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탐방] 하노이한인회가 운영하는 ‘나누고 가게’
[현지탐방] 하노이한인회가 운영하는 ‘나누고 가게’
  • 하노이=이석호 기자
  • 승인 2023.04.2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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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미딩 송가에 있는 나누고 가게

(하노이=월드코리안신문) 이석호 기자    

4월 26일 오후 하노이 한인상가들이 밀집한 미딩 송다 지역. 골든 팰러스 건물 지하로 내려가자 ‘나누고 가게’라는 작은 간판이 보였다.

10평 정도 크기의 이 가게는 어린이 옷, 어른 옷, 가방, 신발, 장난감, 도서, 필기도구, 생활용품, 주방 도구 등 다양한 상품들로 꽉 차있었다. 어린이 티셔츠는 3만 동, 여성 여름옷은 5만 동, 필통은 1만 동이다. 동(VND)은 베트남 화폐다.

“한국에서 온 분들은 화폐 뒷자리에서 0을 하나 지우고 다시 반으로 나누면 가격이 대충 얼마인지 알 수 있어요. 5만 동은 2,500원쯤 돼요.” 가게 자원봉사자가 이렇게 설명해 줬다. 대부분 상품이 몇천 원이고, 비싸야 2~3만 원이다. 함께 가게를 찾은 류용오 방글라데시한인회장이 그 자리에서 홍삼 진액과 베트남 커피를 샀다.

“좋은 상품들을 싸게 살 수 있어서 베트남 현지인들도 꽤 많이 찾아와요. 적어도 하루에 10만 원씩은 판매하고 있고 80만 원어치도 판 적이 있어요. 수익금 전액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쓰입니다.”

자원봉사자 한 사람이 이렇게 설명했다. 이 가게는 한국인 자원봉사자 25명이 차례를 정해 돌아가며 보고 있다. 월요일은 가게 문을 닫고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날마다 가게를 여는데 오전에 두 명, 오후에 두 명이 가게를 본다. 토요일엔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한다.

“수익금으로 베트남 현지인들을 돕기도 하고요, 한국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도 씁니다. 튀르키예 난민 돕기 기금에 보태기도 했고요.”

장은숙 하노이한인회장의 설명이다. 장 회장은 재작년 말 한인회장 선거 때 ‘알뜰 매장’을 만들어 현지인들과 한인 학생들을 돕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주재원으로 일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기부해 준 물품들이 많아요. 한인 업체들도 기부를 많이 해주고 있고요.”

장은숙 회장
장은숙 회장

장 회장은 나누고 가게가 들어선 건물에서 하나 건설이라는 건축 설계회사를 남편 한치옥 씨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남편이 대표고, 장 회장이 이사다. 남편은 아마추어 바둑 8단으로, 나누고 가게가 있던 자리에서 바둑 동호회를 운영해 오다가 장 회장이 한인회장에 당선되자 선뜻 좋은 일에 쓰라며 바둑 동호회 자리를 내주었다.

장 회장은 지난해 나누고 가게를 만들 때 한국에 있는 아름다운 가게를 벤치마킹했다. 가게 이름은 공모전을 열어 정했다. 그는 이 가게를 시작할 때 1년 동안은 손해가 나도 좋으니, 과감하게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우선은 자신이 달마다 60만 원씩, 일 년에 최소 1,20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송년회 때도 기부받은 상품들을 판매했지요. 좋은 뜻인 줄 알고 많은 분이 나누고 가게 상품을 사 주었어요.”

장 회장은 한국에서 1993년부터 20년 동안 (사)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에서 일했다. 그가 이 시민단체 회장으로 일할 때 육성회비 철폐, 촌지 근절 운동, 체벌 근절 캠페인, 반값등록금 캠페인을 벌였다. 하노이한인회에서는 부회장, 수석부회장으로 일해 왔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한인회 입구, 도서관, 서예반 수업, 베트남어 초급반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한인회 입구, 도서관, 서예반 수업, 베트남어 초급반

장 회장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한국인이 20만 명 정도 살고 있다. 호찌민에 약 11만, 하노이에 8만, 다낭을 비롯한 기타 도시에 1만여 명이 있다.

하노이한인회는 하노이 참빛타워 19층에 한인회관을 두고 있는데, 한인회관에 문화교실 2개를 만들어 일주일에 45개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어 초중고급반, 영어 초중고급반도 있고 주산, 논술, 공작, 악기 강좌도 있다. 한인회관에는 2만 권의 책을 보유한 도서실도 있다.

하노이한인회의 가장 큰 행사는 한베 문화 축제다. 장 회장은 한베 문화 축제를 지난해 ‘거리 축제’로 바꾸어 열었다. 한인 밀집 지역에 길을 막고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현지인들과 한인들이 함께 어울리도록 했다.

“한인회장 선거에 도전했을 때 교민들을 많이 만나 이야기를 들었어요. 교민들은 한인회가 끼리끼리 한다고 느끼고 있더라고요. 출마하면서 △소통하는 한인회 △함께 하는 한인회 △든든한 한인회 △아름다운 한인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죠.” 그래서 시작한 사업이 나누고 가게고, 거리 축제라고.

한베 우정의 거리 문화축제
한베 우정의 거리 문화축제

하노이한인회는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이하 아시아총연)가 지난 4월 25일부터 28일까지 하노이 그랜드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와 아시아한상총연합회 대회’를 주관하기도 했다. 아시아총연은 22개국가에 있는 70여 개 한인회를 대표하는 단체다. 올해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와 아시아한상총연합회 대회’에는 아시아 각국에 거주하는 전·현직 한인회장과 베트남 한상들을 포함해 100여 명이 참가했다.

아시아총연은 26일 나누고 가게 자원봉사단에 감사패를 주고, 27일 저녁 자원봉사자들을 만찬 행사에 초대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나눔봉사를 하게 돼 보람 있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아시아총연 대회에서는 교민 록밴드 ‘루스터’의 공연도 펼쳐졌다. 장 회장의 남편 한치옥 씨가 이 밴드에서 베이스를 맡고 있다. 한치옥 씨는 한인회장 아내를 응원하고자 몇 개월 동안 그룹 멤버들과 연습해 왔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여성그룹 지지밴드의 공연도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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