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 ⑤] ‘호적에 의한 국적 취득’ 질의
[삼강만평(三江漫評) ⑤] ‘호적에 의한 국적 취득’ 질의
  • 정인갑<북경 청화대 교수>
  • 승인 2012.08.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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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갑 (북경 청화대 교수)

중국조선족이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주요한 조건은 한국에 호적이 있나이다. 조선족의 한국국적 취득자 대부분은 한국에 호적이 있는 자 및 그들의 후손이다. 필자는 ‘호적에 의한 국적 취득’이라는 한국정부의 정책은 잘못된 것이라 본다.

연변대학 손춘일(孫春日) 교수의 저서 <중국조선족 이민사>(북경 중화서국[中華書局] 출판, 2008년)에 따르면 조선족의 중국이민은 대체로 5개 단계로 나뉜다.

1단계, 1860년대~1910년, 생활이민(이재난민[罹災難民]의 이민).
2단계, 1911~1918년, 파산이민(일한합병 후 토지를 잃고 파산된 농민의 이민).
3단계, 1919~1931년, 독립이민(중국 동북에서의 반일광복운동을 위한 이민).
4단계, 1932~1936년, 자유이민(자발적으로 삶을 개척해 보려는 이민).
5단계, 1937~1945년, 집단이민(동북에서 수전을 개척하려 일본인이 조직한 이민).

1~2단계의 이민은 독립군에게 공량미 및 경비를 바치며 살았으므로 독립운동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1932년 후 독립운동은 점점 저조기에 처해졌으므로 4단계 이후의 이민은 거의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다.

1922년에 ‘조선총독부령 64호’의 이름으로 ‘조선호적령’을 반포하였다. 장기간의 조사와 준비를 거쳐 1929~1931년 한반도 전역의 거주민에 대한 호적등록을 완성하였다. 상기 1~3단계의 이민은 대부분 한국에 호적이 없고 4~5단계의 이민은 대부분 호적이 있다.

그때의 호적은 엄격히 말하면 대일본제국 산하(지방정부) 조선총독부의 호적이므로 일본호적이다. 한국에 호적이 있다는 말은 일본신민(臣民)이 되었던 사람이고 호적이 없는 사람은 일본신민이 되기 싫거나, 심지어 일본침략자를 반대하러 중국으로 떠난 사람이다. 전자는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고, 후자는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없다. 맞는 정책인가?

1937년 노구교사건(盧溝橋事件)을 계기로 중일간의 전면전쟁이 폭발하였다. 일본은 동북으로 대량의 병력을 증가하여 100만 관동군이 되었다. 일본은 동북에 수전을 풀어 관동군의 쌀밥도 해결하고 일본 국내 양식부족도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았다. 여기에 ‘공헌한’자가 바로 1937~1945년의 5단계에 속하는 우리겨레의 집단이민이다.

일본과 싸운 독립이민은 국적 취득의 자격이 없고 일본인의 보호를 받으며 벼농사를 지어 일본군을 쌀밥으로 먹여 살린 집단이민은 한국국적 취득자격이 있다. 얼마나 황당한가?

중국동포의 대부분이 북한사람이며 남한에 호적이 있을 리 만무하며 당연 국적취득자격이 없다. ‘호적에 의한 국적 취득’ 정책은 분단을 재외동포까지 확대시켰으며 분단의 역사도 1945년부터 1929년까지 끌어올려 놓았다. 이런 정책을 내놓고도 망신스럽지 않은가?

재외동포에게 한국국적을 수여할 수도 있다. 늦게 이민 간 사람일수록 한국국적을 취득할 자격이 더 있을 수도 있으며 이런 와중에 호적 유무를 참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호적의 유무를 공식으로 정책화하면 36년의 식민통지를 합리화하거나 다른 일련의 황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관계당국에서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합리하게 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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