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열의 동북아談說-44] 美中 무역전쟁과 첸쉐썬(錢學森)
[유주열의 동북아談說-44] 美中 무역전쟁과 첸쉐썬(錢學森)
  • 유주열(외교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0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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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은 점입가경이다. 최근 양국은 상호 보복관세의 난타전을 벌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필요 없다”라는 막말까지 쏟아내고 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G2 국가로 세계 경제를 좌우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의 원인과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 질서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WTO 가입을 지원해주고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 속에 끌어들여 성장하길 기대했다. 그런데 2008년 리먼쇼크 이후 중국의 입장이 바뀌면서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정신이 퇴색됐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집권한 뒤 중국에서는 1인 지배체제가 강화됐고, ‘중국몽’ 및 ‘일대일로’ 등 미국이 원하지 않는 ‘제국’의 부활 움직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볼 때는 중국이 더 크기 전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했다. 오바마 정부 때부터 그런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주저했다. 당시 클린턴 국무장관이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라는 기치를 내걸었으나, 특별한 액션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하자 대중 강경론을 펼치던 피터 나바로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등을 발탁해서 요직에 앉혔다. 이번 무역전쟁은 관세에서 시작됐지만, 미국은 중국의 기술굴기를 견제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과의 관세전쟁으로 생각하고 오랜 친구이며 미국통인 류허 부총리를 보내서 협상토록 하였으나 간단히 끝나지 않았다. 미국이 제재하고 있는 중국의 화웨이(華爲)는 5G(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적인 미래산업의 선두주자이다. 데이터가 경쟁력인 시대에 세계 각지의 정보가 화웨이를 통해 중국으로 집중된다. 미국은 이것을 두려워한다.

중국의 기술발전에 대한 미국의 견제를 보면 과거 첸쉐썬 사례가 상기된다. 첸쉐썬은 중국의 양탄일성(兩彈一星 원자탄, 수소탄과 인공위성)의 아버지다. 천재 소년으로 알려진 첸쉐썬은 의화단 운동의 배상금으로 만든 미국의 경자장학회(Boxers Rebellion Indemnity Foundation)의 장학생으로 1930년대 미국 칼텍에 유학해 저명한 핵물리학 우주과학자가 됐다. 1950년대 후반 마오쩌둥(毛澤東)이 원자탄을 개발하려고 할 때 반드시 첸쒜썬이 있어야 가능했다. 하지만 미국은 첸쉐썬이 5개 사단과 막 먹는다고 절대 놔주지 않았다. 결국 저우언라이(周恩來)가 한국전쟁에서 포로로 잡은 미국 공군 조종사들과 교환협상을 통해 첸쉐썬을 귀국시킬 수 있었다.

중국의 기술굴기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중국의 정치체제가 미국이 바라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과거 덩샤오핑이 구축해 둔 집단지도체제가 약화되고, 장기집권의 길이 열렸다. 중국은 ‘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권력을 강화하고, 국제사회 우려에도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하였다. 미중 무역전쟁의 시작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그간 쌓여 온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 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미중관계를 이야기 할 때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이 곧잘 거론된다. 이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미국의 하버드대 교수인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다. 얼마 전 그의 강연을 직접 들은 적 있다. 그는 지난 500년 동안 신흥강국과 기존 강대국 간의 대결에서 16번 중 12번이 전쟁으로 끝났다고 한다. 중국의 국력이 급신장하면서 신흥강국 중국이 기존 강대국인 미국을 위협하고 심지어 ‘미국을 곧 추월한다’ 얘기까지 나오면서 미중간의 무력 충돌의 우려도 있었다. 앨리슨 교수의 주장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미중 양국은 패권경쟁을 ‘쿨다운’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무역전쟁은 미중 양국뿐만이 아니라 두 나라가 세계 경제에 차지하고 있는 비중으로 보아 후과가 엄청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최근 칼럼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되면 세계무역이 1950년대로 퇴보할 것이라고 썼다.

미중관계를 보면 요즘 한일관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이 기술굴기로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미국의 우려가, 기술 강국으로 급성장하는 한국을 견제하는 일본과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중국에서는 아편전쟁에 비유하듯이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우대) 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규제가 한국에서 임진왜란을 연상시키는 경제침략으로 규정지은 것과 유사하다. 미중 갈등이 30년은 갈 것이라고 주장하는 비관론적인 학자도 있다. 그러나 실사구시 정신이 투철한 중국은 머지않아 미국과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낼 것으로 본다.

‘지리는 운명(Geography is destiny)’이라는 서양 격언이 있다. 우리도 중국과 이웃하여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미중간의 갈등구조에서 양자택일을 회피하는 게 최선이다. 한일 협력이 미중간 무역전쟁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국가들이다. 한일 양국이 협력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 한일갈등으로 이런 구도가 어려웠지만, 한일 양국이 제반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고 협력하는 게 아시아뿐만이 아니라 세계 전체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필자소개
한중투자교역협회(KOITAC) 자문대사, 한일협력위원회(KJCC) 사무총장. 전 한국외교협회(KCFR) 이사, 전 한국무역협회(KITA) 자문위원, 전 주나고야총영사, 전 주베이징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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