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에서 크림반도까지… 해외한글학교 교사 6인 인터뷰
남아공에서 크림반도까지… 해외한글학교 교사 6인 인터뷰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4.01.1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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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청, 오는 1월 14일까지 서울에서 '해외한글학교 교사 초청 연수회' 열어

재외동포청이 지난 1월 8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서울에서 ‘한글학교 교사 초청 연수회’를 개최한다. 이 대회에는 해외 47개국에서 온 한글학교 교사 206명이 참가했다. 대회 이튿날인 1월 9일 서울 양재동에 있는 더케이호텔을 찾아 한글학교 교사들을 만나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대화를 나눴다. 이날 더케이호텔에서 온종일 전체교육과 분과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편집자 주]

“크림반도 고려인들에게 우리말 가르쳐요”
- 정영재(가명) 크림서울문화센터 교장

정영재(가명) 크림서울문화센터 교장은 본명을 말할 수 없고 가명으로 인터뷰를 해달라고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어서 자칫 러시아 정보기관의 조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선교사로 크림반도 심페로폴에 갔고, 그다음 해인 2009년 한글학교를 개원했습니다.” 심페로폴은 크림공화국의 수도로, 세바스토폴과 함께 크림반도에서 가장 큰 도시라 할 수 있다. 규모는 세바스토폴이 더 크지만, 세바스토폴은 크림반도에서 별도의 연방시이기 때문이다. 심페로폴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은 10명뿐이다. 하지만 고려인 수는 3천 명이 넘는다. 정 교장은 이번 한글학교 교수연수에 참여하는 데에 나흘이나 걸렸다. 며칠이 걸려 심페로폴에서 모스크바로 간 뒤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와야 했다.

“심페로폴은 우크라이나에 속했다가 2014년 3월 러시아에 편입됐어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계속 포탄이 날아오고 있습니다. 도시 인구는 40만 명이 넘고 고려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요.” 크림서울문화센터에서는 고려인 20명과 러시아인과 타타르인 30~40명이 우리말을 배우고 있다. 한글학교 이름을 크림서울문화센터로 지은 까닭에 대해 그는 “한국 문화를 더 많이 알리고 싶어서 ‘문화센터’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강조했다.
 

“프레토리아한글학교 창립 30주년 맞았어요”
- 임창순 남아공 프레토리아한글학교 교장

임창순 남아공 프레토리아한글학교 교장은 아프리카한글학교협의회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아프리카한글학교협의회는 아프리카 한글학교에서 일하는 교사·교장들의 모임이다.

임 회장에 따르면 아프리카에는 모두 54개 나라가 있고 이 가운데 한글학교가 있는 국가는 32개다. 물론 한 국가에 한글학교가 여러 개가 있는 국가들이 있어 실제 한글학교 수는 더 많다. 아프리카한글학교협의회는 2017년 창립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활동을 멈추었다. 임 회장은 오는 5월이나 6월에 협의회 연수회를 열어 얼어붙었던 협의회를 다시 움직이게 하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우리말을 지키는 교사 100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남아공 프레토리아한글학교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면서 자신이 교장으로 일하고 있는 한글학교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주말한글학교인 프레토리아한글학교는 1994년에 설립됐고, 학생 수는 80~90명이다. 유치부, 초·중·등부뿐만 아니라 고등부까지 잘 운영되고 있다고 자랑한다. 임 회장은 “고등부 한글학교 학생들이 선생님 보조 교사로 일하면서 한글학교를 돕고 있다”면서, “이런 참여가 부족한 교사 수를 메워줄 뿐만 아니라 학생 스스로에게도 자긍심을 높여준다”고 강조했다.
 

“한독 다문화 자녀들에게 한국문화 알려주죠”
- 정재현 아우크스부르크-슈바벤 한글학교 교사

슈바벤은 독일 바이에른주 남서부에 있는 현으로 현의 주도는 아우크스부르크다.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이곳 주민 수는 30만 명이다. 음악가들이 많고, 작지만 강한 독일 중소기업들도 많다. 한국인들도 조금은 살고 있는데, 대부분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현지인들과 결혼해 정착한 사람들이다.

정재현 교사도 이와 비슷하게 독일에서 살게 됐다. 한국에서 방송·미디어를 전공한 그는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독일인을 만나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아우크스부르크-슈바벤한글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22명이에요. 교사는 저를 포함해 모두 6명입니다.”

이 한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모두 독일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자녀들이다. 한국어 수업은 한국 문화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국의 설은 무엇인지, 떡국은 어떻게 먹는지, 제기는 어떻게 차는지 등이다.

하지만 정 교사는 우리 정부가 제공하는 교육 사이트에는 관련 자료가 그렇게 다양하게 있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수업 교구가 부족한 점도 그를 힘들게 한다. 기초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교구를 사용하는 게 좋지만, 한국에 흔한 한글 자석, 낱말 카드 등도 현지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편지 쓰기와 글씨 쓰기만으로는 우리말을 가르치기 힘들어요. 아이들도 지루해해요.” 정 교사는 우리 정부가 해외 한글학교에 더 많은 지원을 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북경한글학교 교사로 일했죠”
- 황인원 북경한글학교 교사

“학생 수가 많을 때는 630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180명으로 줄었어요. 사드, 코로나 이후로 교민 수가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죠.” 황인원 북경한글학교 교사는 한글학교 교사로 일한 지 20년이 넘었다. 한국에서 국어 선생님으로 일한 그는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중국으로 갔고, 중국에서 병원 원장으로도 일했고, 인삼농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글학교에서 쭉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우리 정부가 주는 상도 여러 번 받았다.

“한글학교 교사로 오래 일하는 게 자랑스러웠고 보람됐어요. 나이가 들어 교장과 연배가 비슷해졌죠. 하하.”

북경한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10명인데, 교민 교사는 그뿐이다. 다른 교사들은 북경한국국제학교에서 국제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다. 한글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려는 사람을 바깥에서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황 교사는 “북경에서도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늘고 있다”면서, “다문화 학생들이 한글학교를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에 듀얼랭귀지 수업반 더 늘어났으면”
- 채은정 남가주사랑의한국학교 교사

미국 애너하임에 있는 남가주사랑의한국학교는 어바인에 있는 베델한국학교와 더불어 캘리포니아에서 학생 수가 가장 많은 한글학교다. LA한국교육원이 2019년에 발표한 재외한글학교현황에 따르면 주LA한국총영사관 담당 지역 내에는 한글학교가 237개가 있다. 당시 조사에서 베델한국학교 학생 수는 402명, 사랑의한국학교는 348명이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한글학교를 한국학교라고 한다. 미국 한글학교 교사들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를 함께 가르치기 때문에 한국학교라고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채은정 교사는 사랑의한국학교에서 17년 동안 일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간 그는 사랑의교회가 운영하는 한국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교사로도 일하게 됐다고.

“학생 대부분이 한인 3세입니다.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주말 한글학교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오랫동안 기쁘게 봉사활동을 해왔다”면서도, “학생들이 일주일에 하루만 우리말을 배우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토요일에만 우리말을 배우다 보니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영어로 대화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한국어 그리고 한국 문화에 더 관심을 두도록 하기 위해서는 듀얼랭귀지(이중언어)를 수업을 하는 학교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170개 학교 가운데, 듀얼랭귀지 수업을 하는 학교는 2019년 설립된 토마스 제퍼슨 초등학교뿐이다.
 

“재일조선족동포 자녀들에게 우리말 가르치죠”
- 정미정 동경샘물학교 교사

동경샘물학교는 재일 조선족동포 2세들이 다니는 하나뿐인 주말 한글학교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도 가르친다. 학생 수는 50~60명 정도. 한국어 수업은 주말에 온라인으로 하고, 달마다 한국문화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재일조선족여성회 회장인 전정선 교장이 2008년 이 학교를 설립해 열심히 운영해 오고 있어요. 학생들은 전부 조선족 동포 자녀들이지만, 교사는 한국인이 더 많습니다. 모두 석·박사급 인재들이죠. 호호.” 정미정 샘물한글학교 교사는 시바우라대학(芝浦工業大学)에서 일본어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재일조선족동포들의 정체성에 대해 연구하는 논문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일도 좋아하지만, 주말에 조선족동포 아이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일이 더 큰 보람을 줘요.”

일본에는 조선족 동포가 10만 명 정도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족 동포들이 일본에 정착해 가정을 꾸리면서 자연스레 우리말 교육이 필요했고, 한글학교를 세우게 됐다. 샘물학교에서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수업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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