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 ⑭] 석굴암
[아! 대한민국 ⑭] 석굴암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2.03.0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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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이 언젠가 고백한 적이 있다. 자신으로 하여금 저 마음 깊은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종교심, 그 환희심을 처음으로 맛보게 한 것은 로마의 베드로 성당이 아니라, 석굴암, 그 중에서도 본존불이었다는 것이다. 과연 본존불은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불심을 불러일으키는 신묘한 힘이 있다.

석굴 앞에 모셔진 본존불(높이 3.4m, 대좌까지는 5m)은 부처의 가장 숭고한 영상인 정각상(正覺像)이라고 한다. 정각상이란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는 그 순간의 자세나 표정을 말한다. 원래 그것을 형상화한 것이 인도 부다가야 대각사에 딱 하나 있었다지만 소실되고, 현장(玄奬)이 남긴 「대당서역기」에 그에 관한 기록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 책에 의하면 정각상의 앉은키는 1장 1척 7촌(3.36m)이고, 두 어깨와 두 무릎의 폭은 각각 6척 2촌(1.88m)과 8척 8촌(2.09m)이며 수인(手印)은 항마촉지인으로 동쪽을 향해 있었다고 하는데 석굴암의 본존불이 바로 이 크기와 모습인 것이다. 대각사의 정각상이 완벽하게 재현된 것이다.

헬레니즘 시대 이래 가장 이상적인 몸의 비례는 얼굴, 가슴, 두 어깨, 두 무릎의 폭이 1:2:3:4의 비율이라고 하는데 석굴암의 본존불이 바로 그렇다. 이상형의 체구에 유일하게 정각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의 조화로운 만남으로 본존불은 이상적인 인간상, 신의 인간화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돌을 깨고 다듬어 불상을 만든 것이 아니라, 돌 안에 있는 부처를 찾아내 모셔온 것과 같은 느낌이다.

유흥준은 석굴암의 제존상(諸尊像)에 대하여 “보지 않은 자는 보지 않았기에 말할 수 없고, 본 자는 보았기에 말할 수 없다”고 하였다. 문명교류학자 정수일은 석굴암이야말로 동서문명이 서로 만나서 이루어 낸 최고의 걸작품이라고 단언한다.

문명의 교류는 모방을 속성으로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조적인 베낌이 아니라 창의적인 모방이라는 것이다. 석굴암은 그 구조에서 동서문명의 교류성과 함께, 신라 건축의 위대한 독창성을 역력히 보여주고 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는 신라인들의 천원지방(天圓地方)사상을 반영하여 지상세계인 전실은 네모꼴로, 하늘 세계인 주실은 둥근 모양의 돔 천장으로 꾸몄다.

석굴암은 1996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정식 등재되었으며, 한국의 최상급 국보(제24호)이다. 석굴암 내부에는 본존불을 비롯해 모두 40상의 불상이 조각되었으나, 감실의 보살 2상을 도난당하는 바람에 지금은 38상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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