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마현 지사는 추도비 철거를 중지하라”… 아사히신문 사설은 통하지 않았다
“군마현 지사는 추도비 철거를 중지하라”… 아사히신문 사설은 통하지 않았다
  • 이종환 기자
  • 승인 2024.02.01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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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부서진 현장도 신문이 소개… “역사 조작에 이용될 수도”
아사히신문 사진을 소개한 동아일보 캡쳐
아사히신문 사진을 소개한 동아일보 캡쳐

(서울=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현립 공원 ‘군마의 숲’에 있던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가 결국 철거됐다. <아사히신문>은 헬기를 띄워 추도비가 철거된 흔적을 2월 1일 소개했다. 추도비가 있던 자리에는 굴삭기로 산산이 부순 콘크리트 조각만 쌓여 있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추도비 철거소식이 알려지면서 1월 30일 사설로 철거중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이 용기 있는 사설은 통하지 않았다.

‘군마현 지사는 추도비 철거를 중지하라’는 제목의 이 사설은 “과거를 기억에 남겨 반성하면서 우호로 이어진다”면서 “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조선인 추모비를 어제부터 군마현이 철거하기 시작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폭거다. 즉시 중지하도록 야마모토 이치타 지사에게 요구한다”는 글로 시작했다.

사설은 현립 공원 내에 있는 추도비를 의문시하는 사람들이 “반일적”이라며 철거를 요구한 것이 일의 발단이라면서 “군마현은 과거에 비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정치적 발언’이 있었던 것을 문제시했다. 비를 세운 시민단체가 요구한 설치 허가의 갱신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 사설 캡쳐
아사히신문 사설 캡쳐

다음은 아사히신문의 이어지는 사설 내용이다. 아사히신문의 용기가 드러난다.

정치적 행사를 금지한다는 설치 조건을 위반했다고 군마현은 주장한다. “강제 연행의 사실을 호소하고 싶다” 등의 발언이 있었다는 점은 그 단체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에는 비 앞에서의 집회를 자제해서, 지난 10년간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일찍이 군마현 의회도 만장일치로 설치에 찬동해, 아시아의 평화와 우호를 바라는 내용을 새긴 비였다. 하지만 철거까지 하는 것은 균형을 잃은 것은 아닐까.

야마모토 지사는 “공익에 반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훼손되고 있는 공익은 무엇인가. 비가 군마현민에게 어떤 불이익을 초래하고 있는가. 납득할 만한 설명은 없다.

설치 허가의 갱신을 거부한 현의 판단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재판에서 다투어졌다. 1심은 현이 재량권을 일탈했다고 판결했지만, 2심에서는 현이 역전해 승소했다. 대법원에서도 확정되었다. 현지사는 대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법부는 철거까지는 요구하지 않았다. 또 2심 판결은 형식적인 규칙 위반을 지나치게 중요시하는 한편,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악영향에 대해 살피지 못해 승복하기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다. 공원에서 ‘강제 연행’을 언급하는 것을 일률적으로 금지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철거로 치닫는 군마현의 자세는 이해하기 어렵다. 비의 목적이나 비문의 내용에는 문제가 없으나 운영방식에 규칙 위반이 있었다고 지사는 말한다. 그렇다면 목적을 살릴 방안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전쟁 전 일본을 미화하는 풍조가 강해지는 가운데 일부 세력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현이 정치적 중립을 내세워 무사안일에 빠져 있다면 역사 조작에 이용될 수도 있다. 매우 위험한 사태다.

야마모토 지사는 지금이라도 비석을 남길 길을 찾기 위해 다시 한번 단체와 대화해야 한다. 군마현이 해야 할 일은 과거사에 대해 열린 논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지 스스로 논의의 장을 막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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