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평창무이예술관의 이호영 도예전시실 ... 평면도자기와 달항아리 작품 전시
[탐방] 평창무이예술관의 이호영 도예전시실 ... 평면도자기와 달항아리 작품 전시
  • 평창=이종환 기자
  • 승인 2020.02.0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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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초청전시 작품도 일부 선보여 ... 장작 옮길 때 전시관 참관
평창무이예술관에서. 왼쪽으로부터 정연서 화백, 최병천 전 교장, 홍미희 전 수석교사, 이호영 도예명인
평창무이예술관에서. 왼쪽으로부터 정연서 화백, 최병천 전 교장, 홍미희 전 수석교사, 이호영 도예명인

평창무이예술관에 가려면 영동고속도로의 면온 톨게이트에서 빠져 나가는 게 편하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일찌감치 둔내역에서 빠지라고 했으나, 지인의 안내대로 무시하고 지나쳐 면온역에서 빠지니 톨게이트를 통과한 지 불과 20분만에 예술관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이율곡선생 사당인 봉산서재도 있고, ‘메밀꽃 필 무렵’을 쓴 이효석 생가도 지나가지만, 무이예술관에 가서 장작을 싣는 ‘사역’이 일찌감치 예정돼 있어서 곁눈 팔지 않고 목적지로 향했다.

무이예술관은 전시관은 물론, 작가들의 아틀리에도 겸한 산중예술관이다. 이 예술관은 2001년 폐교한 무이초등학교를 스튜디오로 만들어 조각, 도예, 회화, 서예가 함께 하는 작업실이자 전시관으로 오픈했다.

당시 학교 정문은 미술관 정문으로 바뀌어 있고, 운동장은 조각작품을 비롯해 체험전시장으로 꾸며져 있었다. 겨울 추운 날씨여서인지, 우리 일행이 방문한 날 예술관은 손님이 없이 고즈넉한 느낌이었다.

여름이면 문을 열고, 커피향과 다향에 빠진 손님들이 보였을 법한 커피샵도 문이 잠긴 채, 커피샵 외부 테라스에 놓인 테이블과 의자만 겨울 낮 오후의 태양을 비스듬하게 쬐고 있을 뿐이었다.

실내로 들어가자 먼저 와 기다리던 이호영 도예명인과 서양화가인 정연서 화백이 반갑게 우리를 맞았다. 이호영 도예명인은 평면도자기로 유명하다. 이천에서 3대째 도예공방을 잇고 있는 그는 이천박물관과 시내 곳곳에 작품이 비치돼 있는 것은 물론, 남해군의 이순신순국공원에도 무려 높이 5m, 길이가 200m에 이르는 대규모 평면도자기 도예벽화작품을 완성해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무이예술관에 아뜰리에와 전시실을 두고 있는 정연서 화가는 메밀꽃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메밀꽃 화가로 유명하다. 평창무이예술관이 문을 열면서 이곳에 정착해, 20년째 평창생활을 즐기고 있다. 예술관옆에 ‘화가의 집’이라는 아름다운 별장식 주택을 지어 부부가 기거하고 있다고 했다.

정연서 화백의 화실에는 난로를 두고 있어, 우리 일행은 잠시 난로 옆에서 곁불을 쬐면서 그와 얘기를 주고 받았다. 화실은 그림 작품을 그리는 아뜰리에로, 그가 작업을 하는 그림도 눈에 띄었다.

이어 화백의 안내로 전시관을 둘러보았다. 학교 교실을 터서 만든 정화백의 개인 전시관에는 메밀꽃 그림들이 다수 전시돼 있고, 소나무 숲을 그린 풍경화들도 여러점 걸려 있었다. 대형 작품들로 평창의 메밀밭과 소나무 숲을 그린 것이라고 했다.

메밀밭은 대부분이 메밀꽃이 하얗게 폈을 때의 모습들이었다. 생생한 메밀꽃 송이들이 마치 소금을 뿌린 듯 펼쳐져서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장면들을 연상시켰다. 메밀꽃은 가까이 가면 물감의 붓터치가 보이지만, 약간만 떨어져서 보면 마치 사진과 같았다.

소나무 숲도 마찬가지였다. 생생한 모습이 마치 살아있어 새들이 날아들 것같았다. 과거 신라의 솔거가 그렸던 노송도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정연서 화백 화실에 있는 작품... 살아있는 듯한 메밀꽃 그림 앞으로 작업중인 소나무 그림이 보인다.
정연서 화백 화실에 있는 작품... 살아있는 듯한 메밀꽃 그림 앞으로 작업중인 소나무 그림이 보인다.

이어 이호영 작가의 전시실을 둘러보았다. 이 작가의 전시실에는 평면 도자기와 달항아리, 전통사발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이호영 작가는 한국예총 도예명인이다. 그는 불과 흙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조화를 누구보다 깊이 체화한 작가다. 숱한 시행착오를 통해 한국 누구도 만들지 못하는 대형 평면작품들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고, 유약과 불이 빚어내는 다양한 조화를 작품들에서 실현해냈다.

“불의 조화라고 할 수밖에 없어요. 같은 유약을 칠해서 같은 가마에서 때는데, 불을 접하는 위치와 강약에 따라 색깔이 천차만별로 달라요. 루비빛과 코발트빛 항아리가 같은 유약으로 같은 가마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면 믿을 수가 있겠어요?”

이호영 도예명인은 “불도 장작을 한꺼번에 많이 넣으면 탁한 불이 되고, 잘 때면 맑은 불이 된다”면서, “맑은 불보다는 탁한 불에서 더 다양한 색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같은 유약이라도 불의 시간과 질에 따라 만들어내는 색깔이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청자나 백자를 만들어내려면 불이 일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같은 색깔이 나옵니다. 하지만 제가 하는 시도는 다양함을 찾는 것이어서 불을 계속 바꿉니다. 불의 변화를 통해서 색깔의 변화를 이끌어내지요.”

이호영 도예가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진부역에 마련된 특별전시실에서 평창올림픽조직위 초청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그는 “당시 전시한 작품 몇점을 평창무이예술관의 전시관에도 가져다 전시하고 있다”면서 우리 일행을 작품 앞으로 안내해 설명을 하기도 했다.

이어 찾아본 곳은 이호영 도예명인의 아뜰리에라고 할 도자기 가마였다. 가마는 학교 뒷마당 한켠에 마련돼 있었다. 무이예술관에 합류하기 전부터 있었던 가마라는 설명인데, 이천 설봉공원에 있는 전통가마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크기였다.

달항아리 옆으로 평면도자기 작품이 걸려 있다. 대형 평면도예 작품들은 전시돼 있지 않다.
달항아리 옆으로 평면도자기 작품이 걸려 있다. 대형 평면도예 작품들은 전시돼 있지 않다.

“가마가 작아서 효율이 떨어집니다. 같은 양의 장작을 때더라도 가마 안에 빚어넣는 도자기 작품수가 적어서 비용이 비싸게 먹히는 거지요.”

작품을 두고 단가를 따지기는 뭐하지만 제작 단가가 높아진다는 얘기다. 가마 옆에는 장작들도 쌓여있었다. 가마 작업용 장작으로, 소나무 장작이라고 했다. 이 장작들을 이천의 작업실에 있는 가마 옆으로 옮겨다 놓는 일이 이 날 일행의 주된 과업이었다.

이호영 도예가는 최근 가마 불때는 작업을 빈번하게 하고 있다. 특히 이천 작업실에서 가마 작업이 활발하다. 그러다 보니 평창무이예술관에 가져다 놓은 장작까지 이천으로 옮겨서 작업을 하려 했던 것이다.

이 날 초청받은 사람은 장작 옮기는 일을 거들 발런티어들이었다. 평창에서 장작을 차에 옮겨 싣고, 이천에서 다시 부려서 가마 옆에 재어놓는 단순한 일이었지만, 이호영 도예명인의 작업을 즐겨 돕는 최병천 전 중동중학교 교장선생과 홍미희 전 서울시 음악수석교사가 작업복 차림에 목장갑까지 끼고 참여했다. 정연서 화백도 거들고 나섰고, 전시실 취재차 방문한 기자도 덩달아 장작을 옮겼다.

이날 작업은 평창 봉평에 있는 메밀전문 식당에서 메밀전과 메밀국수로 늦은 점심을 한 후 진행됐다. 장작을 실은 차가 평창무이예술관을 떠날 때는 짧은 겨울해가 평창의 높은 산꼭대기 뒤로 숨어들 무렵이었다.

달항아리 작품들
달항아리 작품들
평창무이예술관의 앞뜰
평창무이예술관의 앞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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