌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사무총장이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동경본부가 주최하는 8.15 광복절 행사장을 찾아가면서 기자와 얘기를 나눴다.

정 교무는 ‘평화통일비전 사회적 대화 전국시민회의’ 상임공동의장을 맡고 있고, 임헌조 범사련 사무총장은 그 실무책임을 맡고 있다. 이들은 이갑산 범사련 상임대표와 함께 전날 아자부 민단 중앙본부를 찾아 여건이 중앙단장 등과 ‘사회적 대화’ 개최문제를 논의하고, 이튿날 광복절 경축식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장은 이다바시 구립문화회관이었다. 동경 중심에서 이곳을 찾아가려면 이케부쿠로역으로 가서 도부도죠(東武東上)선 전철로 갈아타고 외곽으로 빠져나가야 했다.

여건이 재일민단 중앙단장
여건이 재일민단 중앙단장

경축식 행사는 오후 1시부터였다. 일반적으로 행사는 한국의 8.15 경축행사에 맞춰 오전 11시에 시작했으나, 이번에는 이다바시 구립문화회관 사정으로 인해 오후 1시에 열렸다.

오영석 민단 동경본부 이사장의 개식선언에 이어 이수원 민단 동경본부 단장이 환영사를 했다. 이수원 단장은 “올해는 2.8독립선언, 3.1독립운동으로부터 100주년을 맞이한 뜻깊은 해”라면서 “1919년 2월8일 도쿄에 있는 한국 유학생들이 집회를 열고 2.8독립선언을 채택, 그후 3.1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지금 전 세계적으로 민족주의나 자국 지상주의가 펼쳐져 각각의 ‘대의’와 ‘정의’의 끝없는 대립이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한일관계에 있어서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덧붙이고는 “앞으로도 한일 양국의 평화와 번영, 세계평화를 용기 있게 확고히 이행하는 의지와 실천”을 강조했다.

이어 남관표 주일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소개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는 내용의 문 대통령 경축사를 이날 ‘발췌’해서 소개했다.

“저는 오늘 광복절을 맞아 임기 내에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확고히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 토대 위에서 평화경제를 시작하고 통일을 향해 가겠습니다. 북한과 함께 ‘평화의 봄’에 뿌린 씨앗이 ‘번영의 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을 발전시켜나갈 것입니다.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늦어도 2045년 광복 100주년에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된 나라(One Korea)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고 약속합니다.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와 함께 ‘민주공화국’을 선포한 지 100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100년 동안 성찰했고 성숙해졌습니다. 이제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이루기 위한 국민적 역량이 커졌습니다. 우리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남강 이승훈 선생의 말을 되새겨봅니다. ‘나는 씨앗이 땅속에 들어가 무거운 흙을 들치고 올라올 때 제힘으로 들치지 남의 힘으로 올라오는 것을 본 일이 없다.’ 우리 힘으로 분단을 이기고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이 책임 있는 경제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우리가 일본을 뛰어넘는 길이고, 일본을 동아시아 협력의 질서로 이끄는 길입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이끄는 ‘새로운 한반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이어 여건이 민단 중앙단장이 단상에 올라 고심을 담은 내용의 경축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중앙단장이 된 그는 우리말로 축사를 읽은데 이어, 일본어로 짤막하게 요약해서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도 반드시 아침은 온다”고 강조해 박수를 받았다.

“일본에 계신 전국의 동포 여러분, 한일관계 동향에 가슴 아파하며 걱정하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앙단장으로서 여러분을 어떻게 격려해야 좋을지 매일 고민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일관계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사활이 걸린 문제입니다. 한일관계는 공기와도 같은 존재로 평소에는 의식도 하지 않습니다. 의식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우리 재일동포는 한국과 일본의 평화의 상징입니다. 재일동포의 존재는 양국의 평화가 있기에 성립됩니다. 한국은 낳아준 부모이고 일본은 길러준 부모입니다. 두 부모가 싸운다고 하여 어느 한쪽의 편을 들 수는 없습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남관표 주일대사, 이수원 민단 동경본부 단장, 히라사와 가쓰에에 자민당 의원, 다카키 미치요 공명당 의원.<br>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남관표 주일대사, 이수원 민단 동경본부 단장, 히라사와 가쓰에에 자민당 의원, 다카키 미치요 공명당 의원.

이어 일한의원연맹의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회장의 축사를 자민당 히라사와 가쓰에이(平澤勝榮) 의원이 대독했다. 그는 “양국관계 악화로 인해 학생들의 수학여행과 스포츠 및 지자체 교류까지 취소되고 있다”면서 “양국의 차세대를 맡을 청소년 교류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명당 다카키 미치요(高木美智代) 의원과 입헌민주당 데즈카 요시오(手塚仁雄) 의원, 공산당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서기국장도 차례로 나와 한일관계 개선을 호소하는 축사를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국계 백진훈 입헌민주당 참의원은 내빈소개에 크게 답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마지막 축사는 한국에서 참석한 재외동포재단 한우성 이사장이 맡았다. 그는 이날자로 한국일보에 게재된 자신의 칼럼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축사를 했다. 한 이사장은 “한일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마다 한층 어려워지는 재일동포의 삶”이라면서, 민단의 모국에 대한 사랑과 기여를 열거했다.

그는 칼럼에서 민단을 “대한민국 국시 준수를 강령 1조로 1946년 설립된 민단은 한일 국교 정상화 후에도 한동안 일본에서 한국 정부 역할을 일부 대신했다. 단원 30만명(자체 발표)과 1개 중앙본부, 48개 지방본부, 265개 지부를 둔 전국 조직으로 혐한론이 기승을 부려도 일본 전역에 태극기를 휘날리는 단체”라고 소개하면서, “척박한 현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민단이 간혹 우리 정부나 국민의 눈높이와 다른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민단은 한반도 밖 전체를 통틀어 가장 대규모로 조직화 돼 있는 애국적 단체다. 그런 민단의 조직이 최근 급속히 이완되고 있으며 이에 함께 재일동포 사회도 구심점을 잃고 있다. 이 상황에는 민단과 동포사회 자체의 문제를 포함해 여러 배경이 있지만 조국에 대한 재일동포의 오랜 희생과 헌신을 우리가 몰라주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민단이 해체돼 없어진 상황을 가정해보자. 아무리 재원을 퍼부어도 일본에 이런 조직을 다시 갖기는 어렵다. 민단이 조직을 재건하거나 이완 속도를 늦추면서 우리 국민 눈높이에 맞게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우리가 지혜와 인내로 그들과 함께 해야 한다”면서, “한일관계가 어려울수록 우리가 민단 조총련 조선적 신정주자 등 재일동포 사회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포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역설했다.

이날 경축식은 결의문 채택 및 김수길 전 민단 동경본부 단장의 만세 3창으로 1부 행사를 끝냈다. 정애진 무용단의 전통춤 공연으로 막이 오른 2부 무대에는 ‘기타구니노 하루’ 등을 부른 센 마사오(千昌夫) 가수와 판소리 최향선, 어린이 토요학교, 동경한국학교 무용부 등이 나와서 흥을 돋웠다.

3부는 경품추첨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는 메인 식장에 1천500명, 예비로 마련된 작은 홀에 500명 등 모두 2천명이 참석해 제74주년 광복절을 기념했다. 행사장 밖 로비에서는 민단의 역사를 알리는 사진전도 열려서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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