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바토리(Conservatory)로 가자
콘서바토리(Conservatory)로 가자
  • 탁계석(예술비평가협회장)
  • 승인 2011.05.20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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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학력 보다 능력사회로 가야 한다고 했다. 정운창 전 총리도 학력 철페를 내세웠다. 학력만능주의로 인한 폐해가 극에 달했고 이로인해 사회 발전이 발목이 잡혔다는 인식이다.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학력 문제에 기업도 나섰다. 삼성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고용에서 학력 서류를 보지 않고 뽑으려는 추세다.

세간을 뒤흔들었던 서울대 음대사건은 뭘 남겼나.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해 해당 대학과 전국의 예술대학들이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다면 땜질에 불과할 수 있다.

논란이 되었던 것 중의 하나가 도제식 교육이다. 도제식 교육은 거슬러 올라가보면 중세기 상공업의 발달로 봉건사회가 퇴락하면서 자유도시가 발달했다. 당연히 중앙집권적 관료정치 체제가 붕괴하면서 상공 계급의 교육적 요청을 충족시키기 위해 도제교육이 발달한 것이다. 그러니까 도제식 교육은 1:1의 중세 시대의 교육제도인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판소리나, 가야금도 명인들에게서 도제식 교육을 통해 전수되어 왔다.

그러나 현대의 유니버시티안에서 이런 도제식 교육은 불가능하다. 예술의 특수성을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콘서바토리를 통해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제도가 없다 보니 한국식 해석을 하면 ‘학원’이 된다.

학위가 없고 수료(diploma)가 되니 학력만능사회에서 졸업장이 아닌 수료증(證)이 힘을 받을 수 있겠는가. 현행의 교육법을 바꾸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뷔폐식 백화점에 있던 예술이 전문점으로 바뀌게 되니 예술은 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자유스러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

종합대학은 골머리 아픈 예술대학의 갖가지 문제에서 벗어나 자율경영권을 부여하면 된다.
이미 실험은 끝나 우수성이 입증되었다. 바로 1992년 개교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적표다.
각종 국제 콩쿠르 등의 성적을 비교하면 전체 예술대학의 것을 모두 합한 것 보다 많은 80% 이상을 독점했다면 더 이상 물어서 뭣하겠는가.

MB 정부에 총명한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사교육비 경감에 획기적인 선을 그을 수 있고 이로써 국민들로부터 대 환호를 받을 수 있는 이런 정책을 왜 펼치지 않는지 궁금하다.

물론 예종도 학부모들의 높은 학력 선호에 부딪혀 학위를 다시 딸 수 있도록 하는 수정을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이것마저 풀어야 한다.

내달 6월 말 유럽 최고의 극장의 하나인 독일 베를린필홀(생전의 지휘자 카라얀의 주무대) 에서는 한국 지휘자 한 분이 오디션을 봤는데 딸랑 지휘한 영상물 하나만 원할 뿐 일체의 학력이나 이력서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다녀 간 베를린에 브란덴부르크 심포니를 지휘하게 되는데 대통령 방문의 영향 탓인지 한 달도 전에 이미 티켓의 70%가 예매되었다니 이런 훌륭한 국제교류를 권장은 못할지언정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눈가림 서류 심사로 탈락시켰다며 지원자는 반발하고 있다. 그러니 현장의 문화 예술인들이 MB 정부의 문화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선진국들이 하나같이 왜 콘서바토리에서 배우도록 하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대한민국 정부와 교육부 당국, 문화정책이 그래서 안타깝다. 물론 외국에서도 종합대학에 예술이 있지만 이를 높이 사지는 않는다.

예술대학의 부정이 교수 탓만은 결코 아니다. 학부형과 학생의 빗나간 교육열망과 오해가 가세했고 오래전부터 세계의 교육기관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이런 실태 조사 하나 없다니 무엇으로 정책을 세우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더늦기 전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진예술에 진입해야 한다. 만약 MB 정부가 이를 파악해 혁신한다면 우리 교육사에 한 획을 긋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루가 멀다 않고 들려오는 국제 콩쿠르 수상소식, 이제 발레에 까지 금의환향이다. 비보이가 대학교육의 산물이었던가. 유니버시티 개념은 진정한 예술가 양성에 맞지 않는 제도다. 권위의 학사모를 벗어 던지고 예술의 본질을 찾자. 우리 모두 살기위해 고통이 있을지라도 콘서바토리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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