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실크로드 상인들이 지나간 아제르바이잔 옛 수도 셰키
[탐방기] 실크로드 상인들이 지나간 아제르바이잔 옛 수도 셰키
  • 아제르바이잔=최병천 기자
  • 승인 2023.06.1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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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스탄 암각화에서 보이는 카스피해
고부스탄 암각화에서 보이는 카스피해

(아제르바이잔=월드코리안신문) 최병천 기자

아제르바이잔은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회교도국으로 투르키에 민족이다. 수도인 바쿠는 사막 지역에 만들어진 도시로 아주 옛날부터 땅에서 연기가 솟고 불이 올라와서 불의 도시라고 불렸다.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중에도 도시의 가운데서 불기둥이 올라오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오래된 도시인 이곳의 매력은 현대와 과거가 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쿠의 신시가지는 다른 모양으로 디자인된 트랜디한 건물이 있었고 실크로드가 있던 시절부터 존재한 올드시티에는 당시 상인을 위한 숙소와 찜질방, 그리고 정복이 불가능한 성이라는 뜻을 가진 메이든 탑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타슈켄트와 달리 데이트하는 남녀도 많이 눈에 띄었다.

밤에 걷는 카스피해는 바람이 불고 싸늘했다. 원래 유람선을 탈 계획이었는데 현재 수리 중이라 타지 못하고 바닷가를 걷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카스피해는 러시아의 남서부, 중앙아시아, 이란의 북부 아제르바이잔 등으로 이어진 내해 또는 내륙호다. 한반도가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의 크기인 이곳을 바다로 볼 것인지 호수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학문적으로 볼 때 카스피해의 평균 염도는 1.2%로, 보통의 바다의 1/3에 불과하다.

메이든 타워
메이든 타워


그렇지만 호수인지 바다인지에 따라 법적인 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주변국과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다. 바다라면 국외선이 통과하는 것이 자유롭지만, 호수라면 그 의무는 없어지고 주변국은 해안선에서 12해리까지 권리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2018년 러시아와 이란,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등의 인접국이 카스피해를 ‘특수한 지위를 가진 바다’로 규정한 협상에 따르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에 도착한 날은 5월 10일이었는데 이곳 역시 온 도시들이 축제의 분위기로 들떠 있었다. 여기도 러시아 승리의 날을 기념하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이전 대통령이었던 헤이다르 알리예프의 생일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하긴 러시아에서 열린 승리의 날 기념일에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는 참석하지 않았다. 바쿠는 알리예프라는 이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공항 이름도 헤이다르 알리예프 국제공항, 랜드마크 역시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였다. 헤이다르 알리예프는 현재 대통령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다음 대통령은 그의 손자가 할 거라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이곳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었다.

헤이다르 알리예프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우리가 잠을 잔 호텔의 로비는 무척 시끄러웠다. 알고 보니 약혼식이 있어 그 친구들이 모여 놀고 있는 중이라 했다. 이곳의 결혼식은 500명 내지 1000명 정도를 초대하게 되며 그 인원이 많을수록 좋은 결혼식이라고 여기고 화려하게 진행하게 되어 돈이 무척 많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나 아주 허용적이고 자유롭다고 느꼈던 이 나라의 또 다른 면은 그 다음날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찾아가는 곳을 잘 몰랐던 남자 운전사는 여자 가이드가 길을 안내하는데도 못 들은 척하면서 창문을 열고 지나가는 남자들에게 길을 물었다. 그러기를 여러 차례 결국 20분이면 갈 거리를 거의 1시간 걸려 가게 되었다. 그러자 가이드는 운전사가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말로 “여기는 여자 말을 안 들어요. 이것 보세요. 제 말을 끝까지 안 듣고 저렇게 고집을 부리잖아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웃어넘겼지만, 실제 눈앞에서 겪은 일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금도 아제르바이잔의 여자들, 특히 시골에 있는 여자들은 힘들다고 한다. 여자의 삶이 힘든 것이다.

거리에서 화덕빵을 굽는 여인
거리에서 화덕빵을 굽는 여인

조지아에 만난 사람도 자신의 거래처에서 여자가 전화를 받는데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말을 하다가 자기가 좀 딸리는 것 같으면 당장 “어디 여자가, 나 너랑 말하기 싫어” 이러면서 전화를 끊어 버린다고 했다. 그리고 웃으며 “그런데 아제르바이잔 여자가 3국 중에서 가장 사납다고 해요. 그래서 아제르바이잔에서 많이 억압되어 있던 여자들이 조지아로 이주해 오는 경우가 있는데 조지아에서는 그 강함이 표출되어 거의 싸움닭 수준이 된다는 말이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셰키는 이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였던 곳이다. 옛날 도시답게 조용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는 프레스코와 예쁜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칸의 여름궁전이 있다. 자그마하지만 아주 예쁜 이곳은 실내의 사진을 찍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또 실크로드 상인을 위한 숙소인 카라반사라이도 있다. 아주 두껍고 육중한 멋진 대문을 가진 이곳은 지금 봐도 하루 쉬고 싶을 정도로 예쁘고 정돈된 숙소다.

카라반 사라이 내부
카라반 사라이 내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현재도 분쟁 중이다. 아제르바이잔의 가이드는 “집을 세를 줬는데 오래 살았다는 이유로 이제는 내 집이라고 하면 안 되잖아요”라고 말했다. 물론 아르메니아의 입장은 다르다. 우리 같은 경우에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을 같이 여행하고 있지만 유럽 사람들의 경우는 이 두 곳을 같이 여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긴 생각해 보면 그것이 안전상의 이유이기도 하고 이들에 대한 예의인 것 같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 오는 관광객이 다음 경유지로 북한을 여행하는 경우는 없으니 말이다. 또 작은 동네를 지나가도 전쟁에 참여했다가 전사한 청년들의 사진을 동네 곳곳에 붙이고 그들을 추모한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조지아로 가는 길은 높고도 험했다. 조지아로 넘어가는 국경에서 차에 탄 사람은 짐을 다 가지고 내려야 했다. 그리고 운전기사와 차량은 따로 검문소에서 검사와 절차를 밟고 승객은 비행기 탑승하듯이 여권과 짐을 한 명 한 명 확인받아야 했다. 이때 역시 본인의 모든 짐을 자기가 들고 가야 했다. 아제르바이잔의 조그만 건물을 통과하자 눈앞에는 경사가 높은 좁은 계단길이 나타났다. 그곳을 각자 짐을 가지고 올라가면 그 위쪽 어딘가에 조지아의 건물이 있었다. 뜨거운 날씨에 짐을 들고 길을 올라가 다시 한번 절차를 밟고 드디어 조지아에 입성했다. 차량은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지 아직도 오지 않아서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제르바이잔에서 불편했던 것은 다름 아닌 통신이었다. s**를 사용하는 옆 사람은 어디를 가도 자유롭게 터지는데 L**를 쓰는 나의 경우 아제르바이잔은 아예 사용 불가였다. 그리고 이 불편은 이후 조지아에서도 계속됐다.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국경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국경
밤의 카스피해 해변
밤의 카스피해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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