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내 이름은 김치’ 동화책 저자 ‘코리 안’
[수첩] ‘내 이름은 김치’ 동화책 저자 ‘코리 안’
  • 김요나 월드코리안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23.08.2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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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북촌에서 작지만 의미 있고 흥미 있는 전시회를 접했다. <내 이름은 김치>라는 동화책을 내고, 이 책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 문화행사와 이벤트를 기획해 우리나라 김치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알리는 코리안(Cori Ahn, 한국 이름 이현석)의 전시회였다.

북촌은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웬만한 사람들이 거의 들르는 서울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다. 우리의 전통가옥인 한옥을 비롯해서 다양한 박물관과 기념품점, 카페와 음식점이 즐비하다. 한옥 게스트하우스도 유난히 많은 동네다. 그러나 그동안 그곳을 많이 들락거려도 작은 골목에 그렇게 작은 전시공간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북촌 작은 쉼터 갤러리에서 ‘그림책 <내 이름은 김치>가 전하는 다채로운 김치 이야기’ 전시회를 볼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거기다 저자를 직접 만나서 책이 나오게 된 배경과 이 그림책을 이용해서 미국과 한국에서 김치 홍보를 위한 여러 가지 행사를 해왔다는 것도 놀라웠다. 이번 전시도 그간 해온 행사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자리였는데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지 10년이나 되었다는 것도, 11월 22일이 ‘김치의 날’이라는 것도 몰랐다.

“김치의 종주국인 우리가 우리 것의 우수성과 소중함을 모르는 게 안타까웠어요. 저도 한국에 살 때는 잘 몰랐었는데 외국에서 우리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다 보니 김치는 물론 우수한 우리 문화에 대해 제3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사스나 메르스, 코로나 팬데믹 등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에 노출, 건강상 큰 타격을 입다 보니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효식품의 하나인 김치의 위상도 그만큼 높아졌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김치의 종주국이 자기네 나라라고 우기기도 하는데 유네스코에 한국의 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지게 됐다.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 살고 있는 그녀가 <내 이름은 김치>라는 동화책을 내게 된 동기가 재미있었다. 어느 날 공원을 산책하고 있을 때 ‘김치’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를 만난 뒤 김치는 한국인이 먹는 음식인데 어떻게 강아지 이름을 김치라고 하게 되었는지 궁금증이 생겨 주인들과 얘기를 나누다 그들이 한국 여행 중 김치를 좋아하게 되어 강아지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는 얘기를 듣고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숙명여자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 영어교육 석사와 브라운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했다. 그 후 미국 뉴잉글랜드 한국학교와 보스턴의 공립 도서관에서 10여 년간 한국어 스토리 타임을 통해 다문화 어린이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전하는 일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이 책에 소개한 김치 이야기를 바탕으로 미국 어린이 60명(미국의 TLC 어린이집)과 한국 어린이 40명(한국의 오즈의 마법사 유치원)을 참여시켜 우리나라 김치와 어울리는 음식을 선입견이 없는 아이들의 시각으로 표현하게 한 <100가지의 창의적인 김치 예술 이야기>를 사진으로 보여준 것이다.

전시의 주요 테마는 <김치의 다양성과 어우러짐, 문화의 중요성>으로, 김치가 한식의 주요 반찬으로서만이 아니라 외국의 다른 많은 음식들과도 잘 어울리면서 다양하게 응용하면 무궁무진한 변화를 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한국문화가 각광을 받는 추세라 해도 외국인들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김치를 매개로 미국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양로원 등을 찾아다니면서 김치 스토리를 전파하고 있는 그녀는 우리 문화의 속살을 제대로 보여주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그녀가 중학교 시절, 미국으로 입양 갔다가 친부모를 찾아 고국을 방문했던 영어 선생님을 만난 것을 계기로 한국인 해외입양아들의 다양한 삶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대학시절엔 입양봉사활동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입양아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아주 어렸을 때 고국을 떠나 해외로 입양됐던 그들에게 모국의 문화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알려줄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 보니 우리 것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고, 그들의 정체성 확립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그녀는 김치를 음식으로서만 소개하는 게 아니고 클래식 음악이나 국악 재즈와 함께 하는 북콘서트를 한다든지 인형극으로도 선보이면서 다양한 문화와 소통하고, 어울림을 강조하면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일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녀가 사는 보스턴의 한 서점에 이 책을 런칭할 때는 서점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시식하게도 했는데 서점주인도 서점을 오픈 한 이래 이런 이벤트는 처음 해보는 거라면서 흔쾌히 수락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책에 수록된 삽화(그림 이호백)를 아트 키트로 개발해 함께 판매도 하고 있다. 또 건조 김치를 해외로 수출하고 있는 한 업체에서는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며 판매제품을 선뜻 후원해줘서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행사를 할 때는 늘 한복을 즐겨 입는다는 그녀는 이 책을 계기로 동화 쓰기를 계속하면서 한국의 아름다운 의. 식, 주 문화를 세계에 알리며 어린이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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