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아테네의 예술 정신과 꿈을 담은 도서관
[Essay Garden] 아테네의 예술 정신과 꿈을 담은 도서관
  • 최미자 재미수필가
  • 승인 2023.12.01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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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한 두어 번은 멀리 우리나라가 자리하고 있어 마음으로 그려보기도 하지만, 파도 소리를 들으러 라호야 해변으로 간다. 세계의 방문객이 들리는 곳이라 주차가 어려워 자주 갈 수는 없다. 월요일인 20일 월(Wall) 길에 있는 고풍스럽고 특별한 도서관으로 갔다. 피아노 연주를 기다리는 애호가들이 벌써 입구에서부터 길가로 긴 줄을 서 있다.

나는 라호야의 터줏대감이고 아직도 정정하신 95세 동갑내기 부부 의학박사(김병목, 한화심)를 모시고 가느라 겨우 정오 전에 도착했다. 모두 내려 드리고 운이 좋게도 90분 자리 주차장도 얻었다. 공연을 보고 사진 몇 장 찍고 곧 나와야 했다.

도서관 입구에는 미니 콘서트를 준비한 코디네이터 루시 여사가 안내장을 주면서 맞이하고 있다. 백 오십 명쯤 되어 보이는 관객들이 복도까지 들어와 앉아있었다. 한양대학 음대를 나와 미국에서도 사사했고 라호야에 살고 있다는 Kasey Kay(지경실)가 자랑스럽다. 안내장에는 친정아버지와 동생 등이 모두 음악가라고 소개되어있었다.

나는 몇 해 전 그녀를 한국사찰에서 만나 알게 되었다. 아름답고 느린 드뷔시의 곡을 시작으로 베토벤의 소나타 30, 웅장하고 아름다운 바흐 부조니 샤콘느와 시실리아노를 연주하니 이십분이 지났다. 후반엔 쇼팽의 녹턴과 Piazzolla의 Libertango를 연주해주니 흥겨운 분위기였는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앙코르곡으로는 내 귀에 익은 ‘터키행진곡’을 재즈버전으로 그녀가 신나게 쳐주었다

이 도서관은 1894년 개척정신이 강했던 라호야에 사는 신여성들이 만든 독서 모임으로 귀한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의 사진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려보는 상상의 오래전 시대의 여성들은 지혜와 예술 그리고 전술로 알려진 아테네의 여신들이 혹시 아닐까. 그 후 독지가와 여러 사람들의 후원을 받아 옆 건물을 사고 건축하며 여태 아름답게 보존하고 있다.

작은콘서트 코오디네이터  Lucy Peters
작은콘서트 코오디네이터 Lucy Peters

도서관 이름(Atheneaum Music & Art Library)처럼 고대 아테네의 정신을 불어 넣는 예술학당이며 도서관이다. 회비를 받고 운영하는 그림 그리기와 도자기 등의 계절 강좌가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도 공부하고 발표도 한다.

그리고 오늘처럼 무료로 각종의 음악 연주회도 자주 열린다. 월길과 만나는 지라드(Girade) 길에는 유명한 서점을 비롯하여 근처 길목에는 멋진 식당들도 많고 볼거리가 있는 상점들이 있어 쇼핑도 하며 산책하면 좋다.

눈부신 현대과학의 발전으로 정신을 혼란시키는 전화기에만 빠지지 말고, 예전처럼 예술도 감상하고 고요히 명상하면서 우리의 정신을 가다듬어야 할 시대가 다시 돌아와야 하지 않을까 난 생각된다.


필자소개
미주 한인언론 칼럼니스트로 활동
방일영문화재단 지원금 대상자(2013년) 선정돼
세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발행
네번째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Ⅱ>(2022)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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