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주 한인교회의 역할과 미래①
[기고] 미주 한인교회의 역할과 미래①
  • 문은배 목사(스포켄한인장로교회 담임)
  • 승인 2023.08.14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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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 기념으로 발간된 <미주한인 동포사회의 발전과 도전 1923-2023>에 실린 글이다. 미주 한인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을 조명한 글로, 한인사회의 변화가 교회에 미치는 영향도 소개하고 있다. 2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문은배 목사(스포켄한인장로교회 담임)
문은배 목사(스포켄한인장로교회 담임)

1900년대 초에 시작된 이민의 행렬은 미국 땅에 깊이 뿌리를 내렸고, 이제 한인사회는 미국에서 250만여 명에 이르는 비교적 큰 소수인종 공동체가 됐다. 그 가운데 한인교회는 이민 초기부터 한인사회의 구심점으로 동포들과 애환을 함께하며 지금까지 한인사회의 발전을 견인해 왔다. 한인 미국 이민사는 한인교회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으며, 지금도 한인사회에서 교회의 역할과 영향력의 비중은 매우 크다.

1902년 12월 22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속에 인천 제물포를 출발한 102명의 한인들은 일본 고베에서 미국 상선 갤릭(Gaelic) 호로 갈아타고 거의 20일간의 고된 항해 끝에 1903년 1월 23일 하와이 호놀룰루 제2 부두에 도착했다. 최초 한인 이민자들은 열악한 환경에 하루 10여 시간의 중노동과 저임금으로 한 달에 고작 15달러라는 터무니없이 낮은 보수를 받으며, 고단하지만 미래를 향한 꿈을 가지고 미국에서의 이민생활을 시작했다. 그 가운데 미주 한인사회에서의 한인교회의 위치와 역할은 특별했다. 첫 이민자 102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예수그리스도를 믿는 인천 내리교회 성도들이었고, 이민 첫해에 교회가 세워졌다는 사실에서 교회와 이민자 사이에 이미 각별한 관계가 형성됐음을 알 수 있다.

미국 땅에 세워진 첫 한인교회는 1903년 11월 10일 하와이에 세워진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였다. 사탕수수밭에서 노동을 하던 한인 이민자들이 하와이 8개 섬의 중심인 오하우섬에 세웠으며, 그다음 해인 1904년 3월 11일에는 미국 본토 LA에 Frances Sherman 선교사를 중심으로 LA 연합감리교회가 세워졌다. 이후 계속해서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시카고, 뉴욕 순으로 한인교회가 창립됐고, 계속 유입되는 한인 이민자 인구의 증가와 비례해 한인교회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났다.

앞서도 말했듯이 1903년 첫 이민선 갤릭호에 몸을 실은 102명의 이민자 가운데 50여 명이 인천 내리교회 교인들이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한인교회라는 독특한 성격의 공동체를 이해하지 않고서 이민사회의 지난 역사와 현재, 미래에 대한 기대를 이야기하기란 힘든 일이다. 미주 한인사회에서 교회는 종교적 기능은 물론 사회적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신앙공동체인 동시에 사교공동체로 존재해 왔다. 그래서 미국으로 이민온 한인들이 입국 신고를 마친 뒤 가장 먼저 찾는 곳이 교회였다.

한국에서는 교회를 다니지 않았던 사람들도 대부분 교회에서 이민생활을 시작했다. 그래서 이민자의 70% 이상이 교인이었다. 초기 이민자들에게 한인교회는 동포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이들은 타향살이의 설움을 달래기 위해 교회로 몰려들었다. 1965년 이후 이민 문호가 개방되고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한인교회의 역할은 더 적극적으로 이민 정착을 돕는 공간의 성격을 띠게 됐다. 목회자들은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 이민자들을 맞았다. 이민자들이 집을 임대하는 일부터 일자리 주선, 자녀학교 입학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정착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렇게 해서 이민자들에게 교회와 목사는 심리적으로나 생활면으로나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특히 한인들의 이민 행렬은 1960년대 말부터 80년대까지 붐을 이뤘다. 한인교회는 그렇게 이민 사회와 함께 확장하고 성장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초창기 한인 이민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한 이민교회는 지금까지 성장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도 경험했다. 목회자, 교회 지도자들의 자질 문제, 한인 이민교회들의 내부적인 갈등과 분열로 인하여 한인 이민사회에 좋지 못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일각에선 한인교회가 신앙적인 본연의 기능을 잃고 친목 단체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한인교회는 이민 온 한인들에게 정신적 힘의 근원으로서뿐만 아니라 외로운 한인들이 동질성을 찾고, 사회 문화적 상호작용을 위무해주는 사회생활의 중심지로서 중추적 역할을 하며 성장을 계속해왔다. 이러한 한인교회의 성장은 또 한인사회가 ‘힘’을 갖는 근간이 됐다. 이런 의미에서 미주 한인사회에서 교회가 갖는 상징성, 의미, 역할 등은 본토 한국 사회에서의 교회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한인교회는 단순히 종교 단체가 아닌 정서적으로 묶인 민족 공동체며, 미국 내에서 소수 민족으로서 힘이 결집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주 한인사회와 교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끈끈한 공생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그 가운데 교회는 한인사회의 중요한 실체로서 한인들의 삶을 형성하고 이끌어왔다고 말할 수 있다. 교회는 한인 이민자들의 종교적 필요뿐만 아니라 정서적 사회적 필요에 부응했으며 더 나아가서는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구심점의 역할을 감당해 온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인교회는 미주 한인사회를 형성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 왔기에 그 존재와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인교회 역할의 변화

미주 한인교회 수는 펜데믹 이전에 3천5백여 개2019년 KCMUSA 통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2년여간의 펜데믹을 거치면서 1천 개 이상의 한인교회가 없어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새로운 한인교회들이 설립되어 2022년 통계에 의하면 현재 약 2천 8백여 개의 한인교회가 미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숫자상으로 본다면 한인교회는 그간 이민사회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한인교계를 숫자로만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 이민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이민교회 역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한인교회의 존재성, 세대 간의 문화 차이 및 괴리감, 내외부 요인에 의한 교세 감소 등 복합적인 이슈가 존재한다. 특히 외부적 요인으로 최근의 펜데믹의 발발은 전 지구적 규모로 삶의 모든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친 만큼 한인교회의 지형에도 심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먼저 눈에 띄는 현상은 이민 사회에서의 교회의 기능 및 역할의 축소 및 변화이다. 과거에는 교회가 한인들의 삶의 모든 영역에 있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면 현재에는 그 영향력이 크게 감소됐음을 느낄 수 있다. 이에 대한 원인을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첫째는 교인 수의 감소이다. 이러한 추세는 한국교회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이미 한국 교회는 1990년대를 정점으로 해서 그 교세가 감소되기 시작했다. 사회의 다변화, 세속화와 더불어 교회의 도덕적 영적 선도력의 상실 등으로 한국교회는 점점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많은 사람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사회가 모든 영역에서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점점 더 비종교화 세속화되는 경향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 이러한 사회적 다변화에 교회가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한때는 교회가 한국 사회의 발전에 추동력을 제공하며 영적 도덕적인 선도력을 발휘했지만, 작금에 와서는 점점 대 사회 신뢰성을 상실하게 됐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의 추문 등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교회가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면서 사회와 바로 소통하지 못하고 자체 성장에만 골몰하는 가운데 사회와 괴리감을 형성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제 교회로 들어오는 사람의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그나마 교회에 충실했던 신도들마저 교회를 떠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소위 ‘가나안 신도’들이 한국교회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형편이다. 모 교회인 한국교회의 이러한 흐름은 미주 한인교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미주 한인들의 70% 가 교인들이었지만 이제는 그 비율이 현저히 감소했다. 필자의 경험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미국의 소도시들에서 십수 년 목회를 한 경험에 따르면 현재 한인들의 20~30% 정도만이 교회에 능동적으로 몸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한인 이민교회의 교인 수의 감소는 자연스럽게 교회의 한인사회에 대한 영향력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 교회의 역할 변화로 인한 영향력의 감소 현상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과거에는 이민교회가 종교적 기능 외에 여러 역할을 감당했다. 그러기에 과거에는 미국에 오면 신자든 비신자든 교회에 몸을 담고 생활하는 것이 일반이었지만 이러한 경향은 이제 점점 더 약화하고 있다. 일단 비신자는 미국에 오더라도 꼭 교회에 몸담아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과거에 이민교회가 제공했던 여러 서비스를 다른 통로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SNS의 발달과 수많은 동호회의 출현과 같은 사회적 관계망의 발달은 이민자들의 정서적 필요와 정보 수집 및 사회적 교류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한인들이 많이 몰려 사는 미국 대도시에는 수많은 한인 마켓과 식당들이 있어 그들의 생활상의 실제적 필요를 채워주고 있다. 그리고 한인들에게 특화된 다양한 배움과 교육의 공간들이 출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에 건너온 한인들 가운데 비신자들은 과거와 같이 자신들의 정서적, 사회적, 실제적 필요를 채우기 위해 꼭 교회를 찾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듯 한인사회의 발달과 분화는 기존에 이민교회가 감당했던 역할 지도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물론 여전히 한인교회가 감당하는 사회적 봉사적 기능을 무시할 수 없지만, 과거에 교회가 한인사회에서 감당했던 정서적 사회적 교육적 기능의 상당 부분을 다른 단체와 조직들이 대체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한인교회는 교회 본연의 종교적 기능을 감당하는 기관으로 그 역할이 축소, 변화하는 상황이다.

셋째, 이민 트렌드의 변화로 인한 한인교회의 영향력의 감소이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한인 이민교회는 한인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성장해왔다. 다시 말하면 미국으로 한인들이 많이 이민해 왔기 때문에 한인교회가 성장하고 그 가운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1990년대를 기점으로 이민 트렌트에 변화가 왔고 70~80년대에 보였던 활발한 미주 이민은 앞으로 더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그 원인으로 한국의 사회경제적 발전, 미국의 이민 정책 및 위상의 변화 등을 거론할 수 있겠지만, 한인 이민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경제 및 교통 통신의 발달, 글로벌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미국에 드나드는 한인들의 수는 늘었어도 미국을 삶의 터전으로 삼기 위해 미국으로 이민해 오는 한인들은 점차 줄고 있고 오히려 한국으로 돌아가는 역이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인교회는 한인 이민자를 기반으로 하는 교회다. 이러한 근거에서 이민자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한인교회의 성장과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넷째, 미주 한인사회 구성의 다변화가 한인교회에 미친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미주 한인사회는 이민 1세대가 주류를 이루는 시기를 지나 2세와 3세가 주류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서는 4세대까지를 아우르는 다세대, 다문화 사회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1세대를 제외한 2/3세대들은 한인교회를 떠나고 있다.

한인 2세들이 교회를 떠나는 ‘조용한 탈출’ 현상은 오늘날 한인교회에 던져진 숙제다. 이는 2/3세대들의 정체성의 혼란, 세대 간의 괴리, 언어 및 문화적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뒤섞인 문제이다. 과거에는 1세대인 부모들을 따라 교회에 나왔던 2세들이 성장하면서 한인교회를 떠난다. 2세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모 곁을 떠나면서 한인교회를 떠나는 비율은 80%에 육박한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민족 정체성을 찾아 한인교회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교회를 아예 떠나거나 미국교회로 편입이 된다.

한인교회는 한국어를 모체로 하는 미국에 이식된 한국 교회다. 그러하기에 한인교회는 지나치게 1세 중심의 교회로 운영되어왔다. 이것은 이민교회의 태생적 한계임과 동시에 이민 1세대의 언어 문화적 한계이기도 하지만 미국에서 출생하고 성장하는 자녀세대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교회 공동체로 통합시키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렇게 미주 한인교회는 젊은 세대를 품지 못하고 점점 1세 중심의 교회로 노령화되고 있다. 당연히 미주 한인사회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2/3세대에 대한 영향력은 미미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며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경향은 심화될 것이다.

다섯째, 펜데믹이 미친 영향이다. 펜데믹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영역이 없었지만, 대면적 활동이 주를 이루는 교회에 미친 영향은 매우 컸고 통계에서 이미 보았듯이 한인교회 역시 이러한 펜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상태이다. 사실 팬데믹 이전부터 교회는 불안한 미래에 직면해 있었다. 지속으로 성도의 교회 출석이 감소하고 있었는데 펜데믹이 이를 가속화한 것이다. 펜데믹의 여파로 비대면이 익숙해지고 일상화된 상황에서 교회는 그나마 유지하고 있었던 자원과 동력의 많은 부분을 상실했다.

이제 펜데믹이 어느 정도 종식되고 예전의 생활로 돌아왔다고 하지만 뉴노멀이 노멀이 되어버린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진 성도들의 신앙 약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상당수의 교인들이 펜데믹 기간을 통해 교회를 떠나거나 신앙을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펜데믹의 영향이 반드시 부정적이라고 단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디지털 및 하이브리드(온오프라인 결합) 사역을 목회자와 성도들이 긍정적으로 봄으로써 교회의 사역을 더욱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도 열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목회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바에 따르면 펜데믹은 이러한 긍정적 요소보다 부정적 요소가 크며 이에 따라 한인교회의 영향력은 갈수록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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