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필립권 인준안 부결, 한인 정치적 영향력 높아져야
[기고] 필립권 인준안 부결, 한인 정치적 영향력 높아져야
  • 김동석<한인유권자센터 상임이사>
  • 승인 2012.03.23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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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의 한인 주 대법관 인준이 결국 무산됐다.

2012년 3월 22일, 한인유권자센터는 ‘필립권 지명자를 위한 시민들’이 지난 한달여 동안 모은 7,553여명의 서명을 뉴저지주 상원 사법위원회 의장 Nicholas P. Scutari (민주)와 상원의장 Stephen M. Sweeney(민주)및 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한인 커뮤니티의 기대감과 함께 직접 전달하였으나 한인들의 요청이 묵살된 셈이다.

뉴저지 주 트랜튼에서 열린 필립 권 주 대법권 지명자의 인준을 위한 청문회에서 권 지명자의 인준안은 사법위원 전원 투표에서 7대6으로 부결되었다. 이번 청문회는 필립 권 지명자의 자질보다는 필립 권 가족에 대한 질문만 이어지면서, 청문회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오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문회장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객석엔 청중이 가득했으며 여러 미디어에서 참석하여 높은 관심을 나타내었다. 청문회는 필립 권 외에 또 다른 판사 지명자인 브루스 해리스 (Bruce A. Harris)와 뉴저지 스포츠 위원회의 마이클 글럭(Michael H. Gluck)의 인터뷰도 예정되어 있었다.

먼저 글락의 인터뷰가 진행되었으며 10분 이내로 금방 종료되었다. 다음은 해리스 지명자의 차례였으나 필립권 지명자의 인터뷰가 먼저 시작됐다. 청문회는 지명자의 모두발언, 상원의원들의 질의와 권 지명자의 답변 순으로 진행됐다.

권 지명자는 갖 이민 온 어린 시절부터의 성장과정, 주 검찰 제 1차장에 이르기까지의 경력사항, 가족사 등에 관해 담담한 어조로 소개하였으며, 특히 부모님에 관하여 말할 때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자신을 위해 헌신하신, 영웅같은 분'이라며, 목이 메인 듯 잠시 발언을 쉬기도 하였다. 문제가 된 모친 사업의 납세 문제에 관해서는 '모친은 지명자와 마찬가지로 사전에 예금 및 납세 관련사항을 전혀 알지 못하였고, 자신은 이 일과 CTR관련 사안에 일절 관계하지 않았으며 이 일들에 관해 모친에게 조언한 것도 훨씬 이후의 일'이라 밝혔다.

필립권 뉴저지주 대법원 판사 지명자가 임명되기 위해서는, 사법위원회를 먼저 통과한 후 전체 상원회의에서 통과해야 했다. 사법위원회는 13명의 상원의원이 있으며 그 중 7명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했으나 이를 실패한 것이다. 이번 표결로 인해 필립 권이 주 대법관이 될 수 있는 희망은 사실상 없어졌다. 사법위원회에는 한인이 많이 사는 37지역구의 로레타 와인버그(Loretta Weinberg-민주)의원과 36지역구 폴 살로(Paul Sarlo-민주)의원이 속해 있었으나 필립권 지명자 인준 반대에 표를 던졌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주 대법관 판사로써의 가치, 이념, 자질을 묻기보다 권 지명자 어머니의 예금 과정에 대해서만 수 시간동안 질문하였다. 특히 사법위원회 의장인 스쿠타리 의원의 ‘특이한’ 진행방식은 많은 의문을 낳고 있다.

일반적으로 위원회 의장은 간단한 질문과 청문회가 원만히 진행되도록 정리하는 역할만 수행한다. 그러나 이날 청문회에서는 스쿠타리 의장이 혼자서만도 1시간 이상 강한 어조의 질문을 이어갔다.

스쿠타리 의장은 권 지명자가 언제 투표권 행사를 시작했는지 물어보며 ‘현재 어떤 정당에도 등록되어있지 않더라도, 14년 동안 공화당으로 정당가입이 되어있었는데 어떻게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입장일수 있는가’란 의문을 제기하였다.

특히, 권 지명자 가족의 비즈니스와 주택 소유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였다. 다음 질문자인 니아 길(Nia H. Gill-민주) 부의장 역시, 이미 나왔던 지명자 가족 비즈니스의 수입 예금 과정의 이슈만 반복해서 질문하였다. 반복되는 질문은 크리스토퍼 베트멘(Christopher “Kip” Bateman-공화)의원의 이의제기로 겨우 끝날 수 있었다.

두 상원의원에 비해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구의 와인버그와 살로 의원은 가족 재정이슈에 대해서 5분 내외로 간단히 질의하였다. 오직, 한국계 케빈 오툴(Kevin O’Tool-공화) 의원만이 필립 권 지명자의 법관으로서의 자질과 검사 경력 등, 지명자 본인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았다. 그나마 오툴 의원의 ‘우호적’ 질문도 의장의 정회선언으로 오래 지속되지 못하였다.

일반적으로, 논쟁적이거나 사안이 복잡한 청문회의 경우 충분한 소명과 검증을 위해 위원회 전원투표는 청문회 시작일로부터 수 일 뒤에 이루어지는 것이 관례이다. 하지만 이번 필립 권 인준 청문회는 청문회 당일인 하루 만에 표결에 붙였다는 점에서 논쟁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족사에 국한된 집요한 질문과 비즈니스 자료 제출 요구는, 역으로 권 지명자 인준에 관해서 다른 문제점은 존재하지 않음을 반증한다. 또 청문회 도중, 한인 특유의 정서와 문화에 대한 미 주류사회의 몰이해가 표출되기도 하였다. 애초에 권 지명자 부인의 주택 등록 문제가, 몸이 불편하신 부친을 직접 모시고 살고자 하는 목적에서 비롯한 것임을 상원의원들이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적 ‘효’개념에 대한 몰이해가, 권 지명자 부인의 행동을 ‘효심’이 아닌 탈법적 행위로만 인식하게 만든 것이다. 안타까운 장면도 있었다. 권 지명자가 평소 부모님의 사업에 관해 잘 알지 못했다는 부분에서, 이민 1세대인 부모세대와 미국화된 2세대 자녀들이 서로의 근황에 대한 정기적이고 심도 있는 대화를 잘 나누지 않는다는, 한인 커뮤니티의 아픈 실상이 드러나기도 한 것이다.

‘금번 필립 권의 낙마는, 필립 권 한 사람의 인준 실패 차원을 넘어,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을 정확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민주/공화 양당은 당락의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는 한인 표를 확보하기 위해, 한인 사업체 지원, 한인 공직자 채용 등의 선심성 공약을 남발해 왔다.

하지만 선거철이 지나면, 그들은 이전에 공약한 내용을 지키는 데에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일이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필립 권 지명자의 지명과 낙마에 관련한 전 과정 역시, 이러한 정치적 패턴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필립 권은 공화당 주지사와, 민주당이 장악한 주 상원의 파워 게임의 희생양인 동시에, 선거철에만 ‘이용’당하고 있는 한인의 정치적 현주소를 말해주는 사건이라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한인커뮤니티의 정치적 영향력 향상만이, 공약으로 그치는 정치인들의 발언을 실현되도록 압박할 수 있을 것이며, 한인의 정치력 향상을 위한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은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결집된 한인 표의 힘만이 유사한 사건을 막을 수 있다.

6월 예비선거와 11월 총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임하는 한인 커뮤니티와 각 구성원의 투표참여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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