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재외공관 운영실태 보고서 분석④] “대사관 털려도 그만… 후속대책 세우지 않아”
[감사원 재외공관 운영실태 보고서 분석④] “대사관 털려도 그만… 후속대책 세우지 않아”
  • 월드코리안뉴스
  • 승인 2024.03.1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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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황청대사관은 미술품 털리는 등 사고 빈번… 주크로아티아대사관은 경찰 연락받고서야 도난 사실 알아
외교부 내 부서 칸막이도 문제… 사고 나면 신고할 부서 잘 확인해야

주일본한국대사관은 1년간 지각한 비율이 70%에 가까운 주재관한테 근무실태평가에서 ‘성실성’ 등 전 항목에서 최고·차상위 등급을 줬다. 주뉴욕총영사관은 외무공무원을 제외한 주재관 6명 모두에게 전 항목 최고등급을 줬다. “자신이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재관들의 업무실적을 잘 모른다”는 이유였다. 2021년 중국발 ‘요소수 대란’ 당시 주중국 대사관 주재관은 중국 정부의 관련 규제 공고가 나왔음에도 중요성을 잘 몰라 바로 보고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현지 한인기업의 민원이 들어와서야 심각성을 알았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외공관 운영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월드코리안신문은 감사원의 재외공관 운영실태 감사보고서를 시리즈로 소개한다.[편집자주]

(서울=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2022년 3월 11일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주교황청한국대사관에 도둑이 들었다. 새벽 1시 40분경 신원미상의 2명이 높이 1.9m의 대사관 담장을 넘어 들어왔다. 이들은 대사관저 내부에 있는 철제금고, 미술품, 대사 개인 소지품 등을 훔친 후 대사관 밖에 세워놓은 차를 타고 도주했다.

주교황청대사관은 사고가 일어난 다음 날 이 사실을 외교부 본부 재외공관담당관실로 공문으로 보고했다. 하지만 외교부 실무자가 관련 규정을 몰라 보안담당관인 운영지원 담당관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듬해인 2023년 7월 감사원의 주교황청대사관 방문 때까지도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았다.

당시 사고 때 침입자들이 차를 타고 도주한 방향을 촬영하고 있는 CCTV 카메라의 전원은 꺼져 있었다. 사고 전날 저녁 6시 반부터 전원이 꺼져 있었다. 하지만 주교황청대사관은 이듬해 7월 감사원 감사를 받을 때까지 그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주교황청대사관은 이탈리아 북부 고급 빌라 단지에 있다. 사무실은 1층, 대사관저는 3층 건물이다. 주변의 5층 이상 건물에서는 대사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1994년에는 무장강도가 주교황청대사관 대사관저를 침입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감사원은 오래전인 2014년 4월 공개한 감사에서도 사무실 1층 건물 옥상이 인접한 민간주택의 창고 지붕과 아무런 지장물 없이 연결되어 있어 사실상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데 대해 시설 보안 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법령상 펜스 같은 것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주변 건물 소유주와의 협의가 필요한데, 협의가 되지 않아 설치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지난 2017년 1월에는 검은 복면을 한 신원미상의 1명이 침입한 후 마당 정원 나무 옆에 숨어있는 것을 대사가 직접 목격해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대사관은 보안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대사관을 설치할 때는 보안 시설을 매뉴얼에 따라 설치한다. 하지만 주교황청대사관 보안에는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이웃집 지붕에서 바로 넘어올 수 있도록 20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사고가 일어나면 보안카메라을 점검하는 것도 원칙이다. 하지만 사고 당시 전원이 꺼진 것도 모른 채, 문제의 CCTV 카메라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침입자들이 넘어온 1.9m의 담장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지난 2월 발표한 재외공관 운영실태 감사보고서에 담았다.

주크로아티아대사관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다. 2022년 1월 신원미상의 1명이 대사관 담장을 넘어 공관장용 차 한 대를 훔쳐 달아나다 교통사고를 냈다. 그는 사고가 나자 도주했는데, 대사관은 현지 경찰한테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통보받고서야 차가 도난된 사실을 알았다.

주크로아티아대사관도 사고 사실을 외교부 재외공관담당관실에만 보고하고, 보안담당관(운영지원담당관)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 대사관 CCTV에 침입자가 담장을 넘은 장면이 찍히지 않아 침입자가 어디를 통해 공관에 침입했는지 이듬해 감사 당시까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대사관 침입사고나 도난사고가 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이기는 하지만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현지에서 외교부 본부 재외공관담당관실에만 보고해서는 개선조치로 이어지지 않는다. 외교부는 보안담당관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는 핑계를 댄다.

주교황청대사관과 주크로아티아대사관은 감사 결과에 “향후 보안사고 발생 시 보안담당관에게 즉각 보고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재외공관의 사고 연락을 재외공관담당관실이 받으면 이를 보안담당관실로 알려주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 같은데, 대사관은 외교부 내 담당 부서를 모두 찾아 보고해야 하는 수고를 계속해야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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