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칼럼] 어쩌다가 궈바오러우에 마라탕?
[대림칼럼] 어쩌다가 궈바오러우에 마라탕?
  • 최미령 성균관대 동아시아학과 박사과정
  • 승인 2024.01.17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강 파티 음식 메뉴를 두고 한국인 친구들과 여러 가지 음식들을 후보로 꼽다가 마라탕 얘기가 나왔다.

“마라탕에 궈바오러우야말로 꿀 조합 아닌가요.” 한 한국인 친구가 입맛을 다시며 이렇게 말했다. “네? 게네가 꿀 조합이라고요?”

내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나의 반론은 공신력을 얻음과 동시에 모두의 관심을 끌었고 마라탕이 궈바오러우와 어울리지 않으면 무슨 음식을 궈바오러우와 함께 먹어야 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궈바오러우는 당연히 연변 냉면과 함께 먹어야 하죠.” 나는 확신에 찬 어투로 대답했지만, 한국인 친구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냉면은 만두와 함께 먹는 것을 ‘국룰’로 여기는 그들은 궈바오러우를 만두 ‘대체템’으로 상상하기 어려워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말하는 냉면이나 중화요릿집의 중국식 냉면과 연변 냉면이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에서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연변 편을 검색해 보라고 조언을 했다.

그래도 한국인 친구들의 질문 공세는 멈출 줄 몰랐고 중국에서는 궈바오러우와 마라탕을 함께 먹지 않냐고 물었다.

그들의 질문을 받고 곰곰이 기억을 뒤집어 보니 마라탕과 궈바오러우를 함께 시켜놓고 먹어본 것은 한국에 온 뒤의 일이었다. 지금만큼 마라탕 가게가 보급되지 않았던 십여 년 전에 중국 음식에 대한 향수가 짙어지면 대림역 12번 출구를 찾았고 봉언니(鳳姉)마라탕가게에서 마라탕만 먹고 가기에는 아쉬워 메뉴판을 여러 번 스캔하다가 궈바오러우를 함께 시켰던 것 같다.

다른 많은 요리 중에서 굳이 궈바오러우를 시켰던 것은 마라탕과의 조합을 좋게 보기보다는 당시 감자채 볶음이나 건두부 볶음 같은 요리가 만원 정도였는데 이러한 요리들을 먹을 거면 돈을 좀 더 얹어서 고기가 주재료인 궈바오러우를 먹는 것이 ‘가심비’(가격대비 심리 만족도)가 더 낫다는 판단에서였던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 마라탕 가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더니 어느 동네를 가나 쉽게 찾아볼 정도로 흔해졌고 중국 음식이라고 하면 기름지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미지와 달리, 마라탕은 넣어 먹을 재료를 잘 고르고 소스를 줄인다면 웰빙푸드라는 인상을 받게 되었다. 찹쌀 탕수육이라고 했던 궈바오러우는 어느 순간 발음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적지 않은 마라탕 가게의 메뉴판에 가뿐히 올라탔다.

마라탕과 궈바오러우가 왜 꿀 조합이냐는 질문에 한국인 친구들은 마라탕의 매운맛이 힘들 즈음 달달한 궈바오러우를 먹으면 매운 기운을 눌러주고 중화해준다고 했다. 마라탕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이 이러한 니즈를 미리 예견하고 마라탕과 궈바오러우라는 조합을 만들어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본고장이 서로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음식이 한국이라는 이국땅에서는 단짝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어릴 때부터 친숙한 냉면을 선호해 궈바오러우와 마라탕의 조합에 미간을 찌푸리면서 불호 표를 던졌지만, 따지고 보면 궈바오러우와 냉면의 조합이 나온 역사 또한 얼마 안 되고 보급지역도 한정된 거 아닌가라고 생각을 했다. 오리지널이나 포에버는 무의미하고 단지 여러 가지 음식 조합들의 공생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필자소개
성균관대 동아시아학과 박사 재학 중. 재한동포문학연구회 회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