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중앙아시아 최대 시장 ‘타슈켄트 초르수 바자르’
[탐방기] 중앙아시아 최대 시장 ‘타슈켄트 초르수 바자르’
  • 타슈켄트=최병천 기자
  • 승인 2023.06.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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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스트리트 푸드 트럭
타슈켄트에 있는 코리안 스트리트 푸드 트럭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월드코리안신문) 최병천 기자     

코카서스 3국을 가기 위해 처음 향한 곳은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였다. 이번에 가는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는 예전 실크로드의 길목이기도 하다.

장안에서 사마르칸트를 거쳐 우즈베키스탄에서 이란, 그리고 이스탄불까지 문명과 많은 물품이 오갔던 그 길을 찾아간다.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지 30년이 됐고 한반도의 2배가 넘는 땅을 가진 나라다. 타슈켄트는 터키의 이스탄불처럼 환승하는 공항으로 많이 이용되지만, 규모는 작다.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은 젊은 여자는 러시아인으로 타슈켄트에서 러시아로 가는 비행기로 환승을 한다고 한다. 의외로 한국말을 잘해서 깜짝 놀라자 남자친구가 러시아에 근무한 적이 있는 한국 사람으로 지금은 울산에 살고 있어서 방문하게 됐다고 했다. 여행이 엄청 재미있었다며 웃는 모습이 귀여웠다.

공항에서 만난 흰히잡을 쓴 사람들
공항에서 만난 흰히잡을 쓴 사람들

타슈켄트에 도착해서 그녀는 러시아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러 갔고 우리는 타슈켄트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제르바이잔으로 들어가기로 했기 때문에 공항에 내렸다. 타슈켄트 공항은 작아서 가운데 서 있으면 양쪽 끝이 보이고 무슬림 특유의 파란 타일로 벽이 꾸며져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온몸을 히잡부터 긴 치마까지 흰색으로 감싼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모두 흰색 히잡을 쓰나 싶었는데 막상 거리로 나가자 자유롭게 여러 가지 색의 히잡을 쓴 사람들이 보였다. 학생들까지 교복을 입고 히잡을 쓰기도 해서 현지인에게 물어보자 그들은 메카에 다녀오는 순례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곳은 95%가 이슬람이지만 종교는 자유고 학생들이 히잡을 쓰는 것 역시 집안 분위기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면 된다고 했다. 우즈베키스탄이 회교도 국이고 아직도 이 종교가 생활 깊숙이 들어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슬람 사원
이슬람 사원

거리에도 이슬람식 사원이 많이 있었는데 지금도 금요일마다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이 나라가 이슬람의 국가라는 것은 타슈켄트에 있는 브로드웨이 거리를 걸으며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곳은 오페라 극장부터 시작해서 예쁜 건물도 많고 옆에는 조그맣게 부스를 만들어 음식도 팔고 있는 공원도 이어져 있다.

“타슈켄트에서는 여기가 데이트 코스겠네요”라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여기는 아직도 남녀가 데이트를 많이 하지 않아요. 결혼도 부모님이 정해주는 대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고려인들은 개방적이어서 자유롭게 연애를 하는 편이죠”라고 덧붙였다.

이곳은 초등, 중등, 고등학교 12년을 한 건물에서 같은 학교에서 보낸다. 그래서 서로 아주 친해질 수밖에 없다. 졸업하면 대학교 4년제나 전문학교 3년 등 자신이 택한 길을 가게 된다. 그러면서 인기 있는 남자의 직업으로 변호사와 치과의사를 꼽았다. 이곳에서 의사는 국가에 속해있기 때문에 개인으로 개업할 수 있는 치과의사가 훨씬 인기가 높다고 한다.

기도시간을 그려놓은 벽화(왼쪽), 사원 내 주의 사항
기도시간을 그려놓은 벽화(왼쪽), 사원 내 주의 사항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의 인상은 착하고 푸근하다는 것이었다. 이곳은 우즈베키스탄인, 타타르인, 러시아인, 고려인, 아제르바이잔인 등 많은 민족이 모여 살지만, 자신들의 표현으로 “문제없이 산다”고 했다. 지나가면서 보이는 공연장의 이름도 ‘다민족의 우정’이라고 한다.

우리가 도착한 5월 9일은 승리의 날로 거리마다 깃발이 달려 있었는데 러시아가 2차대전에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수도인 타슈켄트에서는 아직도 90% 이상이 러시아어를 쓰고 있고 구소련시대의 아파트도 남아 있었다.

이곳은 지금도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이슬람 사원을 짓고 있눈 것이 자랑이고 자부심이다. 도시의 곳곳에는 이슬람 사원이 많은데 그중 한곳에 들어가 기도를 드렸다. 사원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여자와 남자가 기도하는 공간이 나뉘어 있었다.

사원 내부
사원 내부

안에는 의자가 없고 그저 넓게 비어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되어있으며 여자의 경우 머리에 천이나 모자를 써야 한다. 말을 해도 안 된다. 이런 여러 가지 주의할 점은 그림으로 입구에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주의점 외에도 또 외벽에 시계의 그림이 있었다.

하루 중 기도해야 하는 시간을 표시해 놓은 것이다. 하긴 내가 자주 가는 시골에도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은 일하러 올 때 처음부터 기도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일을 하다가 시간에 맞춰 기도를 드렸다. 우선 깨끗한 물로 손을 씻고 바닥에 천을 깔고 방향을 본 후 절을 하고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이 모든 것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초르수 바자르 시장에서 만난 빵이었다. 초르수 바자르 시장은 우즈베키스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이 시장은 커다란 돔 형식의 실내에 있었다. 각종 향신료와 견과류, 과일, 유제품, 고기 등을 팔고 있는데 이 시장에서 가장 맛있는 것은 빵이었다.

초르수 바자르 시장 내부
초르수 바자르 시장 내부
각종 향신료
각종 향신료

시장에서 밖으로 나와 뒤편에 있는 건물로 들어가자 직접 화덕에서 빵을 굽고 있는 가게가 즐비했다. 그중 한 곳에서 빵을 사서 먹었는데 옆의 어떤 남자는 태어나서 먹은 빵 중에서 가장 맛있다고 할 정도였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고소했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게는 이 빵이 ‘소울 푸드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동대문에 가도 우즈베키스탄 빵을 팔고 있는 가게들이 있고 병천 시골의 아우내 장터에 가도 이 빵을 팔고 있는 제과점이 있다. 빵은 둥글고 큰데 가게마다 문양이 다양했다.

거리의 빵
거리의 빵

아제르바이잔으로 가는 비행기의 옆자리에서는 한국에도 일하러 온 적이 있다는 타슈켄트 사람을 만났다. 자동차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그는 여러 명이 조를 짜서 아제르바이잔으로 2주 동안 일하러 간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타슈켄트에는 한국 차가 무척 많았다.

거리에는 주로 대우차가 돌아다니고 있었고 이번에 시보레 기아공장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한국 차가 아주 좋아요, 우리 아들도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아들이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이번 가을에 결혼해요. 초대할 테니 오세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아들의 여자 친구가 한국 사람인지 묻자 NO! 어른들이 소개한 거라며 신부가 될 여자는 타슈켄트에서 교사를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비행기가 이륙하면서 바퀴가 땅에서 떨어지고 하늘로 올라가는 순간 박수를 친다. 즐거운 웃음소리, 박수 소리와 함께 타슈켄트를 떠났다.

빵가게 주인과 함께
빵가게 주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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