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78] 춘사 나운규와 아리랑
[아! 대한민국-178] 춘사 나운규와 아리랑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9.11.09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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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2019년은 한국영화가 100주년을 맞는 해다. 마침 이 해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 100년만의 쾌거요 경사라고 할 수 있다. 단성사 사장이었던 박승필이 제작하고 신파극단 신극좌의 김도산이 감독한 『의리적 구토(義理的 仇討)』가 한국영화의 기점이다. 1919년 10월 27일, 우리나라 첫 다큐멘터리 『경성전시(京城全市)』의 경(景)과 더불어 단성사에서 개봉돼 기념비적 성공을 거둔 것이다.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에서 춘사 나운규와 그가 주연에 원작·연출 감독까지 두루 맡은 『아리랑』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의의는 그 어느 작품, 어느 영화인보다 크다. 우선 국가보훈처가 독립운동가로서 그를 평가한 대목이 그렇다. 제목이 ‘나운규, 불꽃처럼 온몸을 태우고 스러진 서글픈 천재여’인 글에서 오영진은 1962년 나운규 탄생 60주년 기념일을 맞아 이렇게 말한다.

”칠흑같이 어두운 시대였기에 만드는 영화마다 검열의 가위에 잘려나가기 일쑤였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나운규는 영화를 통해 조선인 관객들을 울고 웃게 했다. 그가 만든 영화의 밑바탕에는 독립에 대한 열망과 이를 위한 실천이 깔려 있었다. 진정 그가 없었다면 우리들의 지난날이 얼마나 삭막했을지 모를 일이다.“

나운규가 『아리랑』을 선보였던 1926년은 한국영화사에서 새로운 기원을 이룩한다. 전래의 민요인 '아리랑'을 주제가로 내세워 새롭게 활용함으로써 민족음악으로 확산하는데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단순히 줄거리를 화면에 옮기는 수준으로 만족했던 그때까지의 한국영화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한국 고유의 감성과 사상, 생활의 진솔한 내면을 정확히 반영하고 시대의 분위기를 짜임새 있게 전달했다.

민족적 저항을 담은 내용은 물론 영화의 도입부를 장식한 개와 고양이의 비유, 침략자의 멸망을 암시하는 진시황의 죽음 등, 그 당시로써는 가장 선진적인 영화기법들이 동원되었던 것이다. 나운규는 그때 이미 세계영화사조와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한국영화들과는 달리 뚜렷한 철학과 방법론으로 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당대인들에게 『아리랑』은 한국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완벽한 걸작으로 받아들여졌다.

춘사 나운규는 함경북도 회령 출신으로 회령 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간도로 가 용정(龍井) 중학을 다니다가 1921년 서울로 와 중동

중학에 들어갔다. 연안의 비밀독립운동 단체인 도판부에 가입했던 과거가 발각돼 2년간이나 복역하기도 했다. 조선키네마 윤백남 감독의 『운영전』(1925) 출연을 계기로 영화계에 뛰어들어 『심청전』(1925)에서 심봉사 역을 맡으며 비중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아리랑』 이후 나운규의 인기는 최고조에 달해 조선 영화계는 그의 영향력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풍운아』(1926), 『들쥐』(1927), 『금붕어』(1927) 등을 찍었고, 그의 프로덕션을 만든 후에는 『잘 있거라』(1927), 『옥녀』(1928), 『사랑을 찾아서』(1928), 『사나이』(1928), 『벙어리 삼룡』(1929) 등을 제작했다. 1932년에는 이규환 감독의 『임자 없는 나룻배』에서 삭발을 하는 등 혼신의 연기를 펼쳐 '아리랑 이후를 대표하는 무성영화'라는 평을 들었지만, 폐결핵과 싸우면서 빚어냈다는 『오몽녀』(1937)를 유작으로 남기고 안타깝게도 그는 요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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