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모두 다 승리자로 생각하라
[시론] 모두 다 승리자로 생각하라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04.17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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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부터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마찰이 잦았다. 이웃나라끼리는 국경을 마주대고 있어 항상 부딪칠 가능성이 많다. 산이나 들 그렇지 않으면 바다나 강이 경계선이 되긴 하지만 그 경계선이라는 게 자로 재듯 정확하게 그어져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다보니 조금이라도 자기네 나라에 유리하게끔 국경선을 확보하려고 하다가 상대국과 마찰하게 되는 것이다. 또 국경을 경비하고 있는 군인들이 일시적인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싸우는 경우도 생긴다.

이래저래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일정한 지역을 공동경비 구역으로 정하고 상호 침범하지 않게 약정을 맺는 수가 있긴 하다. 지금 한국의 휴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DMZ는 대표적인 공동 경비구역이며 양쪽이 2km씩 뒤로 물러나 4km에 이르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155마일에 이르는 긴 휴전선이 60년 동안 자연 상태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DMZ는 본의 아니게 환경보존 생태지역으로 변모했다. 전쟁의 참화를 막고자 인위적으로 설정된 불가침 철조망으로 서로 막고 있으니 그 안은 온갖 동식물의 보고가 되었다.

유네스코에서도 자연환경 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그 가치를 인정한다. 남북한이 통일을 이뤘을 때 DMZ의 가치는 무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비록 전쟁의 쓰라림을 막기 위하여 조성된 지역이긴 하지만 자연은 스스로 자라고, 스스로 치유된다.

정확한 조사가 이뤄질 수 없는 곳이어서 대충대층 조사를 해보면 DMZ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자연의 보고임이 틀림없다. 언젠가 남북통일의 그 날이 오면 이 자연문화 유산은 절대로 개발하지 못하게 사전에 법이 만들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DMZ는 한국전쟁 당시 38선을 사이에 두고 치고 빠지는 공방전을 펴면서 한 뼘이라도 더 많은 땅을 확보하려는 양측의 전략 때문에 생겼다. 구 국경선이었던 38선이 사라지고 휴전선이라는 이름으로 생겨난 신생아인 셈이다. 이는 승리도, 패배도 서로 인정하지 않는 전쟁의 결과였고 충실하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휴전은 계속 중이며 오직 통일이 이뤄지는 그 날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어정쩡하게 존재하고 있는 DMZ처럼 우리 정치판도 이번에 실시된 총선을 계기로 여야 간에 일정한 휴전상태로 들어간 셈이다. 치열하다 못해 상대진영을 초토화시킬 것처럼 마구잡이 식 공격을 퍼붓던 여야는 일단 결과가 나오자 길들여진 강아지처럼 조용해졌다.

선거 몇 달 전부터 여야는 폭로전으로 포문을 열었었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은 구경거리가 별로 없는 정치문화를 아연 활기 띄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야당의 공격이 정계를 압도했다. 고승덕이 폭로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의 돈 봉투 사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최구식의 비서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으로 마비시킨 사건, 국무총리실 장진수 주무관이 폭로한 민간인 불법사찰사건 등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는 여당과 정부의 추문은 국민의 마음을 돌려버렸다. 이를 극복하려는 여당의 노력은 고육지책일 수밖에 없었다.

당 대표를 갈아치우고, 국회의장이 사표를 내며, 디도스 공격의 책임을 물어 의원을 출당시켰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박근혜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떠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서 발분망식 동분서주했다. 그런다고 민심이 돌아서겠는가. 그러나 대승을 자신한 야당은 한명숙을 앞세워 일방적인 여당 몰아세우기에 나선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경구를 잊었던가. 자만한 야당은 여기서 결정적 실책을 저지른다. 이미 발효날짜가 정해진 한미FTA를 폐기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의 연서(連書)서한을 미국 대사관에 직접 전달하는 정치 쇼를 벌인다.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구럼비 바위 앞 시위에 당 대표가 매달린다. 한국경제를 더욱 능동적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한미FTA와 대양해군의 전초가 될 해군기지를 국가안보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던 국민들은 야당의 정치행태에 실망과 의문을 표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게다가 나꼼수 허언(虛言)으로 감옥에 간 정봉주를 당 대표가 면회하는 등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행위에 서서히 민심이 돌아섰다. 김용민 공천은 나꼼수 업기 전략이었으나 막말파동의 부메랑은 악재로 돌변한다. 이를 단호하게 내치지 못한 지도부의 우유부단은 결국 대승 욕심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만다. 그러나 국민은 현명하다.

꺼질 것 같은 여당에게 과반의석을 주면서도 유효득표율은 야당이 약간 많다. 300의석에 152석을 여당이 차지했어도 민주당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자유선진당 그리고 무소속의원이 148명이어서 여당 독주는 쉽지 않다. 이런 경우를 두고 여야 모두 승리자라고 한다.

물론 민주주의 대원칙에 의해서 한 석이라도 더 많은 여당의 일방적인 국회운영이 가능하지만 그런 무리수를 쓸 박근혜는 아니다. 여야는 8개월 뒤의 대선에서 총선보다 더 치열하게 맞붙는다. 늘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19대 국회개원을 앞두고 등원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이 있을지도 모른다.

국민을 실망시키는 억지 싸움은 자제하고 웃으면서 토론하는 국회, 도끼나 최루탄 그리고 공중부양이 없는 웃음꽃이 만발하는 19대 국회를 기대한다. 패배자가 없는 승리자 모두에게 축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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