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 가곡 세계시장 진출해야
[칼럼] 우리 가곡 세계시장 진출해야
  • 탁계석(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12.08.29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민회, 한국문화원 교두보 되어야

한류바람을 타고 한국문화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글학교가 만들어지고 한국음식을 좋아하고, K-POP에 열광하는 분위기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한국의 축적된 문화의 힘이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사실 6.25 전쟁 직후 변변한 노래가 없었을 때 교과서에는 '금발의 제니', '켄터키 옛집', '스와니 강'과  독일 노래로 '로렐라이 언덕', '소나무' 등을 배우면서 자랐다. '금발의 제니'는 어떻게 생겼을까. 가난 속에서 가슴속의 동경이었으리라.

그러고도 정말 많은 음악이 들어왔다. 70~80년대 팝송은 또 한 두 세대를 풍미한 과시의 대상이었다. 팝송을 모르면 촌놈이 되는 세상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문화란 이래저래 세상의 시절을 따라 유행처럼 물처럼 흐르는 것이다.

이제 좋은 노래는 국경없이 세계의 애창곡이 될 수 있는 神(신)의 날이 왔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카톡의 날개를 타고 초단위로 전파될 수 있는 그야말로 황금시절이 온 것이다. 정말 세상이 엄청나게 변했다.

우리가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남녀 동반 우승하고, 오페라 종주국 이탈리아의 베르디 콩쿠르에서  1,2, 3위를 한 것은 바로 우리가 정상에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 것에 대한 자긍심, 자신감만 회복하면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우리 문화 영토를 넓혀 지구촌에 코리아를 꽃 피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왔다. 그러니까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된 것이 경제나 산업에서뿐만 아니라 문화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 옛날 우리의 동경심을 이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아이들이 그대로 꿈꾼다. 이 아이들에게 우리 노래를 가르치면 한글을 가장 빠르게 전파할 수 있다. 인간의 기억가운데 선율이 가장 오래 남는다고 한다. 언젠가 미국의 100세 할머니가 아리랑을 잊지 않고 외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괴테의 시를 외우지는 못해도 슈베르트 노래를 부르면 자연스럽게 암기되는 것이 바로 선율적 특성이 언어를 초월하기 때문이다.

산타루치아나 오 솔레미오를 우리 국민들처럼 많이 부른 나라가 또 있을까. 이제 우리 노래를 전파해야 한다. 몇 해 전 이탈리아에서 우리 가곡을 들려주었더니 배우겠다고 야단들이다. 테너 이영화 교수, 송아 체칠리아윤은 이탈리아 작곡가 파올로 푸룰라니(Paolo furlani)와 함께 ‘흥부 놀부’ 오페라를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앞으로 우리 교민회와 한국문화원이 교두보가 되어 ‘한국가곡 부르기 운동’을 펼쳤으면 한다.

이토록 세상이 변했는데 귀국 독창회, 귀국 연주회에 가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서양 레퍼토리 일색이다. 어쩌면 우리 곡을 한 곡도 넣지 않는 것을 그토록 자랑스럽게 생각할까. 착각도 유분수란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싶다.

청중들은 이솝 우화의 식사 초대처럼 지루하고 답답해 죽겠는데 두 시간 가까이 자기표현만 하니 연주장 가는 것이 감옥처럼 끔찍해지지 않겠는가. 그러고도 청중이 없다고 하니 자업자득이다. 답답해해도 잘 모르니까 못 알아듣겠다고 항의하는 관객도 없고, 그저 눈도장 인사로 간 입장이어서 싫어도 억지춘향 격으로 앙코르 두 번은 해야 무식하다 소리 안들을 것 같으니까. 참 이상한 나라가 돼 버렸다.

좋은 약은 쓰지만 먹어야 하는 것처럼 때를 놓치지 말고 가곡을 불러 작곡가를 살려야 우리 가곡이 세계로 나갈 수 있다. 정부에서도 스포츠 지원의 몇 십분의 1이라도 지원하는 문화국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행인 것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단국대학교, 안양대학교 등에서 가곡을 가르치는 열린대학과 깨우친 교수들이 늘고 있음이 희망이다.

가곡을 통해 청중과 소통하는 것은 음악가의 생존과도 무관치 않겠기에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한국가곡예술마을, 부산 秀(수) 아트홀 같은 적극적인 공간들이 늘어났으면 한다. 청중과 소통하면서 가곡을 생활화하고 나아가 세계에 내놓을 우리 창작을 만들자는 취지의 운동이다. 서구 문화의 종속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우리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문화독립의 날이 빨리 와야겠다.

 

이탈리아에서 가곡을 부르고 있는 테너 이영화와 소프라노 실비아 다 로스(Silvia Da Ros, 작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