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2023년 제1차 재외동포 대학생 모국연수를 마치고
[해외기고] 2023년 제1차 재외동포 대학생 모국연수를 마치고
  • 스즈키 가이(도쿄대학 약학부 3학년)
  • 승인 2023.09.19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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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차 재외동포 대학생 모국연수에 참가했다. 이번 캠프에서 같이 순천을 방문한 친구들과 서울에서도 놀다 왔다. 강남역에서 모여 닭도리탕을 먹고 보드게임 카페에 갔다가 반포에서 한강을 바라보기도 했다. 일본에 사는 내게는 이렇게 같은 세대 친구들과 함께 서울에서 논다는 것이 아주 귀한 경험이었고 너무 즐거웠다.

나는 도쿄대학교 약학부 3학년생이다. 아버지가 일본인, 어머니가 한국인이어서 두 나라의 뿌리를 갖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살아왔지만, 초등학교 4학년부터 5학년 가을까지 1년 반을 한국 이모 집에서 생활하면서 한국 초등학교에도 다녔다. 그때 처음으로 한국어를 제대로 배웠다. 처음에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가족과 담임선생님, 친구들 도움을 받아 즐겁게 지내고 돌아왔다. 일본에 돌아갈 때는 언어 문제를 거의 안 느낄 정도로 한국어가 늘었다.

하지만 그 이후 한국을 자주 방문하질 못해 점점 한국어를 까먹었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서는 한국어 수업을 들었다. 그 일환으로 작년과 올해 재외동포 대학생 모국연수에 참가했다.

올해 캠프에서 여러 곳을 방문하며 활동했다. 그 일도 재미있었지만, 캠프에서 만난 친구들과 캠프 후에도 서로 만나 노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꽤 많은 참가자들이 연수가 끝나자마자 돌아가 버린 것이 그래서인지 더욱 아쉽다.

나는 작년에도 캠프에 참가했다. 그때는 나도 너무 일찍 한국을 떠났다. 참가자들과 함께 놀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고, 친해질 거라고 상상을 못 했기 때문이다. 캠프가 끝나도 이어진 인연은 계속 된다는 것이 모국연수의 중요한 기능인 듯하다.

나는 이번에 교환학생으로 영국에서 작년에 만난 이탈리아 참가자와 재회하는 기쁜 일을 경험했다. 그 친구가 한국 교포 지인 둘과 함께 런던 여행을 온다고 해서 같이 관광을 했다. 그 지인 중 한 명은 원래 이탈리아에서 친구와 같이 자란 소꿉친구였고, 또 한 명은 오스트리아에서 사는 그 소꿉친구의 친구였다. 놀랍게도 그 지인 두 명도 작년 재외동포 모국연수에서 만났다고 한다. 나와 친구는 2차, 소꿉친구와 그의 친구는 1차에 참가했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일본, 멀리 떨어져 살던 우리가 작년 캠프를 계기로 영국 런던에서 만나 같이 시간을 보냈다.

영국 유학을 통해 얻은 것들이 이번 캠프에서 도움이 되기도 했다. 유학 중 영어 실력도 늘었지만, 한국어 실력도 많이 늘었다. 들어간 대학에 한국 유학생이 생각보다 많아, 그들과 놀면서 한국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한국 동 세대 친구가 주변에 있는 생활은 초등학교 때 한국에 유학한 후로 처음이었고, 그 환경은 어휘뿐만이 아니라, 대화 속도, 맥락, 농담, 리듬 등, 단순한 언어를 넘어 한국 젊은이들 의사소통 방식 즉 그들의 문화까지 배우게 했다. 그렇게 두 언어가 늘어 이번 캠프에 참가하다 보니, 작년보다 다양한 참가자와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매우 기뻤다.

이번 모국연수도 작년과 거의 비슷한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첫날 오리엔테이션과 이 일째 서울 시티 하이킹을 통해 조 멤버들 친목을 다진 후 조별로 각 지역으로 분산했다. 우리 조는 순천에 들어갔다. 처음 가보는 지역이었고, 무엇보다 한국 지방 여행이라는 것을 많이 안 해 봤기 때문에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여러 장소를 방문하면서 순천에 들어간 다른 조 참가자들과도 교류할 수 있었던 것도 매우 좋았다. 유럽에서는 젊은 동포들이 디스코드로 연결되어 같이 게임을 즐긴다는 얘기나 중국과 한국, 일본에서 배우는 역사에 차이가 있다는 얘기들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각 장소에 가서 하는 활동들은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고 재량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이순신광장 등 주변 명소들을 방문했으나 대부분이 미션이라고 불리는 사진찍기였고, 그것이 끝나면 바로 다음 장소에 이동해야 했다. 반대로 비교적 여유롭고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던 오동도 탐험이나 꽃마차 마을 농촌 견학 같은 활동들은 개인적으로 재미있었고 인상 깊었다.

작년 캠프와 비교했을 때, 이번 캠프는 시간적으로도 활동적으로도 여유가 없었다. 물론 지역 차이도 크겠지만 듣기로는 더 힘든 지역도 있었다고 한다. 방문하는 장소를 줄여, 흥미로운 곳을 엄선해, 자유시간을 충분하게 가지는 것이 참가자들에게 더 유익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영상제 기획도 작년과 같았다. 작년에도 느낀 점이지만, 일정 동안 한 작품을 같이 만드는 것이 조 일체감을 더해주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매일 늦은 시간까지 작업해야 하는 것은 힘들었다. 저녁 식사까지 꽉 찬 일정을 마친 후, 거기서부터 영상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다들 지쳐 보였다.

특히 우리 조는 중간에 약간의 다른 의견들이 생겨 촬영 시작이 늦어졌다. 다양한 나라에서 자라서 온 조 멤버들이 서로 다른 이미지와 의견을 가졌고, 다른 언어로 소통했기 때문에 생긴 엇갈림이었다. 다른 언어와 배경을 가지고 소통하는 어려움을 절실히 깨달았다. 어쩌면 나라 간의 문제들도 비슷한 구조로 생기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마감에 맞추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모두의 의견을 담아 영상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한국이라는 같은 뿌리를 갖고 있으나 많은 차이도 있는 우리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하나의 목적을 이룬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영상을 만들면서 전달하고 싶었던 모국연수의 주제가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재외동포 대학생 모국캠프에 두번 참가했다. 둘 다 프로그램 내용은 비슷했으나 경험한 일은 달랐다. 어느 쪽이 더 좋았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다른 즐거움과 배움이 있었다. 만나는 참가자들, 방문한 지역, 자기 언어 실력 등에 따라 캠프에서 발견하고 얻어가는 것에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얻어가는 것의 양은 큰 차이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이 여드레 동안의 캠프 기간이 엄청난 밀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뿌리이자 동시에 외국이기도 하는 한국을 방문해, 같은 배경을 가진 같은 세대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좋은 경험이다. 힘든 게 있어도 그것이 중요한 경험이고, 몇 년 후에는 그런 고생이 기억날 것이다. 일주일의 캠프 기간 내년에, 한국에서 다시 만날 약속을 한 친구들이 생겼다. 기쁜 일이었다. 내년에도 꼭 한국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 재외동포청, 재외동포협력센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스즈키 가이(도쿄대학 약학부 3학년)
스즈키 가이(도쿄대학 약학부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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