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88] 창극(唱劇)
[아! 대한민국-188] 창극(唱劇)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20.09.26 0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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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서양의 오페라를 흔히 ‘종합예술’이라고 부른다. 무대의 막이 오르면 아름다운 연주와 함께 배우들이 음악과 연기, 무용 등으로 각 장르의 예술을 화려하게 펼치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이 같은 종합예술이 있다. 과거에 판소리가 그것이었다면 오늘날에 와서는 창극이 바로 그것이다. 국극(國劇)이라고도 불리는 창극은 창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 고유의 음악극이다.

창극은 판소리를 바탕으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이 땅에 형성된 연극 양식이다. 판소리는 소리꾼 1명이 북을 두드리는 고수의 가락에 맞추어 심봉사도 되고 심청이도 되지만, 창극은 극을 이끌어가는 사회자 역할의 도창을 비롯해 여러 소리꾼이 각자 배역을 맡아 노래와 연기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즉 판소리와 창극은 소리꾼이 등장하고 창과 아니리(판소리의 사설), 발림(몸을 이용해 상황을 그려나가는 동작) 등 판소리의 세 가지 요소를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형태는 전혀 다른 공연양식이다.

창극이 처음 생겨난 것은 신라 시대였지만, 그것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판소리의 대가이자 연구자였던 신재효(1812-1884)에 의해서였다. 신재효는 이제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던 판소리를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부가, 적벽가, 변강쇠전 등 여섯 마당으로 정립하고, 배역들이 노래를 나눠 부르는 형식을 시도하고 여자 광대를 양성했다.

그 뒤, 최초의 신소설 ‘혈의 누(淚)’를 쓰고 신극 운동을 이끌었던 소설가 이인직(1862-1916)이 1902년 서울 정동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옥내극장인 협률사에서 판소리를 처음으로 무대화했다. 1908년 이인직은 협률사를 인수해 원각사로 이름을 바꾸고 전통 판소리가 아닌 최초의 창작 창극 ‘은세계’를 비롯한 여러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이후 창극은 1950년대 말까지 가장 인기 있는 대중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서양으로부터 오페라 등 새로운 공연양식이 들어와 인기를 끌면서 창극의 전성기는 서서히 막을 내린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색다른 주제와 시도로 제작된 창작 창극이 제작되면서 창극의 현대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 1950년에 설립된 국립극장소속 국립창극단이 있다. 기존 판소리 여섯 마당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던 전통 창극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거나, 그리스 비극, 시, 서사극, 근대희곡 등 이전에 다루지 않았던 주제들을 무대에 올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20세기가 낳은 위대한 시인이자 작가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소재로 한 창극 ‘시’(2019), 우리의 창극과 중국 경극의 만남이라 할 ‘패왕별희’(2019) 등의 작품은 창극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우리 고유한 음악 형식은 유지하되, 세계 어디서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폭넓은 주제로의 확장은 해외공연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창극 최초로 프랑스에 있는 현대예술의 심장이라 할 떼아뜨로드라빌 극장에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비롯, 그리스 비극을 창극으로 해석한 ‘트로이의 여인들’은 런던 국제연극제에서 전석 매진에 기립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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