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223] 시호(諡號)
[아! 대한민국-223] 시호(諡號)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 승인 2023.09.1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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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시호는 죽은 사람의 공덕을 찬양하고, 함께 그 덕을 기리기 위해 왕이 내려주는 칭호를 가리킨다. 시호가 시작되기로는 주(周)나라 때에 시법(諡法)의 제도가 행하여진 것이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 서기 514년(법흥왕)에 왕이 죽자 ‘지증’이라는 시호를 주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 뒤, 시호 제도가 점차 확대되어 신하들에게도 시호가 주어지기 시작, 조선조 전기에는 국왕의 친족이나 또는 정2품 이상의 문무관리를 지낸 고관(高官)들이 죽은 뒤에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조선조 후기로 오면서는 꼭 높은 관직이 아니더라도 학덕이 높은 유학자나 절의를 지키다 죽은 충신 등 그 행적이 뚜렷하여 뒷사람의 사표(師表)가 될만한 사람들에게도 시호를 내렸다.

시호가 결정되기까지에는 거쳐야 될 과정이 많았다. 시호를 받을 사람이 죽으면 그의 자손들이 시호 대상자의 행적과 공적을 적은 시장(諡狀)을 작성해 예조에 제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예조에서 봉상시(奉常寺)에 전하면, 다시 홍문관에 보내어 봉상시의 정(正)과 홍문관의 응교(應敎) 이상이 한자리에 모여 시장을 살펴 우선 3개의 시호를 후보로 정한다. 이후 사헌부와 사간원에서 시호에 동의하는 서경(署經)을 거쳐 시호를 결정하고 이후 국왕이 최종적으로 시호 문서를 발급해 그 후손들에게 내려주는 것이다.

시호에 가장 많이 쓰이는 문자는 문(文-도덕과 학문), 정(貞-결백과 절의)을 비롯, 정(正), 공(恭), 정(靖), 경(敬), 무(武), 효(孝), 장(莊), 안(安), 경(景), 장(章), 무(武) 등 120여 개의 좋은 문자 가운데서 골라 정한다. 나라의 위기를 극복한 무인들에게는 충(忠)자가 주어진다. 이 제도는 뒤에 오면서, 현신(賢臣), 명유(名儒), 절신(節臣)들에게까지 확대 적용되었다.

19세기 후반까지는 대체로 왕이 시호교지(敎旨)를 발급했고, 대한제국기에는 시호칙명(勅命)과 시호관고(官誥)를 발급했다. 시호교지는 국왕의 명령으로 발급한 문서이기 때문에 국왕의 명령을 뜻하는 교지를 기재하고, 국왕의 어보인 시명지보(施命之寶)의 인(印)을 찍었다. 시호교지는 붉은색으로 염색한 위에 금박을 뿌린 두꺼운 종이를 사용했는데, 시호대상자의 후손이 그 종이를 마련해 제공했기 때문에, 조선 후기로 올수록 그 화려함이 더해졌다.

대한제국기에 발급된 시호칙명은 먼저 황제의 명령을 의미하는 칙명을 기재하고, 시호대상자에게 추증(追贈)된 품계, 관직과 함께 살아 있을 때 역임한 품계, 관직, 성명, 시호를 차례로 기재했다. 발급일도 이제까지 쓰던 청나라의 연호 대신, 대한제국의 연호인 광무 또는 융희의 연호를 기재하고 새로 만든 어보인 칙명지보(勅命之寶)를 찍었다. 시호칙명의 종이는 이전의 시호교지와 마찬가지로 붉은색 종이에 금박으로 장식되었다.

1910년 마지막으로 발급된 시호관고 가운데는 시호 대상자의 후손에게 미처 전달되지 못한 것도 있었다고 한다. 한일합병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이름보다 시호로 더 널리 불려지는 역사적 인물이 있다면, 아마도 그는 충무공 이순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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